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의 시대 마감한 클리퍼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에서 살아남을까?

양준민 / 기사승인 : 2017-07-21 2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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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양준민 기자] 올 여름 오프시즌 최고 화두는 바로 올스타들의 연이은 서부행과 ‘슈퍼팀’이다. 지미 버틀러의 미네소타 팀버울브스행을 시작으로 폴 조지, 폴 밀샙 등 동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올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서부 컨퍼런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는 사실상 ‘서고동저’라는 말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차기 시즌 서부 컨퍼런스는 벌써부터 치열한 순위다툼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LA 클리퍼스 역시 크리스 폴(32, 183cm)과 결별을 선언,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2011년 뉴올리언스 호네츠(現 뉴올리언스 펠리컨츠)를 떠나 클리퍼스로 둥지를 튼 폴은 올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휴스턴 로켓츠의 빨간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 과정에서 7명의 선수와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1장이 포함, 무려 8명의 선수가 클리퍼스의 유니폼을 입는 보기 드문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폴의 영입으로 휴스턴은 제임스 하든-크리스 폴로 이어지는 역사상 최고의 백코트 조합을 보유하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폴은 하든과 호흡을 맞추는 데 큰 흥미를 느껴 휴스턴 이적을 받아들였다. 다만, 여러 매체에서 지적했듯 두 선수의 볼 소유 분배를 해결하는 것은 오프시즌 마이크 댄토니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할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은 이에 그치지 않고 P.J 터커, 저우치, 룩-음바 아무테 등 알짜배기들을 대거 영입, 폴 트레이드의 반대급부로 팀을 나간 주요 벤치 선수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에 더해 휴스턴은 카멜로 앤써니의 영입전에도 뛰어드는 등 서부 컨퍼런스에 또 하나의 슈퍼팀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폴이 올 여름 팀을 떠난 것에는 우승에 대한 열의가 가장 큰 이유다. 2005년 NBA에 데뷔 한 이후 폴은 선수로써의 명성과는 별개로 단 한 개의 우승반지도 손에 끼지 못했다. 심지어 일부 국내 팬들은 폴이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조차 한 번도 오르지 못한 것을 두고 “그분 그래서 컨퍼런스 파이널은 가보셨냐”의 줄임말인 그그컨이란 말로 폴을 처지를 비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여름 폴이 팀을 떠난 또 다른 이유는 닥 리버스 감독의 아들 사랑에 크게 실망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후문이다. 그 내용은 즉, 지난 시즌 앤써니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었던 리버스 감독은 앤써니 트레이드 매물에 자신의 아들인 오스틴 리버스가 포함되자 이를 반대, 이로 인해 앤써니의 영입이 물거품이 돼버린 것에 대해 폴이 큰 실망감을 느끼며 스스로 팀을 떠났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리버스 감독이 경기 도중이나 훈련 중이나 자신의 아들에게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등 이전부터 클리퍼스의 정치 역학적 관계는 폴을 중심축으로 하여 매우 복잡하다는 루머들이 여러 차례 美 현지 언론들에 의해 보도된 바 있었고 결국, 올 여름 폴의 트레이드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됐다.
반대로 클리퍼스는 폴을 휴스턴으로 보내면서 패트릭 베벌리, 루 윌리엄스, 샘 데커, 몬트레즈 해럴, 대런 힐라드, 디안드레 리긴스, 카일 윌터, 7명의 선수와 2018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한 장과 함께 현금 66만 1천 달러를 받아왔다. 이들의 영입으로 클리퍼스는 그간 팀의 약점으로 평가받던 벤치전력을 단숨에 보강했다. 또, 이를 통해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폴이 리그 정상급의 가치를 지닌 선수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폴과 함께 FA 대상자였던 블레이크 그리핀의 잔류를 이끌어냈고 다닐로 갈리나리, 밀로시 테오도시치 등 준척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 클리퍼스는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폴의 트레이드로 오히려 팀의 전체적인 전력은 이전 시즌보다 더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당초, 클리퍼스를 떠날 것으로 보였던 그리핀은 5년 간 총 1억 7,30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클리퍼스는 폴의 이탈과 함께 즉각 플랜 B를 가동하면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고 닥 리버스 클리퍼스 감독 역시 오프시즌 팀의 행보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다음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럽 최고 포인트가드, 유럽 정복에 이어 NBA 정복에도 성공할까?
