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출신 최민경씨 "평창올림픽조직위서 일해요"

곽현 / 기사승인 : 2017-03-30 0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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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KB국민은행 농구선수 최민경 씨,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서 근무
“여자농구선수들 다양한 도전 해봤으면…”




[점프볼=곽현 기자] “여자농구 선수들이 다양한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사례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여자프로농구 청주 KB국민은행에서 뛰었던 최민경(28)씨는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처음 그녀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다소 의아했다. 농구가 대표적인 겨울스포츠이긴 하지만, 동계올림픽과는 전혀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위 분들도 다들 놀라요. 농구선수 출신이 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신기하다는 반응이시죠.” 그녀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운동한 거에 반만 투자한다면”
최민경 씨는 학창시절 농구를 시작해 프로의 문턱을 넘는데 성공했다. 숭의초-숭의여중-숭의여고를 거쳐 2007년 WKBL신입선수선발회에서는 전체 8순위로 KB에 지명됐다. 삼성생명 고아라와 동기이며, 배혜윤이 1년 후배다. 키는 179cm, 포지션은 포워드였다. 하지만 프로 생활은 길지 않았다. 선배들과의 기량 차이가 컸고, 부상까지 당해 1년 만에 은퇴를 하게 됐다. 그녀에게 농구선수로서의 기억은 어떻게 남아 있을까?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운동만큼 힘들었던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공부가 힘들다고 하지만, 운동하는 게 훨씬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선수들 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운동하는 만큼의 반만 투자해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은 밥만 먹고 운동만 하잖아요. 프로팀은 더 힘들더라고요. 그만 둘 땐 아쉬웠어요. 선수들과는 다 친했거든요. 합숙생활 하면서 같이 지내는 게 재밌었죠. KB 때는 (이)경희 언니, (정)선화 언니랑 친하게 잘 지냈어요. 밤에 몰래 야식도 먹고 그랬죠(웃음). 운동을 했던 게 사회 나와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일단 단체 생활에 적응이 잘 돼있으니까요. 감사한 부분도 있어요. 농구를 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은 부분이 있거든요. 농구선수 출신이 공부까지 했다는 점에서 인정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최 씨는 은퇴 후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능시험을 보고 서울여자대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다른 학교는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너무 많았어요. 서울여대는 비교적 과목이 적었죠. 어느 정도 하면 입학을 할 수 있었어요. 노량진에 학원을 다니면서 시험을 준비했죠.”


남들 공부할 때 운동을 해야 했던 입장에서 뒤늦은 공부가 힘겨울 법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운동하는 것보다는 공부가 쉬웠다고 한다. 토익점수도 900점까지 끌어올렸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이 들었어요. ‘하니까 되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운동은 타고나는 부분이 있잖아요. 어느 시점에선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아무리 야간훈련을 해도 안 됐죠. 근데 공부는 하니까 되더라고요. 시간 투자하는 만큼 나왔죠. 한 때 스포츠아나운서에 대한 꿈도 있었어요.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근데 어느 순간 스포츠아나운서를 ‘여신’이라고 하면서 외모에 포커스를 많이 두는 걸 보고 제가 아나운서감은 아니라는 생각에 포기를 했죠.”


그런 최 씨가 스포츠행정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진행하는 스포츠인재육성과정을 수료하면서부터였다.


“재단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면접에서 합격했어요. 선수 출신만 지원할 수 있는 면접인데, 합격을 하면 해외연수 기회가 주어지죠. 미국 테네시 대학으로 6개월간 연수를 다녀왔어요. 거기 교수님들을 뵙고 국제스포츠행정 연수 과정을 배우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체육인재육성재단의 해외연수는 전 농구선수 출신 김택훈, 김은혜 씨도 수료를 한바 있다.


“은혜 언니가 저 숭의여고 선배님이세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언니가 고3이었죠. 그때 언니는 저희 우상이었어요. 테네시대는 제가 먼저 다녀왔어요. 그래서 어떤 게 필요한지 언니한테 알려드리기도 했죠.”


