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데릴 먼로, BQ 만랩 코트의 지휘자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5-01 01: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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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챔피언결정전만 남은 KBL 플레이오프에서 KGC인삼공사가 또다시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시즌 KGC는 정규리그 3위로 시즌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얼핏봤을 때는 업셋 우승 같아 보였으나 실상은 아니었다. 6강, 4강을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단한번도 지지 않고 말 그대로 KBL 플레이오프 무대를 씹어먹었다. 가히 최강자 포스였다. 플레이오프에서의 KGC는 정규리그 때와는 전혀 다른 팀이 되어있었다.


여기에는 정규시즌 막판 대체 외국인선수로 들어온 자레드 설린저의 역할이 컸다. 설린저는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안정된 리딩, 패싱력까지 선보이며 전천후 에이스로 KGC를 이끌었다. 설린저가 중심을 잡아주자 정규시즌에서 다소 기복을 보였던 KGC 멤버들도 일제히 각성하며 역대급 팀으로 거듭나버렸다.


거기에 비해 정규리그 우승팀 KCC는 1옵션 외국인선수 타일러 데이비스가 이탈한데 이어 토종 에이스 송교창까지 부상 후 몸상태가 나빠지며 전력이 급다운됐고 결국 별반 힘도 쓰지못하고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의 신이 KGC를 도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최고의 플레이오프를 보냈던 KGC였다.


반면 이번 플레이오프는 다르다. 지난 시즌 우승을 만들어냈던 최강의 필승 카드 설린저가 없으며 그나마 공격적인 부분에서나마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던 1옵션 외국인선수 오마리 스펠맨(25·203㎝)마저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태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몸상태 및 컨디션은 여전히 미지수다.


더욱이 우승을 놓고 맞붙을 상대 SK는 3연승으로 일찌감치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해있는 상태로 체력적 우위는 물론 전력에서도 빈틈이 없다는 평가다. 결국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달라진 상태에서 마지막 승부를 준비해야 하는 KGC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GC는 대어 SK 사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설린저같은 슈퍼 치트키는 없지만 잘잡힌 포지션 밸런스를 바탕으로한 KGC 특유의 조직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KGC는 공격과 수비, 외곽과 골밑의 밸런스가 매우 이상적인 팀이다. 에너지 넘치는 변준형(26‧185.3cm)이 내외곽을 휘젓고 다니는 가운데 백전노장 오세근(35‧200cm)이 골밑과 미들라인에서 안정적으로 활약해주고, 빈틈이 생기면 여지없이 스나이퍼 전성현(30·189㎝)의 외곽슛이 터진다. 신구 수비장군 양희종(38‧191.3cm)과 문성곤(29‧196cm)은 상대팀의 화력을 짓뭉개듯 막아내는 것을 비롯 흐름까지 깨트려버린다. 돌격대장, 토종빅맨, 슈터, 수비수 등 강팀에 필요한 조각들이 고르게 들어가있다. 6강을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한 KGC의 힘이다.


문제는 SK 역시 KGC 이상으로 포지션별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팀이라는 사실이다. 김선형(34·187cm)은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운동능력을 앞세운 듀얼가드라는 점에서 노쇠화가 빨리 올 것이다는 혹평을 비웃듯 여전히 특유의 돌파력으로 내외곽을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고 있다. 거기에 안영준(27·196cm)은 빼어난 3&D 플레이어를 넘어 한창때 추승균처럼 전천후 살림꾼으로 진화중이다.


리그 최고의 득점머신 자밀 워니(28·199㎝)는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물오른 기량을 과시중이고 노련한 슈터 허일영(37‧196cm)은 빈틈이 생길 때마다 외곽슛을 적중시키며 상대팀에게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재현(22‧186cm), 최원혁(30·183㎝)등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주요 선수를 틀어막으며 팀내 에너지 레벨을 더해준다.


KGC만큼이나 팀 전력이 균형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으며 양적으로는 더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분위기를 타면 KGC, 장기전으로 가면 SK가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고있는 이유다. 여기서 주목해야 될 키포인트는 양팀의 ‘컨트롤 타워’대결이다. KGC와 SK를 이끄는 변준형, 김선형은 둘다 운영형이 아닌 돌격형 가드다. 포지션 특성상 1번 역할은 어느정도 해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본인 득점이 많이 나와야 흥이 나는 스타일들이며 정통적인 퓨어가드에 비해 리딩, 볼배급 등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을 받쳐주는 2번 역시 보조리딩에 능한 타입이 아니다.


