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KCC는 8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81-79로 승리했다. 혈투 끝에 KCC도 잠실과의 마지막 인사를 승리로 매듭지었다. 고양 소노, 창원 LG, 원주 DB, 서울 SK에 이어 KCC까지 잠실 원정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했다.
누군가에게는 학창 시절 정기전의 함성과 함께 농구의 열기를 처음 체감한 공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프로 무대의 우승과 플레이오프 기억이 켜켜이 쌓인 무대였다. 보조체육관에서 흘린 땀, 중립경기로 치러진 챔피언결정전의 환희, 어린 시절 올려다본 코트 위의 선망까지 저마다의 시간이 이 공간에 겹겹이 남아 있다.
잠실체육관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길목에서 KCC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오래 품어온 각자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아무래도 학창 시절에 더 많은 경기를 치른 잠실학생체육관, 장충체육관에서의 추억이 더 많긴 하다. 내가 다니던 시절에는 홍대부고에 체육관이 없었다. 그래서 잠실체육관 보조 코트에서 일정 기간 훈련을 한 적도 있었다. 잠실체육관에서는 정기전을 3차례 치렀고, 1994년은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출국일과 겹쳐서 못 뛰었다. 연세대는 나와 (서)장훈이, 고려대는 (전)희철이와 (현)주엽이가 대표팀에 차출됐다. 그 경기에서는 (연세대가) 전력이 좋은 고려대에 박살 났다. 내가 뛴 3경기는 다 이겼다(웃음). 정기전이 열리면 3층까지 관중이 가득 찼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렸고 정신도 없었다. KBL 출범 후에는 초창기 챔피언결정전 5~7차전이 중립경기로 치러졌는데 1997-1998시즌에 첫 우승, 1998-1999시즌에 2연패를 했다. 2차례 모두 우승한 곳이 잠실체육관이었다.

정기전을 치른 적도 있지만, 삼성 입단 후 2차례 모두 우승을 달성한 체육관이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신인 시절 삼성의 연고지는 수원이었지만, 당시에는 챔피언결정전 일부 경기가 중립경기로 열려 잠실체육관에서 우승했다. 당연히 2번째 우승이 더 기억에 남는다. 잊을 수 없는 시리즈다. KBL 최초 스윕이었고, 전향한 포지션에 정착한 시즌이기도 했다. 슛 성공률(3점슛 53.8%)도 높았다. 첫 우승 할 때는 무릎부상을 입어서 못 뛰었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드와이트 하워드에게 블록슛을 당한 게 여전히 망신이라 회자되고 있지만(웃음), 전성기 선수들과 경기를 치렀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그 정도 거리에서 슛을 던지면 블록슛 당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는데 걸렸다. 많은 추억이 있는 체육관이 사라진다니 아쉽지만 한국에도 NBA식 체육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배들, 팬들은 더 좋은 시설에서 농구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제대하면서 시즌 막판에 합류했던 2010-201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했던 체육관이다. 당시 6차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8-2009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3시즌 동안 2차례 우승했으니 그때가 KCC의 부흥기였다는 생각도 든다. (강)병현이가 우승을 결정짓는 3점슛을 넣었지만,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았다. 1차전 치른 직후부터 ‘할 수 있다’라는 예감이 든 시리즈였다. 그만큼 자신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체육관인데 없어진다니 아쉽다. 제대로 된 체육관이 지어져서 100년간 잘 쓸 수 있었으면 한다. 농구 외적인 용도로도 폭넓게 활용되는 체육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가대표 경기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플레이오프다. 오리온 시절 2016-2017시즌, 상대가 삼성이었다. 돌아보니 삼성의 마지막 플레이오프이기도 하더라. 군대 가기 전이어서 더 절실하게 뛰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10년 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가 가장 또렷하게 남아 있다. 또 공익근무를 하던 때 이곳 보조체육관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연예인 농구단에 잠시 몸담기도 했다. 농구 제일 잘하는 (박)진영이 형과 2년 동안 함께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운동했던 기억도 있다. 내가 처음 농구를 시작했을 때도 이곳에 와서 경기를 봤다. 중고등학생 때 삼성 홈경기에 뛰는 프로 선수들이 참 부러웠다. 서울을 홈으로 쓰는 팀이라는 점도 크게 느껴졌다. 삼성 선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김현준 농구장학금)장학금 안 주더라. 나름 엘리트 농구선수였는데(웃음).

잠실체육관은 아버지 때부터 30년 가까이 지켜봐 온 뜻깊은 공간이다. 익숙한 만큼 애틋함도 크다. 아쉬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더 멋진 모습으로 새롭게 지어진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기대도 된다. 그만큼 잠실체육관은 오랜 시간 좋은 기억과 기운이 쌓인 장소로 남아 있다. 어릴 때부터 이곳을 찾아온 기억도 선명하다. 아버지(허재)를 보러 아기였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닿았던 곳이다. 특히 정기전 당시 체육관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가득 채워지고 관중석이 반으로 나뉘어 있던 장면은 지금도 또렷하다. 팬들의 우렁찬 함성, 뜨겁게 달아오르던 분위기까지 잠실체육관은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아 있는 체육관이다. 그 시절 정기전을 뛰며 함께했던 시간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동료인 최준용, 허훈과도 그때 정말 가족처럼 지냈다. 정기전은 단순히 한 경기를 준비하는 자리가 아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더 특별했고 그때 맺은 관계는 지금까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_점프볼DB(유용우, 문복주 기자),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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