유럽 최고의 포인트가드인 밀로시 테오도시치(30, 196cm)는 지난 6월, NBA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그간, 테오도시치는 NBA 진출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2010년부터 마이애미 히트가 테오도시치 영입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등 국제무대와 유럽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그에게 많은 수의 NBA 팀들이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들의 러브콜에 돌아오는 것은 테오도시치의 차가운 냉대뿐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브루클린 네츠가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지만 테오도시치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그러나 그런 그가 마음을 바꿔 올 여름 NBA 진출을 공식화했다. 올 여름 테오도시치의 前 소속팀, CKSA 모스크바가 재계약 조건으로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했음에도 그의 마음은 이미 NBA로 떠난 뒤였다. 실제로 테오도시치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유럽리그를 넘어 더 넓은 세상에 도전할 때가 됐다. 올 여름 나는 NBA로 농구여행을 떠날 것이다”는 말로 NBA 도전을 공식선언하기도 했다.
1987년생인 테오도시치는 196cm의 장신 포인트가드로 화려한 패싱력과 빅맨들과의 2대2 플레이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다. 이미 국제무대에서도 미국대표팀을 상대로 날카로운 패싱력을 선보여 많은 팬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세르비아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 중인 테오도시치는 지난 2016 리우올림픽 남자농구 결승에서 미국을 상대로 홀로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도 “지난 10년간 국제무대에서 내가 본 최고의 가드는 테오도시치였다”는 말로 경계심을 표하는 등 NBA 선수들을 상대로 테오도시치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입증이 끝난 상태다.
패스 못지않게 득점력도 수준급이다. 직접적인 돌파로 스스로 마무리 짓는 능력이 탁월한 것은 물론, 3점슛까지 비교적 정확하다. 또,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폭발력도 테오도시치를 유럽 최고의 선수로 만든 원인 중 하나다. 다만, 폭발력만큼이나 기복이 있다는 점은 옥에 티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종종 무리하는 모습을 보이며 팀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 예로 2015년 유로바스켓 3위 결정전에서 토니 파커의 노련한 수비벽에 막히며 경기가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자 무리한 모습들을 연발, 이는 팀의 패배로 이어지기도 했다.
계속해 테오도시치의 장점을 말한다면 ‘지독한 승부욕’과 ‘노력’을 들 수 있다. 2009년 테오도시치는 NBA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했지만 리그 30개 구단들로부터 모두 외면 받았다. 이에 충격을 받은 테오도시치는 개인훈련을 열심히 했고 그 결과 2009-2010시즌 유로리그에서 평균 13.4득점(FG 48.9%) 2.5리바운드 4.9어시스트 1.8스틸을 기록,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오히려 신인드래프트 낙마가 테오도시치에게는 동기부여가 됐고 2010년 유로리그 MVP의 주인공이 되는 등 유럽 최고의 선수가 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더불어 때로는 코트 위에서 상대팀 선수들과의 신경전도 마다하지 않는 등 테오도시치는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선수다.
또한 테오도시치는 프로 데뷔 때부터 외곽슛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2007년 그리스 리그의 올림피아코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테오도시치는 당시 3점슛 성공률이 30%를 밑도는 등 올림피아코스에서 보낸 4시즌 동안 평균 야투성공률이 40%를 넘은 적이 2009-2010시즌 단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슛이 불안정한 선수였다.(*테오도시치의 커리어 평균 야투성공률은 43.2%다)
그러나 그리스를 떠나 러시아 리그에 안착한 테오도시치는 성장을 거듭, 자신의 강점이었던 화려한 패스,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함께 득점력까지 갖춘 선수로 성장하며 유럽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발돋움했다. CSKA 모스크바에서 보낸 6시즌 동안 테오도시치는 매 시즌 3점슛 성공률 35% 이상을 기록하는 등 3점슛 장착에도 성공했다. 더 놀라운 것은 올림피아코스에 있을 때보다 출전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같은 기록을 냈다는 점이다.
