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보단 희망을’ KT 반등 이끈 김영환·이재도

맹봉주 / 기사승인 : 2017-03-30 0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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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정규리그가 끝났다. 이제부터 프로농구는 봄 축제를 알리는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하지만 일찍이 비시즌에 돌입한 팀도 있다. 정규리그를 9위로 마친 부산 KT도 그 중 하나다.


시즌 초반부터 KT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외국선수 크리스 다니엘스가 부상으로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교체됐고 이어 조성민, 김우람, 김종범, 박상오, 김현민, 최창진, 박철호 등이 돌아가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어느새 성적은 최하위로 곤두박질 쳤다.


사실상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다고 판단한 KT는 깜짝 트레이드를 통해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에이스 조성민을 창원 LG에 내주고 김영환과 2017년 신인 1라운드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아온 것이다.


트레이드 초반만 해도 KT는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오래가지 못했다. 9승 25패이던 성적이 트레이드 이후 9승 11패로 올라선 것이다. 플레이오프는 멀어졌지만 KT는 시즌 막판 상위권 팀들을 위협하는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주 KCC를 제치고 최하위에서도 벗어났다.


그 중심엔 김영환(33, 195cm)과 이재도(26, 180cm)가 있었다. 김영환은 올 시즌 KT 유니폼을 입은 20경기에서 평균 12.7득점 4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장신 포워드로서 KT에 부족한 높이와 외곽공격을 책임지며 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우뚝 섰다. 프로 데뷔 후 4번째 시즌을 맞는 이재도는 평균 두 자리 수 득점(11.61점)과 어시스트 전체 3위(6.1어시스트)에 오르며 KT 앞선의 공격력을 더했다. 아쉬운 2016-2017시즌을 뒤로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두 선수를 만나봤다.


Q. 김영환 선수가 KT에 온 후 팀이 상승세를 탔어요. ‘김영환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김영환: 저 개인적으로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어요. LG에 있을 땐 (제임스)메이스의 공격이 주가 되고 거기에 파생되는 찬스를 살폈다면 KT에선 패턴플레이를 통해 노마크에서 던질 기회가 좀 더 생겼다는 것뿐이죠. 단지 트레이드 됐으니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어요.


이재도: (김)영환이 형이 들어오고 확실히 더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미스매치를 활용한 공격이 늘었죠. 제가 꼭 찬스를 만들지 못해도 영환이 형이 해결해줄 수 있어서 부담감도 덜었고요. 저나 팀 모두 영환이 형 덕을 좀 봤죠.


김영환: 개인적으로 제 덕보단 (이)재도 나름대로 책임감이 생기면서 팀도 변했다고 생각해요. 재도는 원래 잘하는 선수였어요. 특히 공격 성향이 강한 가드죠. 책임감이 생기며 원래 본인이 갖고 있던 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팀도 살아나는 것 같아요.


Q. 이재도 선수는 지난여름 국가대표에 다녀 온 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어요. 이제는 괜찮은 거죠?


이재도: 이젠 괜찮아요(웃음). 사실 프로아마최강전 때까지 여파가 있었어요. 시즌 초반에도 10분 내외로 뛰면서 힘들었고요. 그땐 정말 밑바닥까지 내려간 심정이었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김)우람이 형이 다치고 제가 출전 기회를 많이 가져가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Q. 김영환 선수가 KT에 합류하기 전, 서로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김영환: 저 하기 바빠서 재도 신경을 못 썼어요(웃음). 전술미팅을 할 때 상대팀 선수들 장단점을 다 파악하잖아요. 그래서 재도가 어떤 플레이를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죠.


이재도: 영환이 형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요. 같이 생활한 적도 없어서 잘 몰랐어요. LG의 (한)상혁이가 제 대학 후배라 영환이 형에 대해 물어봤는데 착하고 반듯한데 FM이라고 하더라고요.


김영환: 원래는 잘 놀기도 했는데 LG에서 처음 주장을 하면서 바뀌었어요. 또 성격상 할 때는 제대로 하는 편이고요. 후배들이 보기엔 답답할 수 있어요. 시즌이 끝나고 ‘형 너무 빡빡한 거 아니야?’란 얘기도 해요. 하지만 주장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배가 됐는데 열심히 하지는 않고 후배들에게 지시만 하면 반감만 생겨요. 선배부터 최선을 다하면서 후배들에게 잘못된 점을 얘기해야 귀에도 들어오고 수긍도 되죠. 때로는 정말 정확하고 따끔하게 혼낼 수 있어야 주장이고 선배라 생각해요. FM이라는 후배들 반응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웃음). 제가 가진 기준이니까 앞으로도 바꿀 생각은 없어요.


