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원지승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위재 기자 / 기사승인 : 2017-07-11 12: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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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진위재 기자] 2012년 1월 31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초당대학교 출신의 최단신(167cm) 선수가 2군 드래프트에서 울산 모비스에 지명됐던 것이다. 당시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드래프트 동기이자 팀 동료인 김시래(현 창원 LG)만큼이나 언론과 농구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원지승이다.


그러나 원지승의 스토리는 ‘성공스토리’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가 프로농구선수로서 남긴 공식 기록은 2012-2013시즌 1경기가 전부였다. 1분 15초간 득점없이 실책 한 개. 그 뒤 원지승은 프로무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농구팬들에게 잊혀진 듯 했던 원지승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농구 스토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과연 그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원지승과의 인터뷰를 위해 조치원으로 향했다. 실업팀에서 새로운 농구인생을 시작한 그는 “5년 만에 인터뷰를 한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Q. 프로 생활을 그만둔 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그동안 뭐 하고 지냈나요?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평생을 운동만 했으니, 모든 일이 처음 해본 일이었어요. 공장에서도 일을 해보고, 요식업 일도 해봤는데 전부 어렵더라고요. 최근 3년간은 유아체육 관련 일을 했어요. 세상에 쉬운 일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많은 경험을 쌓아서 제가 성장한 것 같아요.


Q. 모비스에서 계약 연장에 실패했을 때 심정은?
허리 재활을 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어린 생각에 ‘어디에서든 불러 주겠지’라고 생각해서 아무렇지 않았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도 불러주는 팀이 없더라고요. 충격도 받았고, 화도 많이 나더라고요. 그때 방황을 많이 했죠. 이후에 농구가 너무 싫어져서 경기도 보지도 않고 농구공도 만지지도 않았어요.


Q. 은퇴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힘든 점을 하나만 딱 말하기는 어렵네요. 가장 힘든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지금이라고 할 것 같아요. 프로 도전을 다시 해보고자 준비하고 있는데, 여건도 안 되고 이런 사례가 없다보니 막막한 것 같아요. 그때 실업팀 ‘점핑호스’ 단장님이 찾아와서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빚도 늘어가고 제 상황에 맞는 일을 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새벽에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해서 실업팀 훈련과 병행하고 있어요. 쉽진 않지만 견뎌내고 있어요.


Q. 그럼 지금 다시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동안 우동 가게에서 일했었어요. 같이 일하는 형이 농구를 많이 좋아했어요. 우연히 농구를 같이 했는데, 그 형이 “너는 키가 작은데 농구를 정말 잘한다”며 놀라더라고요. 그 뒤에도 계속 농구를 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떠날 때는 정말 농구가 싫었었는데, 미련이 남아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아직 농구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꼈고, 그때부터 동아리 팀들을 찾아 농구를 했어요.


Q. 이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데, 작년 10월에 중국에서 열린 국제 친선경기(정성공 컵)에 참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대학 시절에 말레이시아에서 경기를 뛴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 통역을 해주셨던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중국에서 대회가 있는데, 한국 팀도 참가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그리고 대회에 참가할 한국 팀을 찾다가 저한테 연락을 주셨어요. 근데 당시엔 제가 프로도 아니고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었죠. 그냥 흘려버리기엔 욕심도 나고 너무 재미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팀을 짜서 나가고 싶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선수를 그만둔 사람들과 동호회 사람들을 주천 받아서 팀을 만들었고 ‘에너스킨 코리아’라는 팀으로 참가했어요. (※ 정성공 컵은 국제친선대회이지만 각 나라 프로팀들도 참가한다. 최종 순위는 4위였다.)


Q. 정성공 컵에서 활약이 SNS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어땠나요?
저는 SNS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처음엔 전혀 모르고 있었죠. 그러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계속 연락이 오더라고요. 프로 입단했을 때만큼이나 연락이 왔었어요. 그러다 보니 실감을 하게 되었죠. 근데 이건 영상 편집을 너무 잘해주셔서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Q. 저도 영상을 봤는데 아이재아 토마스를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평소에 롤 모델로 삼고 연습하는 선수가 있나요?
NBA 선수들은 잘 몰라요. 아직도 ‘가드하면 양동근 선수지’ 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저는 양동근 선수를 보면서 “몸 관리를 잘해서 저렇게 꾸준한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레이에서는 아무래도 김승현 선수의 플레이를 보며 자라서 많이 따라 했어요. 실제로 플레이가 비슷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요.