이렇게 유로리그 정복에 성공한 테오도시치는 급기야 유럽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인 2016-2017시즌, 평균 16.1득점(FG 44.4%) 2.1리바운드 6.8어시스트를 기록,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는 등 유럽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작별을 고했다. 3점슛 성공률도 2016-2017시즌 평균 38.1%를 기록했다. 이렇게 10년간의 유럽생활을 거치면서 유럽 최고의 선수가 된 테오도시치는 이제 클리퍼스와 함께 ‘NBA 정복’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받아들었다.(*테오도시치의 커리어 평균 3점슛 성공률은 37.8%다)
물론, 테오도시치의 영입이 클리퍼스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그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유럽리그와 NBA는 그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 테오도시치가 유럽 최고의 선수라고는 하지만 유럽에서 맹위를 떨친 선수들이 무조건 NBA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까지 유럽에서 이름을 날린 선수들 중 NBA에서까지 성공한 선수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을 보면 2015-2016시즌 유로리그 MVP 출신의 네만야 비옐리차(미네소타)가 NBA로 돌아왔지만 그 역시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지난 시즌 식스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2016-2017시즌 비옐리차는 평균 18.3분 출장 6.2득점(FG 42.4%) 3.8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
이 때문인지 몰라도 그간 테오도시치가 유럽 진출을 선언하기 전 그의 행선지로 샌안토니오 스퍼스나 유타 재즈가 거론됐던 이유도 이들이 유럽 농구와 흡사한 시스템 농구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테오도시치 본인 역시 자신이 가고 싶었던 팀으로 샌안토니오를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클리퍼스는 테오도시치 영입에 가장 근접한 팀은 아니었다. 당초, 시카고 불스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테오도시치의 행선지로 유력해보였으나 유럽 최고의 가드의 선택은 언론들과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클리퍼스였다.
깔끔한 2대2 픽앤 롤 플레이 전개가 강점인 테오도시치에게 그리핀과 디안드레 조던은 좋은 파트너가 돼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올 여름 테오도시치의 영입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바로 그 누구도 아닌 D.조던일 것이다. D.조던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수비형 센터이다. 최근 4시즌 연속으로 평균 13개 이상의 리바운드와 1.5개 이상의 블록슛을 기록하는 등 클리퍼스 인사이드 수비의 핵심은 D.조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에 반해 공격기술이 전무,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덩크슛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개인 공격력은 제로에 가까운 선수다. 2013-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4시즌 연속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하고 있지만 D.조던이 올리는 득점의 대부분은 폴이 먹기 좋게 만들어 준 것들이다. 때문에 클리퍼스로선 폴과의 이별로 공격적인 부분에서 D.조던의 활용에 대해 걱정거리가 생겼지만 테오도시치의 영입을 통해 어느 정도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D.조던은 2016-2017시즌 81경기 평균 12.7득점(FG 71.4%) 13.8리바운드 1.7블록을 기록)
또, 테오도시치의 백코트 파트너가 되어줄 것으로 유력한 패트릭 베벌리의 수비에서의 영향력도 테오도시치가 NBA에서의 첫 시즌을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하든이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베벌리의 보이지 않는 공헌이 컸다. 전투적인 수비가 일품인 베벌리는 상대팀에 있어선 눈에 가시와도 같은 존재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군에게 있어선 이보다 더 든든한 동료는 없을 것이다. 또, 베벌리도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NBA로 돌아온 선수이기에 테오도시치의 적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베벌리는 2009 NBA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42순위로 클리퍼스에 지명됐었다)
이처럼 현재의 클리퍼스에는 테오도시치의 적응을 도와줄 동료들이 많이 있다. 더불어 테오도시치 본인도 앞서 언급했듯 유럽리그와 국제무대를 거치며 풍부한 경기경험을 쌓은 선수이기에 NBA 적응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오도시치는 세 차례나 올-유로리그 퍼스트팀에 뽑히는 등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였다. 하지만 유로리그 우승 경력이 단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 리그의 상황을 볼 때 클리퍼스를 우승후보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올 여름 서부 컨퍼런스의 팀들을 공격적인 영입을 통해 강력한 전력들을 구축, 대부분의 팬들은 서부 컨퍼런스를 가리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바로 테오도시치가 유로리그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NBA에서도 재현한다면 차기 시즌 클리퍼스 또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변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2017-2018시즌 클리퍼스의 운명은 폴의 손끝을 떠나 새로운 야전사령관 테오도시치의 손끝에 달리게 됐다.

