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박정훈 칼럼니스트] 벼랑 끝에서 또다시 벗어났다. 고양 오리온은 17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79-76으로 이겼다. 1쿼터에 주도권을 잡은 후, 애런 헤인즈가 주도하는 팀 플레이와 미스매치를 잘 활용한 젊은 빅맨들의 활약을 앞세워 승리를 지켜냈다. 오리온은 2연패 후 적지에서 2연승에 성공하며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19일 5차전은 안방인 고양 체육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 기선 제압
경기 초반 오리온이 힘을 냈다. 수비는 삼성 김태술(180cm)을 막는 헤인즈(199cm)가 골밑으로 처지면서 김태술에게 슛을 주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이 방법을 통해 리카르도 라틀리프(199cm)의 골밑 공략에서 파생되는 삼성의 공격을 잘 저지했다. 공격은 이승현(197cm)과 헤인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승현은 2대2 공격과 속공을 통해 득점을 올렸고, 헤인즈는 빠른 발을 이용한 마무리를 연거푸 선보였다. 1쿼터 3분 55초, 오리온이 14-4로 앞서갔다.
삼성은 김태술을 빼고 주희정(180cm)을 투입한 후 포워드끼리 바꿔 막는 수비를 꺼내 들었다. 공격은 효과가 있었다. 주희정이 도움과 득점을 차례로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위치 디펜스는 헤인즈, 허일영(195cm) 등의 오리온 포워드에게 계속 점수를 내주며 별 효과가 없었다. 오리온은 삼성 라틀리프에 대한 도움수비에 변화(앞선이 아닌 베이스라인에서 도와주는 방법)를 주며 상대 득점을 저지했고 1쿼터 6분 6초에 22-9로 차이를 벌렸다.
1쿼터의 남은 시간 동안 두 팀은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오리온은 오데리언 바셋(185cm)을 투입한 후 이승현에게 공을 집중시켰다. 이승현은 포스트업을 시도하고 3점슛을 던졌지만 삼성 김준일(201cm)에 막히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삼성은 외국선수들의 높이를 활용하는 공격이 잘 되지 않았다. 라틀리프에게 공이 잘 투입되지 않았고, 마이클 크레익(188cm)의 포스트업에서 파생된 외곽슛 기회를 임동섭(198cm)과 문태영(194cm)이 살리지 못했다.
▲ 문태영의 수비
2쿼터 초반 오리온은 공격이 잘 풀렸다. 이승현은 자신을 막는 삼성 문태영을 상대로 포스트업에 이은 룸서비스 패스로 도움을 올렸고, 헤인즈 역시 상대의 스위치 이후 문태영과 대치한 상황에서 차례로 점수를 만들어냈다. ‘문태영 집중 공략’이 잘 통한 것이다. 반면 삼성은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리온 장재석이 막는 크레익을 중심으로 공격을 펼쳤지만 내-외곽에서 시도한 야투가 차례로 림을 외면했다. 2쿼터 1분 43초, 오리온이 28-9로 차이를 벌렸다.
삼성이 요청한 작전시간 이후 오리온은 헤인즈가 앞선 중앙을 지키는 3-2지역방어를 꺼내 들었다. 삼성은 주희정의 3점슛으로 존을 격파하며 2쿼터 첫 득점을 신고했다. 오리온은 바로 작전시간을 요청한 후 수비를 대인방어로 바꿨다. 삼성은 크레익이 던진 3점슛이 림을 돌아 나왔지만 라틀리프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3점 플레이를 만들어내며 상대의 바뀐 수비를 또다시 공략했다. 2쿼터 2분 43초, 삼성이 14-28로 차이를 좁혔다.
이후 삼성은 수비를 2-3지역방어로 바꿨고, 하프코트 공격에서는 라틀리프와 크레익에게 공을 집중시켰다. 공격은 효과가 있었다. 라틀리프와 크레익이 상대의 집중 견제를 뚫고 포스트업을 통해 득점을 잘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비 변화는 실패였다. 헤인즈가 하이포스트에서 시작하는 하프코트 공격, 바셋이 마무리하는 속공 등 외국선수들이 주도하는 오리온의 공격에 존이 격파됐다. 2쿼터 6분 13초, 오리온이 40-22로 리드했다.
▲ 미스매치와 젊은 빅맨
이후 삼성은 수비를 다시 대인방어로 바꿨다. 그리고 크레익과 라틀리프의 골밑 공략을 통해 점수를 잘 쌓았다. 하지만 차이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리온도 허일영의 커트인, 헤인즈와 장재석의 중거리슛, 얼리 오펜스 상황에서 터진 이승현의 3점슛 등을 통해 득점을 잘 올렸기 때문이다. 2쿼터 막판에 투입된 김태술은 자신에게 슛을 주는 오리온의 수비를 상대로 연속으로 야투를 놓치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리온이 49-30으로 앞서며 전반전이 끝났다.
3쿼터 초반 삼성은 순조롭게 득점을 올렸다. 공격을 이끈 선수는 크레익이었다. 하이포스트에 자리 잡은 후 돌파와 패스를 시도하며 득점과 도움을 차례로 기록했고, 얼리 오펜스 상황에서 포스트업을 시도하며 자유투를 얻어냈다. 삼성은 크레익의 활약을 앞세워 3쿼터 첫 4번의 공격 기회에서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반면 오리온은 헤인즈와 바셋의 1대1 공격이 무위에 그치면서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3쿼터 1분 51초, 삼성이 37-49로 추격했다.
