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 감독’ 김승기, 명장 대열에 들어서다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4-30 0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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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선, 신선우, 유재학, 전창진, 허재…, KBL에서 빼어난 지도력과 성과로 인정받은 명지도자들이다. 각각의 성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능력과 업적에 대해서는 다들 인정한다. 그들이 있을 때 해당팀은 전성기를 누렸고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50‧182cm)은 명장의 경계선에 살짝 걸쳐 있던 인물로 꼽힌다. 2015년 부임한 이후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궈낸 것을 비롯 본인 만의 스타일로 현재의 KGC 농구를 완성한 장본인이다. 2016~17시즌에는 통합우승을, 2020~21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전승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아직 한창인 나이를 감안했을 때 어디까지 커리어를 이뤄낼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현재까지의 성과만 놓고 봤을 때도 명장이라는 호칭을 쓰기에 손색이 없다. KBL 역사상 두 번 이상의 우승을 차지한 감독은 김승기를 제외하면 5명밖에 되지않는다. 유재학(6회), 신선우, 전창진(이상 3회), 최인선, 허재(이상 2회) 감독 등이 그들인데 김승기는 이들중 유일한 70년대생 감독이다. 함께 90년대 황금시대를 보냈던 쟁쟁한 동년배들 사이에서도 가장 성공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 김승기에 대한 평가는 여러모로 엇갈렸다. 지나치게 뺏는 수비, 주전위주의 경기운영으로 인해 혹사논란에 시달리는가 하면 작전타임시 지나치게 선수들을 닦달하는 모습으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승기의 이미지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지난 시즌 만들어낸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같은 경우 그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혹평도 함께 있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자레드 설린저가 잘해도 너무 잘했기 때문이다. 설린저는 빼어난 개인기를 앞세운 해결사 능력에 더해 넓은 시야와 노련미를 바탕으로 리딩, 패싱게임에서도 팀 중심에 섰는데 그로인해 KGC선수단 전체의 컨디션이 함께 살아나는 시너지 효과까지 발휘됐다.


시즌 막판에 들어와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않았음에도 크리스 윌리엄스, 크리스 랭, 피트 마이클, 단테 존스 등과 함께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워낙에 비중이 컸던지라 ‘설린저 시리즈’라는 얘기까지 있었다. 그로인해 감독 김승기는 묻히고 말았으며 이른바 ‘설린저가 없었다면?’이라는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러한 외국인선수를 데려와서 팀에 맞는 역할을 부여해주고 활용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다. 연일 화려한 전략 전술만 펼친다고 명장은 아닌 것이다. 유재학 옆에는 크리스 윌리엄스, 브라이언 던스톤이 있었다면 신선우는 조니 맥도웰, 찰스 민랜드, 문경은은 애런 헤인즈와 함께 전성기를 보냈다. 어차피 경기는 선수가 뛰는지라 그선수가 해당팀에서 잘 뛰고 있는 자체로 감독의 공도 함께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설린저가 김승기와 서로 대립각을 세워 갈등이 심각했다면 설린저 효과는 제대로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승을 차지하고도 낮은평가를 받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시즌 김승기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고있는 분위기다. 일단 저평가의 요소가 됐던 설린저는 올시즌 없으며 그 자리를 메워줘야할 1옵션 외국인선수 오마리 스펠맨(25·203㎝)마저도 빠진 채 6강, 4강을 통과했다.

 

 

 


특히 4강에서 맞붙었던 2위 KT는 3위 KGC보다 정규시즌 성적도 더 좋았거니와 4강 직행으로 인해 체력적, 전술적 준비 기간이 길었다. 전력누수가 심한 상태에서 객관적 전력이 더 강한 상대와 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GC는 놀라운 경기력으로 업셋을 만들어냈다. 첫경기를 내줄 때까지만 해도 힘들어 보였으나 이후 내리 3경기를 잡아내며 KGC팬들을 열광케했다.


정규시즌이라도 매우 힘들 상황에서 플레이오프같은 큰 무대에서의 외인 공백은 시리즈를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치명타라고 할 수 있다. KGC는 득점력에서 중심을 잡아줄 외국인선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팀이다. 양희종(38‧191.3cm), 문성곤(29‧196cm) 등 빼어난 수비수들을 앞세워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는 팀인지라 그로인해 취약해 질 수 있는 득점 부분을 외인을 통해서 채우고 있다.


스펠맨같이 개인기가 탁월한 선수가 내외곽을 흔들어주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빈자리에서 오세근(34‧200cm)이 포스트 인근을 오가고 전성현(30·189㎝)의 외곽슛도 터진다. 하지만 스펠맨이 빠짐으로인해서 KGC는 전면에서 상대를 폭격할 수 있는 주포가 사라졌고 상대팀이 받게되는 압박감도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김승기는 그런 상황에서 다양한 전략과 더불어 경기 흐름을 잘 읽어내는 노련미를 선보이며 KGC 특유의 신바람 농구를 변함없이 유지했다. 아예 가드를 한명도 코트에 내보내지 않은 변칙 무가드 라인업은 물론 2옵션 노장 외국인선수 대릴 먼로(36‧196.6cm)의 패싱력을 활용한 전략 등은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팀 KGC의 플레이오프 DNA 얘기까지 나오며 긍정적 이미지가 올라가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는 어려운 상대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10개구단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 있으며 4강직행후 3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따낸 상황인지라 체력 세이브는 물론 여러 가지 준비 등에서 훨씬 앞설 수밖에 없다. 반면 KGC는 6강, 4강전을 통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 상태다. 활동량이 많은 팀컬러를 감안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서는 KGC의 업셋을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그나마 최강전력 SK와 포지션별 매치업이 가능한 유일한 팀이며 그동안 빠져있던 스펠맨까지 돌아오기 때문이다. 양희종, 오세근 등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 건재하며 변준형, 전성현 등은 지난시즌 우승을 경험하며 큰 경기 경험을 제대로 쌓은 상태인지라 체력적 문제만 견디어 낼 수 있다면 좋은 승부가 기대되고 있다.


김승기는 대학시절 ‘터보 가드’라는 별명으로 명성을 떨치며 중앙대 리더로 활약했다. ‘컴퓨터가드’라고 불렸던 연세대 이상민과 라이벌 구도까지 만들어냈다. 신장은 크지 않았지만 출중한 운동능력에 더해 파워가 엄청났다. 국가대표팀 최고의 장사로 소문났던 파워포워드 현주엽과 씨름으로 무승부가 났다는 얘기가 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KBL에서는 이름값 만큼 활약을 해주지 못했고 주로 식스맨으로 뛰며 커리어를 마감했다.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도자로서 김승기는 대학시절 보여줬던 리더십을 한껏 발휘하며 선수로서 정점에 서지 못했던 한을 감독으로서 풀고 있다. 70년대생 최고의 명장으로 거듭나고있는 김승기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대형사고를 치며 다시 한번 농구계를 깜짝 놀라게 할수 있을 것인지, 인삼발 ‘터보 감독’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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