▲ 팀 주축이 된 그리핀, 다음 시즌 그에게 주어진 특명은 ‘건강관리!’
올 여름 클리퍼스는 폴과의 이별로 야전사령관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팀 주축선수의 간판까지 폴에서 그리핀으로 바뀌었다. 2009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클리퍼스에 입단한 그리핀은 데뷔시즌인 2010-2011시즌 82경기 전 경기 출장 평균 22.5득점(FG 50.6%) 12.1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NBA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그리핀은 2009년 프리 시즌 도중 입은 부상으로 인해 2009-2010시즌을 통째로 결장했다)
이후 예상과 다르게 그리핀의 성장세는 조금 더딘 모습이었다. 그러나 폴의 합류와 리버스 감독의 지도력이 더해지면서 그리핀은 성장을 거듭, 어느새 클리퍼스의 에이스는 폴이 아닌 그리핀이라는 평가들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그리핀은 데뷔 시즌 이후 조금씩 자신의 공격범위를 인사이드에서 아웃사이드로 넓혀나가면서 전천후 공격수로 거듭났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3점슛 장착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여기에 패싱센스까지 뛰어나 그리핀은 경기 도중 간간이 화려한 패스들을 성공시키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2016-2017시즌 그리핀은 평균 1.9개의 3점슛(3P 33.6%)을 시도, 이는 데뷔 후 가장 많은 3점슛 시도였다)
이렇게 리그 정상급의 파워포워드로 거듭난 그리핀이지만 최근 3시즌 동안 그의 행보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리핀은 데뷔시즌 말썽을 일으켰던 무릎에 계속 이상이 생기며 지난 3시즌 동안 정규리그 199경기 출장에 그쳤다. 2014-2015시즌에는 그나마 플레이오프에 맞춰 성공적으로 복귀, 맹활약을 펼쳤지만 지난 2시즌은 1라운드부터 부상으로 이탈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규리그도 그렇고 플레이오프도 그렇고 그리핀은 팀이 좋은 성적을 유지할 때 전력에서 이탈,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지난해 여름부터 그리핀의 입지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해보였다. 2015-2016시즌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있을 당시, 구단 관계자와 폭력시비가 붙으며 구설수에 오르는 등 어느새 그리핀에게는 모범생이 아닌 말썽꾸러기의 이미지가 따라다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여름부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로의 이적설이 도는 등 꾸준히 트레이드 블록에 이름을 올리며 클리퍼스와 그리핀의 동행도 올 여름이 끝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핀 역시 폴과 마찬가지로 리버스 감독의 태도에 실망을 느껴 팀을 떠날 것이란 예측이 난무했지만 그의 선택은 예상과는 다르게 클리퍼스 잔류였다.
