라틀리프는 우리가 원하던 가장 이상적인 선수다

곽현 / 기사승인 : 2017-01-05 02: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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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최근 농구대표팀이 국제대회를 치르기만 하면 논란이 됐던 것이 바로 ‘귀화선수’다.


최근 몇 년간 아시아 국가들이 귀화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을 강화해왔다. 필리핀은 NBA 출신 안드레이 블라체를 영입해 FIBA월드컵에 출전했고, 지난해 열린 아시아챌린지에서는 이라크, 요르단, 일본, 대만이 귀화선수 영입으로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과시, 우리를 부럽게(?) 했다.


한국도 귀화선수 영입을 시도한 적이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애런 헤인즈(오리온)의 귀화를 추진하려다 규정문제로 불발된바 있다. 여자농구에서도 가짜선수로 판명난 첼시 리를 귀화시켜 전력에 힘을 보태려 했다.


문태종, 문태영 형제처럼 혼혈선수들이 아닌 순수 외국인에 대한 귀화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선수 개인의 순수한 의도가 아닌 성적만을 위한 측면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 이는 기본적인 스포츠정신을 위배하는 행위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서울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28, 199cm)는 우리가 원하던 가장 이상적인 귀화선수가 될 수 있다. 라틀리프는 최근 한국 귀화에 대한 입장을 밝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라틀리프가 가장 이상적인 귀화선수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라틀리프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다. 농구팬들이라면 잘 알듯 라틀리프는 한국무대에 잔뼈가 굵은 선수다. 그가 처음 한국에 온 건 2012년이다. 외국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됐다.


미주리 대학 출신인 라틀리프는 대학을 갓 졸업한 루키였다. 첫 취업을 한국에서 한 것이다.


데뷔 초기만 해도 한국무대에 잘 적응하지 못 해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그를 교체할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고, 모비스의 3연패에 기여했다. 모비스의 마지막 시즌인 2014-2015시즌에는 팀 우승과 함께 외국선수상까지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삼성 이적 후 2시즌 째를 치르고 있는 그는 한국에서 5시즌을 함께 하고 있다.


귀화선수를 논할 때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그와 못지않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국과의 연관성이다. 한국에 일정기간 거주를 했는지, 앞으로도 한국에서 생활할 의사가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런 부분이 귀화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한국과 전혀 연관이 없는 선수를 귀화시켜 좋은 성적을 낸다 한들 얼마나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라틀리프는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인연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라틀리프는 4일 전자랜드 전 승리 후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다. 한국 음식, 한국 사람들에 대한 정이 크다. 나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안정적인 환경도 고려를 했다. 주희정이 1,000경기를 뛰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오랫동안 한 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고, 앞으로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라틀리프의 기량이다. 혹자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더 뛰어난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필리핀의 블라체와 비교하면 라틀리프의 기량과 경력은 초라할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한국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기량이 좋은 선수일수록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한국농구는 지금 그런 여력이 없다.


라틀리프의 기량은 아시아에서는 충분한 위력을 보일 수 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라틀리프가 귀화한다면 대표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 말도 맞다. 없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확실히 더 나을 것이다.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높이’다. 단순한 높이 뿐 아니라 파워에서 밀리기 때문에 페인트존을 내주곤 한다. 라틀리프는 이러한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다. 라틀리프가 버티고 있으면 최소한 골밑을 압도당하진 않을 것이다. 장대군단 중국이나 하다디가 있는 이란과도 해볼 만하다.


이상민 감독은 “국가대표 주전 센터라고 할 수 있는 김종규와 비교를 해보면 알 수 있지 않나”며 “요즘 최준용, 송교창 같은 2m 가드, 포워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골밑에서 버텨준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라틀리프의 장점은 페인트존 장악력뿐만이 아니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트랜지션 게임에서도 장점이 있다. 지공과 속공 모두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라틀리프다.



세 번째는 라틀리프의 성실성이다. 라틀리프는 5년간 뛰면서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코트 위에서 불손한 행동을 보이거나 상대선수와 싸운 적이 없다. 깔끔한 경기매너를 가지고 있다.


지도자들과 동료들의 평가도 좋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워낙 성실하다. 운동을 빠지지 않는다. 국내선수들이 배워야 한다”고 평했다.


비시즌에도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한 팀 관계자는 “비시즌에 몸이 만들어져 있는 선수는 라틀리프 밖에 없을 것이다”고 할 정도다.


코트 위에서 라틀리프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끊임없이 스크린을 걸어주고, 몸싸움을 하고, 수비, 리바운드에 참여한다. 그의 모습을 보면 동료들이 가만히 쉴 수 없다. 훈련 때도 늘 모범을 보인다. 김준일은 라틀리프와 함께 하며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한다.


간혹 혼혈선수들이나 외국선수들이 불성실한 자세로 국내선수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라틀리프는 그럴 일이 없다. 만약 대표팀에 뽑힌다고 했을 때 오히려 결속력을 강하게 해줄 수 있는 선수다.



네 번째는 라틀리프의 나이다. 1989년생인 라틀리프는 만으로 스물여덟살이다. 선수로서 최전성기에 있는 나이다. 이상민 감독은 “젊고, 워낙 몸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앞으로 7~8년은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별귀화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라틀리프가 이상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최소 5년 이상은 정상급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1~2년의 성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농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라틀리프는 귀화절차가 쉽지 않을 거라는 말에 “아직 선수로 뛸 날이 많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기다릴 마음이 있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농구에 라틀리프는 ‘굴러들어온 복’이나 다름없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으며, 좋은 기량, 젊은 나이, 깔끔한 경기 매너까지 갖추고 있는 선수가 언제 다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과거 귀화선수를 찾기 위해 외국 출장을 가기도 했다. 생전 처음 만난 선수에게 귀화 의사를 물었다고 한다. 한데 지금은 선수가 제 발로 찾아왔다. 다시 못 올 좋은 기회다.


KBL과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당장 라틀리프의 귀화 절차를 알아보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


#사진 - 점프볼 자료사진(유용우,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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