Q. LG 선수들에게 듣기론 지난여름, 일본전지훈련에서 선수들에게 초밥을 거하게 샀다고 들었어요.


김영환: 보통 해외 전지훈련을 가면 구단에서 식비를 주면서 밖에서 먹으라고 할 때가 있어요. 근데 연봉이 낮은 어린선수들은 그 밥값을 아끼려고 부실하게 식사를 해요. 예전부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가 어느 정도 여유가 되면 후배들 맛있는 거 사주고 받은 식비로는 부모님께 용돈 드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전지훈련 가기 전 와이프에게도 얘기했어요. 제가 사겠다고요. 150만원정도를 생각했는데...얘들이 초밥이랑 라면이랑 이것저것 먹더니 총 200만원이 나오더라고요. 하하, 기분 좋게 돈 썼습니다.


이재도: 영환이 형이 크게 한턱 쏜 얘긴 처음 들어요. 이번 전지훈련 때 참고해야겠어요.


Q. 이재도 선수도 후배들에게 잘 사주는 편인가요?


이재도: 나이순으로만 따지면 팀 내 중간인데 그렇다고 사줄 정도는 아니에요. 아직 군대를 안 가서요. 연차나 나이가 중고참이라고 하기엔 좀 그래요. 아직은 어린편이라고 생각해요. 군대 가기 전에 꼭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야 할텐데...


김영환: 밥 안 사려고 벌써부터 밑밥 까는 거 아니야(웃음)? 다음 시즌엔 재도 군 입대 선물로 플레이오프에 꼭 진출해야겠어요. 근데 재도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너무 높이 올라가면 휴가 없이 바로 상무에 입대해야하는데 괜찮겠어(웃음)?


이재도: 괜찮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 꼭 플레이오프를 경험하고 싶어요.


Q. 두 선수 모두 최근 3시즌 동안 결장한 경기가 단 1경기도 없어요.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김영환: 무릎 부상 경력이 있어서 부상방지를 위해 비시즌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도 해서 막상 체육관 훈련을 하면 빌빌될 정도로요.


이재도: 그동안 쉬어본적이 없어요. 시즌 때도 하루도 안 쉬고 운동하는 편이에요. 저 역시 웨이트트레이닝에 시간을 많이 쏟아요.


Q. 최근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올 시즌 최고의 슛’으로 지난 2월 24일 LG전에서 김영환 선수가 터트린 버저비터 역전슛이 선정됐습니다.


김영환: 저 역시 기억에 많이 남아요. 팀에게도 터닝포인트가 된 경기였고요. 그 경기 전까지 이기다가 뒤집힌 경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LG전 역전승 이후 팀 분위기가 크게 올라왔어요.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이재도: 경기 전부터 LG나 저희에게 중요한 경기였기에 의식이 많이 됐어요. 4쿼터 마지막까지 시소게임이었는데 영환이 형이 버저비터를 넣으며 이겼고 팀 분위기도 살아났죠. 반대로 LG로서는 타격이 컸을 거예요.


Q. 버저비터 슛을 던진 상황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이재도 선수가 건넨 패스를 곧바로 더블클러치 훅슛으로 성공시켰어요.


김영환: 공을 잡는데 (제임스)메이스가 도움수비를 와서 정상적으론 못 던지겠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훅슛을 던졌는데 손끝에 딱 걸리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공을 봤는데 공줄기가 림쪽으로 가더라고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 이거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들어간 걸 확인하고선 굉장히 놀랐죠.


이재도: 줄 사람이 영환이 형밖에 없었어요. 영환이 형도 자기에게 공을 달라고 했고요. 다른데 보는척하다가 영환이형한테 줬죠. 사실은 졌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창원경기장 골대 백보드가 딱딱한 편이라 슛이 잘 들어가지 않거든요. 당연히 안 들어간다고 생각했죠.


Q. 버저비터 득점 이후 나온 김영환 선수의 일명 ‘덩크슛 세리모니’도 화제가 됐어요. 개인적으론 김영환 선수의 운동능력에 놀랐습니다.


김영환: 주위에서 뭐하느라 림을 잡느냐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어요. 힘든 경기를 이겨서 기쁜 마음을 더 세게 표현하긴 했어요. 제가 프로 데뷔해서 신인시절까지만 해도 운동능력만 갖고 농구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덩크슛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겁니다(웃음).


이재도: 저도 옆에서 보는데 정말 기뻤어요. 프로 데뷔 후 3년 동안 제일 많이 웃은 것 같아요.


Q. LG전 승리 이후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조성민 선수가 합류한 LG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이제는 KT와 김영환 선수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커졌습니다.


