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박준영 바라본 KT 서동철 감독,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11-15 08: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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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부산/이재범 기자] “분명 능력과 센스가 있다. 옆에서 지켜볼 때 제가 미안하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했다. 그럴수록 강하게 다그치기도 했다.”

부산 KT는 14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와 홈 경기에서 91-75로 이겼다.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마커스 데릭슨이 빠졌음에도 새로 가세한 브랜든 브라운과 함께 7연패에서 벗어나자마자 2연승을 달렸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한 승리가 아닌, 5명이 두 자리 득점을 올리며 고른 선수들이 활약했다. KT 서동철 감독은 “고르게 다 살아났다. 더불어 연승해서 팀 분위기가 좋아져 소득이 많다”고 반겼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7점 6리바운드 3스틸 2블록을 기록한 박준영의 활약이다. 박준영은 득점만 많이 기록한 게 아니라 수비에서도 돋보였다.

박준영은 2쿼터 막판 리온 윌리엄스의 골밑슛을 블록한 뒤 골밑 득점을 올려 35-33으로 역전 득점을 올렸다. 3쿼터 초반에는 집념을 보이며 캐디 라렌과 헬드볼 상황을 만들어 공격권을 KT로 가져왔다. 3쿼터 중반에는 포스트업으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3쿼터 막판 51-50으로 근소하게 앞설 때 김영환이 3점슛을 시도했다. 빗나갔다. 라렌이 수비 리바운드를 잡았다. 뒤에 있던 박준영이 볼을 툭 쳤다. 이것이 브라운에게 이어져 달아나는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박준영은 뒤이어 3점슛을 터트리며 분위기를 완전히 KT로 가져왔다. 이후 KT는 두 자리 점수 차이로 벌리며 승리에 다가섰다.

박준영이 단순하게 득점만 많이 올린 게 아니라 수비와 볼에 대한 집중력, 스틸 등 여러 가지에서 돋보였다. 박준영이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서동철 감독은 “박준영이 살아났다. 여러 가지로 잘했다. 수비도, 공격도, 골밑에서 스틸을 하고, 협력수비까지 잘 해줬다. 공수에서 다른 선수도 칭찬을 받아야 하지만, 제일 많이 칭찬을 해줘도 다른 선수들이 질투하지 않을 거 같다”며 “박준영이 능력이 없어서 부진한 게 아니라 프로 적응 과정이나 자신감을 잃어서 그랬다. 오늘(14일) 경기로 인해서 많이 해소가 되었기에 앞으로 기대가 된다”고 박준영을 칭찬했다.

이어 “경기마다 다르겠지만, 오늘 좋은 모습을 보였고, 자신감을 가질 굉장히 큰 계기가 되었다”며 “박준영을 중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현민, 김민욱 등 큰 선수가 있어서 컨디션을 조절 하며 기용해야 한다. 박준영의 활약 덕분에 팀에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중용하겠다”고 박준영을 중요할 의사를 내비쳤다.

박준영은 2018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드래프트 평가에선 변준형이 유력한 1순위였다. 2순위에 뽑힌 변준형이 신인상을 받는 등 KGC인삼공사에서 주축으로 자리잡은 것과 달리 박준영은 출전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두 선수가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박준영이 앞으로 이날 같은 경기를 계속 이어나간다면 1순위답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서동철 감독은 “KBL에서 오랜 기간 활약을 해야 하는 선수다. 조금 작은 신장이라는 핸디캡이 있다. 프로에 적응하는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분명 능력과 센스가 있다”며 “옆에서 지켜볼 때 제가 미안하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했다. 그럴수록 강하게 다그치기도 했다. 굉장히 마음이 여린 부분이 있어서 강하게 다그쳤다.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었다. 한 번 지켜봐 달라. 새로운 각오와 오늘(14일)을 계기로 인해서 지금까지 모습을 안 보일 거다”고 박준영이 앞으로 더 잘 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 동안 출전하지 못한 박준영이 마음 고생을 가장 많이 했다. 그와 함께 서동철 감독도 변준형을 뽑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서동철 감독 역시 마음 고생을 했을 듯 하다.

서동철 감독은 “감독은 스트레스를 받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을 진다. 모든 걸 끌고 가는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 일부다. 제가 마음 고생한 건 당사자의 마음 고생 1/100이다. 저도 마음 고생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본인이 더 고생해서 걱정했다”며 “잘 이겨내면 더 강해지는, 더 좋은 선수가 되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거다. 비가 온 뒤 땅이 굳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기에 바닥까지 내려가봤으니까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는데 더 긍정적이라고 여긴다. 설마 조금 잘 된다고 거만해지지 않을 거다”고 박준영을 아끼는 마음을 내보였다.

‘1순위’ 박준영의 제대로 된 프로무대에서 농구 인생은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_ 홍기웅 기자

점프볼 / 이재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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