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삼성은 2000년 이규섭 이후 무려 20년 만에 전체 1순위 신인을 품에 안았다. 2020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제물포고 차민석을 지명하며 KBL 출범 이래 최초의 고졸 1순위라는 타이틀을 안기기도 했다.
즉시 전력감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차민석에게 있어 프로의 벽은 그리 높지 않았다. 패턴 숙지라는 숙제가 있었지만 좋은 신체조건을 활용한 저돌적인 플레이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2020-2021 KBL D-리그 1차 대회에서 2경기 동안 평균 24.0득점 8.0리바운드 1.5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했다. 의미 부여가 힘든 D-리그에서의 활약이었지만 신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프로 무대에 빠르게 적응했음을 증명한 것과 같았다.
그러나 너무도 빠르게 달렸던 것일까. 차민석은 SK와의 4강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며 꽤 긴 시간을 회복에 쏟아야 했다. 최악의 경우 수술까지 고려해야 했을 정도로 중상이었지만 젊음으로 간신히 이겨낼 수 있었다.
오재현, 이윤기, 윤원상 등 드래프트 동기들의 활약을 그저 코트 밖에서 지켜봐야 했던 차민석. 조바심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는 기다릴 줄 아는 남자였다. 당장의 증명보다는 미래에 빛나고자 한다. 그렇기에 차민석은 예상보다 길어진 재활을 이겨낼 수 있었다.

Q. 지난해 말 부상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오전에 발목 재활을 하고 오후에는 상체를 키우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야간에는 따로 볼을 만지려고 노력 중이다. 빠르면 다음 주부터 훈련에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패턴 훈련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부상으로 인해 시간이 더 부족하지 않았나.
처음 패턴 훈련을 했던 건 거의 다 외웠었다. 근데 새로 생긴 패턴에 대해선 다시 적응해야 한다. 거의 두 달 정도 코트 훈련을 못해서 걱정이 크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이다. 코트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져야 패턴 훈련도 할 수 있다.
Q. 프로 데뷔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부상을 당했다. 허무함도 있었을 텐데.
처음 부상을 당했을 때는 아쉽다는 생각보다 그냥 ‘다쳤구나’라는 생각이 컸다. 근데 생각보다 크게 다쳤더라. 작은 부상이었다면 금방 털어내고 일어섰을 텐데 인대 손상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농구를 하면서 크게 다친 적이 없어 낯설었다. 다행히 재검진을 받았을 때 재활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해서 기뻤다. 트레이너 형들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하니 기분도 좋아지더라. 다음 주 정도면 팀 훈련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Q. 부상 이후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는지 궁금하다.
이규섭 코치님이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해줬다. 또 다른 분들도 다 괜찮다며 STC의 재활 시스템이 좋으니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줬다. 팀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준다. 특히 (황)정하 형이 4주 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도와주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힘을 주는 만큼 빨리 코트로 돌아가고 싶다.
Q. 드래프트 동기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꽤 괴로운 일일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KBL 경기를 지켜보는 게 습관이 됐다. 우리 경기를 먼저 본 뒤 시간이 될 때 다른 팀 경기를 보곤 한다. 몇몇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얻고 뛰는 걸 보면 ‘잘 뛴다’정도의 생각만 한다. 부담은 전혀 없다. 나는 당장 잘 뛰기 위해 프로에 온 것이 아니다.
Q. 삼성은 김시래 합류 이후 팀 컬러가 많이 바뀌었다. 달리는 농구를 하게 되면 플레이 스타일상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신인이 아닌 팀에서 4~5년 정도 주전으로 뛴 선수라면 (김)시래 형과의 호흡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교 졸업 후 아직 프로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신인이다. 손발도 제대로 맞춰보지 못한 상황에서 앞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활동량을 늘려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 가드 형들의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이 내게 원하는 바를 잘 수행한다면 출전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그 정도가 된다면 나만의 롤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프로 데뷔전 기회를 잡지 않을까. 만약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싶은가.
나는 신인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찾을 생각이다. 여러 기사를 보니 우리 팀이 리바운드가 약하다고 하더라. 만약 코트에 서게 된다면 수비를 기본으로 리바운드, 그리고 트랜지션 상황에서의 마무리를 해내고 싶다. 세트 오펜스 상황에선 돌파나 슈팅을 자신감 있게 시도하려 한다. 좋은 모습을 보이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러려면 팀이 원하는 부분을 채우는 게 먼저다.
Q.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2020년이 너무 잘 풀린 해였던 것 같다. 고교 대회도 없었는데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입소문을 통해 전체 1순위라는 자리까지 올랐다. 지금은 그저 쉴 새 없이 달리다가 잠깐 멈춘 거라고 생각한다. 좌절은 없다. 액땜한 거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잘 풀릴 거라고 믿는다.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