미국 연수는 그녀에게 자신감과 의지를 심어줬다. “저 말고 축구, 탁구선수 출신 등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이 많이 가셨어요. 그분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국제스포츠행정을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경쟁자가 많다는 걸 보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KBL 경기본부서 근무…심판 선입견 사라져
최 씨는 KBL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 KBL 경기본부에서 1년간 일했다. 농구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한 시간이었다.


“심판 관리, 평가, 경기분석 같은 부분을 통계를 내고 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 처음 하는 일인데 재밌었어요. 제가 만든 걸 칭찬을 받을 때가 가장 보람있었죠. 본부장님께 많이 배웠어요. 농구 규칙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농구선수라고 해도 모든 규칙을 명확하게 알지 못 하거든요. 심판 관련 일을 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경기본부는 심판들이 속해 있다. 최 씨는 경기본부에서 일하면서 심판들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 전까지는 심판들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어요. 선수들 중에 심판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 옆에서 보니까 선수보다 심판이 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수가 노력하는 것에 부족하지 않게 심판들도 노력을 해요. 아무나 못 하죠. 본부장님께서 심판 자격증을 한 번 따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땐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최근에 농구협회에서 교육을 받고 2급 자격증을 땄죠. 이것도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씨는 심판자격증을 위해 10주간 주말을 반납하고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농구, 그리고 자신의 삶을 위한 그녀의 열정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창올림픽 알리는 일 자랑스러워”
그녀는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마케팅부 파트너서비스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올림픽 후원사들을 관리하는 일이다.


“마스코트나 엠블럼 등을 활용해서 마케팅을 하는데, 가이드라인이나 계약서 관련된 걸 검토하고 승인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처음엔 힘들었어요. 모든 서류가 다 영어로 돼 있다 보니 어려웠죠. 근데 적응이 되니까 이젠 재밌어요. 올림픽 후원사들이 60개 정도 되는데, 대형 후원사 중에는 삼성, LG, KT, VISA,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이 있어요. 세계적인 브랜드의 마케팅 시안을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영광스러웠죠.”


농구선수 출신인 그녀가 이렇듯 동계올림픽의 마케팅부서에서 일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고, 또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이러한 경험이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처음 면접을 볼 때 제가 농구를 했던 경험을 인상 깊게 보신 것 같아요. 운동을 한 사람이 공부를 해서 도전하는 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마케팅 분야에서 권위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분들과 함께 일한다니 영광스럽죠. 또 우리나라에서 언제 또 동계올림픽이 열리겠어요. 그런 곳에 제가 한 일원으로 함께 일한다는 게 영광이죠. 제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성취감을 쫓는 스타일이죠.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있어요.”


최 씨처럼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삼성생명에서 뛰었던 함예슬(31)씨는 임용고시에 합격해 중학교 선생님으로 근무,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최 씨는 “예슬 언니도 숭의 선배님이세요. 저도 언니 기사를 보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운동한 것처럼 노력하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농구 후배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후배들을 보면 대부분 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안 했으니까 너무 늦었다고 단정 짓는 것 같아요. 근데 운동하는 거에 반만 투자하면 돼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내에서 조금만 부딪치면 더 분야를 넓힐 수 있어요.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틀에 자신을 가둬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운동할 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쳐보잖아요. 근데 운동을 그만 두면 그런 마음을 접는 것 같아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다. 올림픽이 끝나면 조직위원회도 해산된다. 최 씨도 그 때가 되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 그녀는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말했다.


“농구 관련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KBL에서는 나중에 다시 돌아오라고 말씀해주기도 하셨어요. 마케팅 관련 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회만 주어지면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한 점이 많아요. 하지만 그걸 감추려하진 않아요. ‘그래 나 못 해. 하지만 잘 할 수 있어.’ 약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요.”


여자농구선수들의 은퇴 후 진로가 다양하지 않은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그녀의 사례는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운동했을 때와 같은 열정을 갖고 도전하면 못 하는 일이 없다며 말이다.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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