Q. 현역시절, 본인의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다른 선수들보다 한 걸음 더 빨리 걷고, 많이 걸었어요. 한 박자 빠른 패스를 하려 했고 코트를 최대한 넓게 보려 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새벽에도 운동을 쉬지 않을 정도로 훈련을 많이 했고요.
현역시절에 ‘눈치를 보며 농구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아마 팀원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게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저는 눈치를 본 적이 없어요. 항상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어요. 그런 자신감과 강한 승부욕 또한 키를 극복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한 것 같아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강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래도 가장 아쉬운 점은 키에요. 좀 더 자랐어야 했는데…. 제 생각엔 약점도 키인 거 같아요. 어떤 사람이 와도 자신감이 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자신이 있어요. 또 나에게 내 약점을 말해 준다면 노력을 해서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 자신도 있고요. 하지만 노력으로도 안 될 것 같은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키에요. 이건 방법이 없네요.


Q. 올해 1월에 창단한 실업 농구팀 점핑호스에 입단을 했는데 계기가 있나요?
정성공 컵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리고 농구에 대한 미련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기에 프로 도전을 다시 하고 싶었어요. 방법을 생각하던 중에 초당대학교 김성훈 감독님께서 제안하셨어요. 그러고 입단을 하게 되었죠. 농구가 너무 하고 싶어요. 아직 프로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고요.


Q. 2016 드래프트에 김준성 선수가 SK 나이츠에 입단하고 최근 홍경기 선수는 전자랜드와 계약을 하며 프로에 들어갔어요.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준성이는 평소에도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동생이에요. 일단 준성이가 잘 돼서 너무 기분이 좋죠. 사실 준성이가 놀레벤트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제가 반대했거든요. 너무 힘든 선택이라고 생각 잘해보라고 했죠. 그런데 잘 돼서 너무 좋아요. 또 홍경기 선수도 잘 돼서 다행이죠. 덕분에 저희같은 선수들에게도 희망이 보였어요.



Q. 프로와 실업팀 모두 경험을 했는데 차이점이 뭔가요?
일단 기본적으로 보수와 지원이 매우 다르죠. 숙식 환경도 그렇고 운동 환경도 아주 달라요. 실업팀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랑 비슷해요. 체육관 사용도 자유롭지는 못하고요. 그래도 실업팀에서 항상 농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죠.


Q. 실업팀이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지?
실업팀이 저같이 운동을 포기 못하고 끝까지 도전하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좋은 기회에요. 대학을 졸업하고도 기량이 부족한 사람은 기량을 늘릴 수도 있고요. 최소한의 운동 환경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환경을 지원받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실업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실업팀이 많이 활성화 되면 좋겠어요. 저 같이 미련이 남은 사람이 많아요. 팬들과 프로 관계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Q. 실업팀이 선수들의 새로운 무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여건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지금 실업팀에서 운동하는 많은 선수들 대부분이 금전적으로 너무 힘들다 보니까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일단 지원이 생각보다 너무 적기 때문에 팀을 운영할 수 있는 후원자나 스폰서가 많으면 좋겠어요. 농구 팬들의 관심도 많이 필요하고 프로팀들이랑 연습게임이나 대회가 늘어나면 기회가 많아지고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열심히 해야겠죠.


Q.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뭔가요?
일단 세종시의 지원 덕분에 10월에 있는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체전에서 아직 살아있다는 모습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려고요. 다음에는 내년 4월 FA 때 선수로 참가 신청서를 넣는 계획을 잡고 있어요. 목표는 프로무대에 복귀하는 거예죠. 프로팀 합류가 첫 목표고, 다음엔 전에 프로에 있을 때 너무 철없게 행동하고 부상 때문에 못 보여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허리 부상도 이제 좋아졌기 때문에 체력만 올라온다면 자신 있어요.


#사진=농구인생 제공,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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