이런 특성의 팀은 어느 정도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올시즌 KGC와 SK는 그러한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1번 외에 다른 포지션에서 그런 부분을 분담하며 팀내 볼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고있기 때문이다. 분업농구에 좋은 포지션 구성을 가져가면서도 토탈농구의 장점까지 보여주고 있다.


SK 최준용(28·200㎝)은 ‘포인트 포워드’로 불린다. 예전같으면 빅맨을 봐야할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기동성, 운동능력, 슈팅력을 고르게 탑재한 것을 비롯 볼핸들링, 리딩, 패싱능력까지 갖춘 전천후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다. 주포지션은 스몰포워드지만 상황에 따라 1~4번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선수답게 코트에 나서는 선수 구성에 따라 자유롭게 포지션을 오가며 필요한 플레이를 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가 있기에 전희철 감독은 유동적으로 선수를 기용하는게 가능하다.

 

 

SK에 최준용이 있다면 KGC에는 ‘포인트 센터’ 대릴 먼로(36‧196.6cm)가 버티고 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스펠맨이 결장하게되자 대부분 팬과 관계자들은 KGC의 챔피언결정전 진출가능성을 희박하게 봤다. 팀내 득점 1옵션이 빠졌으니 당연한 예측이었다. 먼로가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2옵션 외국인선수인데다 나이까지 적지않아 꾸준한 활약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는 혹평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먼로는 홀로 외국인선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자신보다 젊고 강력한 상대 외국인 빅맨들을 모두 이겨내고 팀을 챔피언결정전까지 이끌어냈다. 노쇠화 우려는 둘째치고 체력문제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특유의 플레이스타일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만약 먼로가 득점에서 욕심을 부렸다면 KGC는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본래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하는 선수도 아니거니와 노장이 무리를 하게되면 팀 조직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리한 그는 팀내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알고 있었던지라 무리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간결하고 영리한 플레이로 긴시간을 버티면서 팀에 공헌했다.


에너지 레벨이 높은 선수가 워낙 많은 KGC인지라 먼로의 적은 활동량은 문제가 되지않았다. 높은 BQ를 앞세워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며 골밑을 지키고 컨트롤타워 역할까지하면서 외국인선수 한명이 빠진 KGC의 약점을 전혀 드러나지않게 만들어주었다. 워낙 노련하게 잘 해줬던지라 ‘스펠맨이 1옵션을 맡을 때보다 더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018~19 시즌 고양 오리온을 통해 첫선을 보였던 먼로는 해당 시즌 정규리그 47경기에서 평균 34분 36초를 소화하며 19.4득점, 11.8리바운드, 5.4어시스트, 1.7스틸의 성적을 올렸다. 단순히 기록만 놓고봐도 그가 얼마나 다재다능한 선수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올시즌 다시 KBL에서 뛰게된 그는 오리온 시절보다 모든 면에서 성적이 떨어졌다. 나이도 더 먹었거니와 2옵션 외국인선수로 뛰게되어 출장시간 자체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48경기에서 평균 16분 18초를 뛰며 6.8득점, 5.5리바운드, 2.9어시스트, 0.7스틸로 분전했다. 2옵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거기에 젊고 혈기왕성한 스펠맨이 흥분하면 다독이며 가라앉혀주는 역할까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역할을 해줬다. 외국인선수의 성격, 성향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구단이 많은 상황에서 그야말로 흔치않은 모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데로 먼로의 진짜 가치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발휘되고 있다. 스펠맨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던 관계로 먼로는 6강, 4강전을 홀로 책임져야 했다. 나이 많은 2옵션 외국인선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활약은 커녕 해당 시간 동안 버티어 주기만 해도 다행이다는 말이 많았다.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서 먼로는 제대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지금까지 치른 플레이오프 7경기에서 평균 38분 56초를 뛰며 17.1득점, 9.1리바운드, 6.6어시스트, 1스틸로 펄펄날았다. 이정도면 젊고 팔팔한 1옵션 외국인선수급 성적이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는데 있어서 먼로의 리딩, 패싱게임 등은 가장 큰 힘으로 작용했다. 특유의 감각과 노련미를 앞세워 볼 흐름의 중심에서 마치 지휘자처럼 팀을 이끌었다. SK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지라 거기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을 공산이 높다. 물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스펠맨이 돌아오는지라 이전처럼 먼로 혼자 모든 것을 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김승기 감독과 먼로는 이같은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새로운 한수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일부터 시작될 SK와의 승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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