오리온은 바셋을 빼고 김진유(188cm)를 투입했다. 그리고 삼성 문태영이 막는 이승현에게 공을 집중시켰다. 이승현은 계속 포스트업을 시도하며 득점을 올렸고 상대의 반칙을 유도했다. 이승현-문태영은 미스매치였다. 삼성은 이승현을 막는 수비수를 라틀리프로 바꿨다. 그러자 오리온은 문태영을 상대하는 장재석에게 공을 집중시키며 삼성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미스매치 공략에 성공한 오리온은 3쿼터 6분 5초에 60-42로 차이를 벌렸다.
삼성은 계속 점수를 내준 문태영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러자 오리온이 점수를 쌓는 속도가 느려졌다. 이승현과 장재석이 공격을 주도했지만 삼성 주장을 상대할 때만큼 성공률이 높지 않았다. 삼성은 공격 리바운드를 장악한 라틀리프를 앞세워 조금씩 차이를 좁혔다. 삼성이 50-63, 13점차로 추격하며 3쿼터가 끝났다.

▲ 라틀리프의 분전
4쿼터 초반 두 팀은 점수를 잘 주고받았다. 오리온은 김진유의 돌파, 헤인즈의 1대1 공격, 이승현이 받아 던지는 공격 등을 시도하며 점수를 쌓았다. 삼성은 라틀리프의 포스트업이 상대의 함정수비에 막혔지만, 공격 리바운드와 문태영의 활약(중거리슛과 돌파로 연속 득점)을 앞세워 점수를 추가했다. 4쿼터 4분 41초, 오리온이 71-56으로 리드했다.
4쿼터 4분 54초에 변수가 발생했다. 오리온 이승현이 삼성 김준일-라틀리프의 하이-로 게임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4번째 반칙을 범한 것이다. 이승현은 위축됐고 삼성은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김준일이 골밑에 자리 잡은 라틀리프에게 공을 넣어줬고, 라틀리프는 정상 수비가 안 되는 이승현을 상대로 쉽게 득점을 올렸다. 수비가 무너진 오리온은 헤인즈에게 공을 몰아준 공격도 잘 되지 않으면서 경기 종료 2분 1초를 남기고 73-66, 7점차로 쫓겼다.
삼성은 라틀리프에게 공을 넣어주는 과정에서 턴오버를 범한 후 오리온에게 쉬운 속공 점수를 내줬다. 하지만 라틀리프의 골밑 득점으로 급한 불을 끈 후, 기습적인 풀코트 프레스로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며 경기 종료 1분 18초 전 70-75로 추격했다. 이후 삼성은 함정수비를 통해 오리온의 3연속 실책을 이끌어내며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김준일과 문태영의 3점슛이 차례로 림을 외면했다. 오리온은 경기 종료 13초 전 77-71로 달아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 기선 제압과 젊은 빅맨들의 활약
오리온은 벼랑 끝에서 벗어나며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만들었다. 이날 오리온은 헤인즈가 골밑 쪽으로 처지면서 삼성 김태술에게 슛을 주는 수비, 장신 포워드 군단의 적극적인 공격을 앞세워 초반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후 동료들의 기회를 잘 봐주며 팀 플레이에 주력한 헤인즈의 활약, 미스매치를 활용하는 젊은 빅맨 장재석-이승현을 앞세워 리드를 유지했다. 삼성 라틀리프를 막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중요한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가 끝난 후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전반전에 경기를 잘 풀어갔다. 선수들이 무리하지 않고 잘 해줬다. 후반전에 추격을 허용했는데, 라틀리프는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선수들을 잡아야 하지 않나 싶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장재석, 이승현에게 매치업에 따라 골밑 공격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 부분은 좋았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공격을 통해 미스매치를 잘 활용한 젊은 빅맨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 3점슛의 침묵과 5차전에 대한 자신감
삼성은 안방에서 펼쳐진 3,4차전을 모두 내줬다. 이날 삼성은 슛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3점슛 성공률이 16.7%(3/18)에 그쳤고 자유투 성공률(60%, 9/15)도 낮았다. 삼성이 자랑하는 공격수 3인방 임동섭, 문태영, 김준일은 12점(3점슛 0/8)에 그쳤다. 임동섭과 문태영은 수비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김태술은 자신에게 슛을 주는 상대의 수비에 완전히 막혔다. 하지만 라틀리프와 크레익이 페인트존에서 42득점을 합작하며 5차전에 대한 희망은 살렸다.
경기가 끝난 후 삼성 이상민 감독은 “전반전은 할 말이 없다. 전반전이 끝난 후 선수들에게 하나씩 차분하게 하자고 했다. 선수들이 급한 마음에 1대1 공격을 많이 한 것을 질책했다”며 전반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래도 후반전에 우리만의 색깔이 나왔다. 3점슛만 받쳐주면 다시 한 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반전 경기력이라면 5차전도 자신 있다”며 후반전 경기력을 높이 평가했고, 5차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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