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민준구 기자]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무대였다. 윌리엄존스컵에 나선 한국남자농구대표팀이 6승 3패의 무난한 성적을 기록한 채 윌리엄존스컵을 마쳤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 39회 윌리엄존스컵에 출전했다. 대표팀은 시작부터 좋지 못했다. 15명의 선발 명단이 발표된 후 주장을 맡았던 양희종(KGC)과 김시래(LG)가 부상으로 대회 출전이 불가했다. 13명의 선수로 9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경기를 치러야 했다.
많은 우려 속에 대만으로 건너간 대표팀은 2진급인 대만W와의 첫 경기를 간신히 이기며 위태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어진 인도와의 경기는 3점슛 19개를 성공하며 대승을 일궈냈다. 이후 대표팀은 확실한 색깔을 띠었다. 비교적 느슨했던 수비에 비해 공격력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반면 상대에게 더 많은 3점슛을 허용했을 땐 무기력하게 패했다.
대표팀이 승리했던 6경기의 평균 3점슛 성공 개수는 14개로 엄청난 화력을 뽐냈다. 패했던 때도 무려 8.6개로 결코 나쁘지 않았다. 다만 13개의 3점슛을 허용한 부분은 문제였다. 수비를 배제하고 화력전에 나섰을 때 따라오는 위험성을 감지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3점슛 개수를 성공시킨 이정현(KCC)과 전준범(모비스), 임동섭,허웅(이상 상무)을 보유한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양궁 농구’의 끝을 보여줬다. 리투아니아와 함께 존스컵에서 가장 많은 3점슛(110개)를 터뜨린 팀이 됐다. 그동안 허재 감독이 기대했던 ‘양궁 농구’의 완성형을 보여준 셈이다.
대표팀의 가장 큰 수확은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않고 대회를 온전히 마쳤다는 것이다. 매 쿼터마다 선수들을 전원 교체한 허재 감독은 최고 20분에서 5분까지 출전 시간을 조절하며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에 나섰다.
대회 중에 많은 실험도 했다. 특히 이라크전과 대만B와의 경기에서 최준용(SK)을 포인트가드로 기용하며 장신 라인업을 가동한 부분은 획기적이었다. 앞으로 만날 뉴질랜드, 중국 등 장신 선수가 많은 팀들에게 알맞은 전술을 시험해 본 것이다. 실책도 많았고 대만B전 패배의 이유가 됐지만, 허재 감독의 실험 정신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대표팀의 문제점도 분명했다. 패배한 3경기는 물론, 이라크 전을 제외하면 높이 싸움에서 모두 밀렸다. 비아시아권 팀인 리투아니아에겐 15개(23-38), 캐나다에겐 20개(27-47) 차이를 보이며 확연한 격차를 느꼈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 승리는 거뒀지만, 이란처럼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팀에게 무기력했다.

대표팀은 존스컵에서 4명의 센터를 합류시켰다. 오세근(KGC), 김종규(LG), 이종현(모비스)을 비롯해 언제든 골밑을 지킬 수 있는 이승현(상무)까지 어느 때 보다 좋은 선수 구성을 이뤘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아시아권 팀들이 과거보다 더 크고 힘 있는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중국과 이란을 제외하면 해 볼만 했던 높이 싸움이 전혀 되지 못했다.
최준용과 김종규가 경기당 4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지만, 오세근과 이종현은 도합 6.2개만을 기록하며 심각함을 보였다. 그동안 팀의 궂은일을 담당하며 리바운드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이승현은 2.9개에 불과했다. 대표팀은 리바운드의 열세로 인해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블루 워커’의 실종도 문제였다. 대표팀은 대회 전 양희종의 부상 악화로 에이스 전담 수비수와 궂은일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를 잃었다. 대표팀 내에는 장신 포워드로 분류되는 최준용과 양홍석(중앙대), 임동섭(상무), 전준범이 있다. 하나 이들은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선수들로 수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최준용이 유일하다. 철저한 박스 아웃과 허슬 플레이가 실종된 것도 꼽을 수 있다. 리바운드의 열세와 높은 실점률(78.4점)이 이를 증명해준다.
높이의 약세는 골밑 득점의 빈약함을 나타낸다. 3점슛이 터질 때에는 아무런 걱정이 없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비할 마땅한 비책이 없다. 대표팀은 존스컵에서 페인트 존 내에서의 패턴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국제무대에서 대표팀이 통할 수 있는 무기가 ‘3점슛’ 뿐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존스컵을 마친 대표팀은 이제 8월 10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릴 2017 FIBA 아시아컵에 출전하게 된다. 이 대회는 농구 월드컵 진출권이 걸려 있지 않지만, 곧 있을 2018 중국 농구 월드컵 예선전을 대비한 전초전이다. 존스컵에서 드러난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합류한 아시아 예선은 과거보다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NBA(미국 프로농구)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참여는 불투명하지만, 큰 신장과 좋은 슛을 보유한 선수들이 즐비한 팀들은 위협적이다. 2014 농구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은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 사진_폥미예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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