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올해의 농구인] 이정현 ‘다사다난’ 2018년, 그래도 ‘영광’으로 마무리

민준구 / 기사승인 : 2019-01-03 03: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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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2018년 한 해 동안 이정현만큼 바쁜 한 해를 보낸 농구선수가 또 있을까? 2017-2018시즌을 마친 뒤, FIBA 월드컵 예선과 남북통일농구대회, 윌리엄 존스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이정현은 쓰러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이끌었고,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올해의 농구인> 남자선수 부문 역시 이정현의 차지였다. 365일 내내 농구만 바라보며 바삐 달려온 이정현에게 점프볼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였다.

※ 점프볼 2019년 1월호에 소개된 본 인터뷰는 12월 18일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

“제가 받아도 되는 상 맞는 거죠? 연세대 (이)정현이가 받는 걸 저로 오해하신 거예요(웃음)?” <올해의 농구인> 남자선수 부문으로 선정된 이정현은 소식을 접한 뒤, 손사래를 쳤다. 자신이 받아선 안 되는 상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2018년 한 해를 빛낸 남자선수 중 이정현만큼 꾸준하고 뛰어난 선수가 있을까? 이정현의 물음에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올해 최고의 남자선수는 전주 KCC의 이정현 선수입니다.”

2010-2011시즌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정현은 매 시즌 성장을 거듭하며 어느새 대한민국 최고의 슈팅가드로 올라섰다.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며 프로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은 모두 누렸다. 더 나아가 이제는 국가대표팀에서도 ‘대체 불가’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상복이 없었다는 것. 이정현은 <올해의 농구인> 상을 받은 뒤, “그동안 상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네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선택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물론 부담감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의미로 받을게요. 투표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 최고 연봉 선수의 책임감
2016-2017시즌 이후, 이정현은 ‘친정’ KGC인삼공사를 떠나 KCC에 새로 합류했다. 무려 9억 2천만 원이라는 역대 최고액과 함께 말이다. 시즌 전, 대다수 언론들은 KCC의 우승을 점쳤다. 이정현의 합류로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했기 때문. 그러나 예상보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중요한 경기마다 패했고, 결국 정규리그 3위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플레이오프 역시 쉽지 않았다. 6강에서 만난 전자랜드는 KCC를 벼랑 끝까지 몰고가기고 했다.

어렵게 올라간 4강에서는 SK가 버티고 있었다. 이정현은 4경기 평균 19.0득점 3.5리바운드 4.0어시스트로 활약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했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아쉬움만 남았던 것 같아요. 돌이켜봐도 당연히 우승했어야 할 전력이었거든요. 고비 때마다 무너졌던 게 문제였어요. 중요한 승부에서 패했던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우승하기 위해 KCC에 왔는데 이루지 못해 죄송했어요”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제 한 시즌이 지났을 뿐이다. 5년 계약을 맺은 이정현에게는 앞으로 4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처음 KCC에 왔을 때, 5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첫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시즌이 됐지만, 아직 확신이 서지는 않아요. 안 좋은 일도 많았고, 부상 선수들도 있어서 100% 전력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어린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당장 우승은 힘들더라도 다음 시즌에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성장 중인 선수들이 큰 힘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전통의 강호지만, 최강은 아니에요. 현재보다 미래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고액 연봉 선수인 제가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 금강불괴는 쓰러지지 않는다
이정현을 상징하는 수많은 단어 중, 가장 와닿는 건 바로 ‘금강불괴’다. 프로 데뷔 후, 347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세웠다. 국가대표 차출 및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결장한 적이 없다. 국가대표에서도 금강불괴의 위력은 대단했다. 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서는 출전시간 전체 2위(274분)에 오르기도 했다.

이정현은 “스스로 몸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해요(웃음). 피곤한 일을 최대한 피하고, 휴식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거든요. 경기가 끝나면 사우나에서 몸을 풀기도 하고,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며 피로도를 낮추려고 해요. 어릴 때는 이것저것 많이 먹었지만, 요즘은 탄산음료나 인스턴트 식품을 쳐다보지도 않아요. 영원히 젊은 몸을 가질 수 없잖아요. 꾸준한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또 보강 운동을 통해 부상 방지에 많은 신경을 써요”라고 이야기했다. 또, 이정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바나나다. 바나나는 이미 많은 운동선수들이 단기 체력 회복을 위해 즐겨 먹고 있다. 이정현 역시 “경기 전에 바나나를 먹으면 체력 회복에 좋다고 들었어요. 몸에 부담도 안 되고 식사대용으로도 좋아요. 소화도 잘돼서 즐겨 먹고 있어요”라며 바나나 예찬론자임을 강조했다.