이렇게 잔류를 선택, 계속해 클리퍼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게 된 그리핀은 이제 다음 시즌 아직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리핀은 데뷔 시즌 이후 꾸준히 공격범위를 넓혀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를 가리지 않고 득점을 올리는 선수가 됐다. 뿐만 아니라 탁월한 패싱감각을 바탕으로 종종 하이포스트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맡는 모습까지 보였다. 美 현지 언론들도 “다음 시즌 클리퍼스의 강력한 무기는 조던과 그리핀의 2대2플레이가 될 것이다”라 말할 정도로 그리핀이 공격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는 눈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최근 2시즌 동안 부상재발을 우려한 탓인지 격한 몸싸움을 기피하는 등 인사이드보다는 아웃사이드에서의 공격비중을 높이며 전문가들의 비판을 듣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사이드에서의 생산성은 뛰어나지만 다음 시즌은 외곽 공격에 강점이 있는 갈리나리가 팀에 합류한다. 그렇기에 그리핀이 계속해 인사이드가 아닌 아웃사이드에서 공격비중을 늘려나간다면 갈리나리와의 호흡에서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그리핀으로선 다음 시즌 팀을 위해 데뷔 초 보여줬던 것처럼 인사이드에서의 터프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모두는 그리핀이 건강하게 코트 위에 있을 때나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리핀 같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선수에게 항상 부상의 위험이 따르기 쉽다는 점도 인정한다. 또, 지난 3시즌은 팀을 위해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음에도 복귀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발가락 부상을 당하며 시즌아웃 된 그리핀은 현재 부상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美 현지에선 그리핀이 오프시즌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시즌 개막에 맞춰 복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제는 명실상부 팀의 확실한 중심으로 거듭난 그리핀이기에 오프시즌 그의 부상재활과 복귀 관련 소식들은 앞으로도 계속 클리퍼스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앞서 언급했듯 폴의 트레이드로 클리퍼스는 팀 전체적으로 전력보강에 성공했다. 우선, 가드진은 테오도시치-리버스-베벌리-윌리엄스가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중 2014-2015시즌 올해의 식스맨 수상에 빛나는 윌리엄스는 지난 시즌에도 평균 17.5득점(FG 42.9%) 2.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 에릭 고든(휴스턴)과 올해의 식스맨상을 두고 집안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수비에서는 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이기에 윌리엄스는 그리핀 등 주전 선수들이 벤치로 물러났을 때 팀 공격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자말 크로포드가 올 여름을 떠났지만 윌리엄스가 있어 안심하고 경기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클리퍼스 팬들에겐 미운 오리새끼인 리버스도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지난 시즌을 거치며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리버스는 2016-2017시즌 74경기에서 평균 12득점(FG 44.2%) 2.2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어 포워드진에선 데커와 헤럴의 활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선수 모두 에너지가 넘치는 포워드들로 득점력은 부족하지만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에서 제몫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주전 스몰포워드로 나설 예정인 갈리나리도 부상으로 쓰러질 위험성이 큰 선수다. 실제로 최근 3시즌 동안 갈리나리는 총 175경기를 출장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커리어 평균 15.3득점(FG 42%)을 기록할 정도로 득점력이 있는 선수기에 부상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쓴다면 클리퍼스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센터진도 개편이 이루어졌다. 클리퍼스는 이번 FA시장에서 지난 시즌 백업 빅맨으로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던 모리스 스페이츠와 결별하고 윌리 리드를 팀으로 불러들였다. 리드는 지난 시즌 마이애미 소속으로 뛰면서 평균 14.5분 출장 5.3득점(FG 56.8%) 4.7리바운드 0.7블록을 기록, 준수한 수비력과 림 프로텍팅 능력을 보유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리드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애틀랜타 호크스 등 다수의 팀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베테랑 미니멈 계약에 클리퍼스로 둥지를 옮겼다. 올 여름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옵트-아웃을 선언한 리드였지만 예상과 다르게 저가의 계약을 맺으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언론들도 리드의 클리퍼스행에 대해 “클리퍼스가 적은 돈을 사용해 알찬 영입에 성공했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클리퍼스의 리버스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팀에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리버스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우리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는 지난 4년간 정규리그에선 많은 게임을 이겼지만 항상 무엇인가 부족했다. 그것은 바로 원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를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조금씩 이기적인 마음을 가졌기에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우리는 이기는 방법과 팀이 하나로 뭉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바로 ‘우승’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리버스 감독의 말처럼 클리퍼스는 지난 몇 년간 폴-그리핀-D.조던으로 이어지는 빅3를 앞세워 정규리그를 호령했다. 그러나 항상 플레이오프만 가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폴이 팀에 합류한 이후 클리퍼스가 플레이오프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은 2라운드 진출이 고작이었다. 이에 올 여름 클리퍼스는 비록 자신들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폴과의 이별이라는 변화의 칼을 빼들었다. 이 변화가 과연 클리퍼스에게는 약이 될지 아님 독이 될지 이제는 앞으로 3개월 여 남은 오프시즌이 매우 중요해진 클리퍼스다.

#사진=유로리그, 점프볼 DB(손대범 기자, 이호민 통신원),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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