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최종예선] 그놈의 ‘한국농구’를 안 하니 베네수엘라를 움찔거리게 했다

민준구 / 기사승인 : 2021-07-01 03: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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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지도자들이 고집하는 한 가지, 그놈의 ‘한국농구’를 안 하니 남미 강호 베네수엘라와도 잠시나마 상대가 됐다. 모두가 의심했던 이대성과 이현중이 그걸 증명해냈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잘기리오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A조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 80-94로 패했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희망도 봤다. 바로 ‘한국농구’를 안 했던 3쿼터, 이대성과 이현중이 직접 보여줬다.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흔히 말하는 그놈의 ‘한국농구’가 발목을 잡았다. 어설픈 수비, 어설픈 공격은 아시아는 몰라도 세계무대에선 통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전반 내내 한국을 가지고 놀았다. 미국처럼 화려한 개인기를 뽐낸 것도 아니었다. 단순한 투맨 게임, 그리고 철저한 박스 아웃을 활용한 공격 리바운드로 큰 격차를 만들었다.

한국은 전반 내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철저히 패턴 플레이로 베네수엘라의 경쾌한 흐름을 늦추려 했지만 대응 방식이 구식이었다. 심지어 기본기마저 밀렸다. 스킬 트레이닝을 하지 않아도 배울 수 있는 박스 아웃, 스크린 수비를 못해 38-56, 18점차 열세를 보였다.

3쿼터부터 ‘한국농구’를 하지 않는 자들이 나타나 경기 흐름을 바꿨다. 흔히 한국농구의 이단아로 불리는 이대성과 이현중이 베네수엘라를 당황케 했다.

사실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가장 걱정이 됐던 부분은 앞선 경쟁력이었다. 아시아컵 예선에서 필리핀에 2연패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앞선의 열세였기 때문이다. 또 베네수엘라는 앞서 치른 리투아니아 전에서 강한 앞선 전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대성이 있었다, 그의 플레이는 마치 마귀를 떨쳐낸 듯 시원했다.

이대성이 보여준 플레이는 세계농구의 기준이었다. 좋은 사이즈, 그리고 스피드를 활용하여 베네수엘라의 수비를 찢어버렸다. 적극적인 미드레인지 게임과 3점슛, 틈만 생기면 돌파를 시도한 과감함은 한국농구를 하는 가드들에게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베네수엘라는 당황했다.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실책만 남발했던 한국의 앞선에 괴물이 등장했으니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여기에 깊이를 더한 것이 이현중이다. 파울 관리는 아쉬웠지만 경기 내내 보여줬던 그의 플레이는 가장 안정적이었다. 수비 성공 후 속공 상황에서 성공시킨 3점슛은 그동안 한국농구에서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베네수엘라의 집중 수비에도 무려 18점을 올린 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

한국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가장 농구다운 농구를 한 것이 바로 3쿼터였다. 베네수엘라가 제시한 세계 농구의 기준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경쟁력을 선보였다. 그 중심에는 이대성과 이현중이 있었다.

이대성과 이현중은 수십년간 이어진 ‘한국농구’와 전혀 다른 성질의 농구를 선보였다. G-리그 도전 당시 누구에게도 응원받지 못했던 이대성, U18 대표팀에서 난사한다며 농구 원로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했던 이현중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그들이 가는 길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우물 안 개구리’ 한국은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가능성을 증명했다. 세계농구의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는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 40분 중 10분 동안 농구다운 농구를 했다. 이제 남은 30분을 채워야 한다. 그리고 30분을 채울 방법을 제시할 이대성, 이현중과 같은 선수들이 있어 희망적이다.

# 사진_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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