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현승섭 객원기자] 1, 2, 5차전은 용인에서, 3, 4차전은 청주에서. 바뀐 챔피언결정전 일정이 언뜻 불합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흥미를 끌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용인 삼성생명은 3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4-47로 승리했다. 삼성생명은 2001겨울리그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1위 팀을 꺾은 유일한 4위 팀이 됐다.
이로써 챔피언결정전 대진표는 완성됐다. KB스타즈와 삼성생명은 2018-2019시즌에 두 시즌 만에 다시 맞붙는다.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는 KB스타즈가 삼성생명을 3-0으로 가볍게 꺾었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던 KB스타즈는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을 2-1로 무너뜨린 삼성생명을 체력 우위를 앞세워 비교적 손쉽게 이겼다. KB스타즈는 1, 2차전 모두 20점 차 이상으로 삼성생명을 압도했고, 3차전에서도 73-64로 승리했다. 세 경기를 내리 따낸 KB스타즈는 WKBL 출범 후 팀 역사상 처음으로 통합 우승 대업을 완성했다.
한편, 챔피언결정전 일정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WKBL은 1-4위 플레이오프 승리 팀의 홈에서 챔피언결정전 1, 2, 5차전을 벌이기로 했다. 플레이오프 일정 편성 배경을 물은 질문에 WKBL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시즌 전에 완성된 일정이다”라고 말했다.
4강 플레이오프 제도에서 높은 순위 팀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이득이었던 홈 어드밴티지가 오히려 삼성생명으로 향하게 된 셈이다. 다소 상식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일정 덕분에 챔피언결정전이 더 재미있는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
우선, 삼성생명이 홈 어드밴티지를 활용해 다시 한번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 삼성생명이 우리은행을 이기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지만, 박지수를 앞세운 KB스타즈를 이기기 쉽지 않다. 이번 정규리그에서 삼성생명의 홈 성적(6승 9패)은 원정 성적(8승 7패)보다 나쁘다. KB스타즈와의 정규리그 전적도 1승 5패로 삼성생명의 절대 열세다.
그러나 맞대결을 세세하게 뜯어 보면 숨겨진 희망이 보인다. 5패 중 4패는 5점 차 이내 패배였다. 연장 끝에 패배했던 경기(77-82, 2020.12.12.)도 있었다. 6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삼성생명이 86-64로 KB스타즈에 대승을 거뒀다.
여기에 '관중 입장'이라는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WKBL은 챔피언결정전에 관중석(용인실내체육관 : 10%, 청주체육관 : 30%)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업셋으로 이미 사기를 끌어 올린 삼성생명이 챔피언결정전 초반에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까지 등에 업을 수 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삼성생명은 무관중 경기에 익숙해진 KB스타즈에 비수를 꽂을 수 있다.

KB스타즈도 이 일정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측면도 있다. KB스타즈가 3-0 또는 3-1로 우승한다면, KB스타즈는 11시즌 만에 홈에서 우승한 팀이 된다.
2009-2010시즌 신한은행 이후 챔피언들은 자기 집에서 축하연을 열지 못했다. 2010-2011시즌 신한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서 KDB생명을 3-0으로 눌렀는데, 3차전이 중립 구장인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일정은 신한은행 기준으로 홈-원정-원정-홈-홈이었는데, 신한은행이 3-0으로 KB스타즈를 꺾은 바람에 청주에서 축포를 쏴야 했다.
2012-2013시즌에는 KBO와 유사한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됐다. 그리고 이 시즌부터 정규리그 1위팀 기준으로 홈-홈-원정-원정-홈 순으로 챔피언결정전이 진행됐다. 1위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3위 삼성생명이 준플레이오프에서 KB스타즈(2-0),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2-1)을 이기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우리은행이 천신만고 끝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온 삼성생명을 3-0으로 격파했다. 우리은행은 용인에서 우승을 자축했다.
준플레이오프 제도는 한 시즌 만에 폐지됐고, 2013-2014시즌부터 플레이오프(2, 3위)-챔피언결정전(1위는 직행) 방식이 정착됐다. 챔피언결정전 일정은 2012-2013시즌과 같았다. 그런데 ‘우리은행 왕조’가 득세하면서 모든 챔피언결정전이 3-0 또는 3-1로 끝나버렸다. 최근 왕좌에 올랐던 KB스타즈도 삼성생명을 3-0으로 제압한 바람에 용인에서 통합우승 현수막을 펼쳐야 했다.
박지수를 보유한 KB스타즈가 여전히 전력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 KB스타즈는 삼성생명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고, 하루를 더 쉬어 체력 면에서도 앞설 수 있다. 신한은행의 집요했던 풀코트 프레스와 트랩 수비는 KB스타즈의 경험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이점이 잘 버무려진다면 챔피언결정전은 2018-2019시즌처럼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KB스타즈는 청주에서 우승을 만끽할 수 있다.
4강 플레이오프로 재편된 이번 플레이오프는 치열한 컨셉 대결과 대이변으로 WKBL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젠 챔피언결정전만 남았다. 봄 농구 왕좌의 주인을 가리는 최종 무대, 첫 경기는 7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사진=홍기웅 기자, 한필상 기자
점프볼 / 현승섭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