김영환: 당연히 잘하는 선수와 잘하는 팀에 포커스가 맞춰질 수밖에 없어요. 프로니까 어쩔 수 없죠. 다만 그걸 바꾸는 건 제 자신이에요. 제가 잘한다면 관심을 돌릴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서운하지 않았다면야 거짓말이죠.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쯤엔 언론이나 팬들의 반응이 바뀌어서 다행이에요. 그래도 여기서 만족하지 않아요. 다음 시즌이 중요하죠. 트레이드가 반짝 효과가 아니란 걸 보여줘야죠. 지금보다 더 나은 다음 시즌이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Q. 이재도 선수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올 시즌 역시 이전보다 한 층 더 여유가 생기며 어시스트가 크게 늘었습니다(3.8→6.1).


이재도: 운이 좋게 계속 주전으로 뛰니까 여유가 생기고 경기가 좋아지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건 팀 성적으로 보여준 게 없다는 거예요. 최근 3시즌 동안 모두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어요. 군대 가기 전 한 시즌 남았는데 개인기록과 팀 성적이 모두 좋아서 제 가치가 더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Q. 올 시즌 게토레이 인기투표에선 LG 김종규 선수에 이어 2위를 했어요.


이재도: 지난 시즌에도 2위였는데 올해도 2위에요. 군대 가기 전에 1등을 해야 하는데... 2번 연속 2위라 많이 아쉽습니다.


김영환: 재도를 좋아하는 팬들은 연령대가 다양하더라고요. 다 좋아해요. 하지만 군대갔다오면 확 줄까봐 걱정돼요(웃음).


이재도: 내년까지는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제가 팬들에게 선물 받는 걸 보면 형들이 다 그러더라고요. 군대 가기 전엔 나도 장난아니었다고요. 저도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할 날이 올 것 같아요. 하하, 그래도 벌써부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려고요.


Q. 시즌 중반까지 부진하던 팀 성적이 2017년 들어 조금씩 올라왔어요. 결국 꼴찌탈출에도 성공했습니다.


김영환: 조금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놓친 게 많아요. 제 생각엔 잡을 수 있는 경기였는데 졌죠. 외부에선 고춧가루 부대라고 하지만 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이재도: 변명이긴 하지만 시즌 시작부터 크리스 다니엘스가 부상으로 빠진 게 컸어요. 다니엘스를 중심으로 시즌을 준비했는데 개막하고 제스퍼(존슨)로 바뀐 거예요. 제스퍼는 다니엘스와는 스타일이 아예 달라서 패턴을 새로 짜는데 힘들었어요. 연습할 시간도 부족했고요. 래리 고든과 제스퍼 모두 리바운드를 잡을 포지션도 아니고 키도 작아 여러모로 힘들었죠. 리온(윌리엄즈)이 오고 나서야 팀이 맞춰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2017년 들어선 5할 승률에 가까워졌고요. 선수들끼리도 리온이 오고부턴 잘 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Q. 플레이오프가 일찍 좌절됐지만 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영환: 팀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에서 끝나면 다음 시즌에 대한 미래가 없어요. 실망만 있을 뿐이죠. 하지만 희망을 만들어 놓고 끝내면 비시즌에 조금만 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팬들도 포기하지 않고 저희를 기대하고 지켜봤잖아요.


이재도: 마지막 남은 한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10위보다는 9위가 낫잖아요.


Q. KT의 올 시즌은 끝이 났습니다. 두 선수는 비시즌을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요?


김영환: 저는 그동안 늘 해오던 게 있어서 갑자기 너무 큰 변화를 주면 독이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똑같이 웨이트트레이닝하며 부상방지에 신경 쓰려고요. 또 팀 수비시스템에 녹아들어서 수비에서 구멍이 안 날수 있게 하려고해요. 우리 팀 앞선이 워낙 좋아서 공격보단 수비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이재도: 안 다치고 하루도 쉬지 않고 비시즌 운동하는 게 목표에요. 매년 비시즌 때 감독님께 믿음을 못 드렸는데 이제는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드려야죠.


Q. 다음 시즌 목표가 있다면요?


김영환: 최종목표는 우승이에요. 무조건 4강 이상은 가고 싶어요.


이재도: (박)상오형이 시즌 전에 항상 팀 예상성적을 좋게 말했어요. 이번 시즌만큼은 정말 감이 좋다면서요. 후배입장에서 선배가 그런 얘기를 하면 정말 좋죠. 하지만 지난 두 시즌 모두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어요. 이젠 징크스가 된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저는 얘기 안 할래요.


Q. 마지막으로 부산 팬들에게도 한 마디 해주세요.


김영환: 올 시즌 많이 실망도 하고 아쉬운 시즌을 보냈는데 비시즌 잘 준비하겠습니다. 다음 시즌 체육관 많이 찾아주세요. 부산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습니다.


이재도: 항상 응원해주는 부산 팬들에게 너무나 감사해요. 내년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군대 갔다 와서도 계속 좋아해주셨음 좋겠습니다(웃음).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윤민호, 한명석, 맹봉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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