▲ 잊을 수 없는 첫 방북
2018년 7월, 대한민국 남녀 농구 대표팀은 평양을 방문해 남북통일농구 대회에 참가했다. 무려 4일을 북한에서 보낸 것. 북한이 첫 방문이었던 이정현은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제게 있어 남북통일농구 대회는 신기함, 그리고 불편함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살면서 처음으로 북한에 간 것이기 때문에 매 순간이 새로웠죠. 사실 불편함도 있었어요.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 호텔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고요. 평소에 겁이 없는데 북한에서는 4일내내 조심했던 것 같아요. 평화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데 우리 때문에 악화되면 안 되잖아요. 매 순간 조심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방북의 유일한 소득이라면 그 유명한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었다는 것. 이정현은 “처음에는 진짜 맛있어요. 허재 감독님은 예전에 비해 냉면 맛이 바뀌었다고 하셨어요. 저는 나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아시안게임의 아픔, 월드컵 진출의 기쁨
그렇다면 이정현에게 2018년 한 해 동안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일까. “2018년은 행복했던 순간보다 아쉬웠던 순간이 더 많았어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절정이었죠. 농구 팬들의 기대가 생각보다 높으셨던 것 같아요(웃음). 악조건 속에서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가져왔지만, 환영받는 느낌은 없었으니까요.” 아시안게임 당시, 이정현을 비롯한 선수단의 컨디션은 최악에 가까웠다. 5개월이 넘는 소집 기간, 그리고 중국과 홍콩(월드컵 예선), 일본(친선전), 북한(통일농구), 대만(존스컵), 인도네시아(아시안게임) 등 여러 국가를 쉼 없이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선수촌 환경도 문제가 됐다. 이정현은 “일반 여관보다 못한 곳에서 3명씩 지냈어요. 모든 선수들이 동일한 조건이었던 만큼, 핑계 대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도 여러 문제가 우리를 힘들게 했던 건 사실이에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라며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아시안게임 실패에 대한 이정현의 최종 진단은 페이스 조절 실패였다.

“아시안게임만 바라보기 힘든 일정이었어요. 허재 감독님이 많은 부분을 배려해 주셨지만, 단기간에 너무 많은 일정을 소화했거든요. 페이스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죠. 사실 여론의 관심도 여자농구 단일팀에 쏠려 있었잖아요. 컨디션도 안 좋고, 관심도 받지 못하니 힘이 나지 않더라고요. 최악의 환경에서 나름 좋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환영받지 못해 서운한 마음도 있었어요. 물론 결승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정현을 비롯한 남자농구 대표팀은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단숨에 분위기 반전을 일으켰다. 2017년 11월부터 시작된 월드컵 홈 앤드 어웨이 예선에서 8승 2패 호성적을 거둔 것이다. 이정현은 “그동안 국제대회는 짧고 굵게 끝났잖아요. 축구처럼 농구 역시 홈 앤드 어웨이로 예선을 치르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홈 팬들 앞에서 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것 같아요. 또 월드컵 진출권을 가져오면서 팬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씻을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라며 웃음 지었다.

이정현은 지난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진행된 window-5 BEST5에 선정되기도 했다. 레바논과 요르단 전에서 평균 17.0득점 2.5리바운드 5.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닉 파지카스(일본), 이 지엔리엔(중국), 알렉산드르 지굴린(카자흐스탄), 토마스 아베크롬비(뉴질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정현은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엄청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잘한 것보다 동료들이 잘 받쳐줬기 때문이에요. 슈터인 저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 거죠”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첫 세계대회, 대한민국 농구의 저력 보이겠습니다!
남자농구 대표팀에서 주장 양희종을 제외하면 이정현의 위치는 최고참이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고, 책임감도 더해졌을 터. 이정현은 “(양)희종이 형이 리더 역할을 정말 잘해줘요. 또 후배들도 알아서 잘 따라오기 때문에 조직력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아요. 톡톡 튀는 후배들이 몇 명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웃음). 김상식 감독님도 시즌 중에 차출된 선수들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세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책임감은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죠”라며 자신했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기회. 모든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이정현에게 있어 월드컵은 특별한 의미로 존재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TV로만 봤던 그들이 어떤 농구를 보여줄지 기대가 돼요. 또 제임스 하든이나 루카 돈치치처럼 같은 포지션에서 정상에 서 있는 선수들과 경쟁하고 싶어요. 엄청 깨지겠지만(웃음), 또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그들과 나란히 섰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일 거예요.”

또 하나, 이정현은 월드컵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 농구의 저력을 보여줄 거라고 다짐했다. “아직 조 편성도 안 됐고,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나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 않아요. 그래도 침체된 대한민국 농구를 살릴 기회라고 생각해요. 승부는 지더라도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매번 얻어맞더라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팬들도 응원해주시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농구가 절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진_ 문복주, 한필상 기자,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영상촬영/편집_김남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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