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일 51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FA 시장이 열렸다. 31명(16명 원소속 재계약 15명 이적)이 계약하고, 17명이 은퇴를 결정했으며 3명이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계약을 못한 3명은 2020~2021시즌을 뛰지 못해 은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홍석민 같은 경우 군 복무를 마친 뒤 선수 복귀를 노려볼 수는 있다.
이번 FA들은 1일부터 곧바로 모든 구단과 함께 자유롭게 만나서 원하는 구단과 계약했다. 기존에는 원소속구단과 먼저 만난 뒤 최고 보수를 제시하는 구단으로 이적해야 하는 제약에서 벗어났다.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 강병현을 시작으로 그 결과까지 알려 비시즌의 지루함을 달려줬다.
다만, 15일이 지난 뒤 타구단 영입의향서를 제출하는 기간에는 예상외로 계약을 맺은 선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으며, 원소속구단과 재협상 기간에도 예상보다 적은 2명(김창모, 양우섭)만 계약했다.
처음으로 바뀐 FA 제도를 경험한 구단 관계자들은 이번 FA 제도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A구단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실보다 득이 크다. 선수나 팬들 입장에서 긴장감이 있는 15일이었다. 이거 때문에 어렵고, 괴로운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제 대세”라며 “이 제도 덕분에 선수가 가고 싶은 팀을 선택한 건 이전과 다르다. 잡음 없이 진행되어서 깔끔했다. KBL 브랜드와도 연결된다. 언제든 뉴스거리가 나왔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B구단 관계자도 “나쁘지 않다. 우리도 선수들에게 좀 더 기회를 줄 수 있었으면 했다. 우리 구단과는 (선수 영입이나 이적이) 크게 관련이 없었지만, 작년보다 훨씬 더 뉴스거리도 많고, 팬들도 재미있게 지켜봤다”고 했다.
C구단 관계자는 “원소속구단과 우선 협상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선수들에게 상당히 좋은 환경이 제공되었다”고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FA 제도로 바라봤다.
D구단 관계자는 “기존 최고 보수를 제시한 팀으로 이적하는 제도는 이면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다. 이번 FA 제도는 결과적으로 예상보다 거품이 끼지 않았다”며 “기존에는 원소속구단에서 꼭 잡으려고 하면 더 많은 금액을 줘야 하고, 또 시장에 나왔을 때 다른 구단과 경쟁하지 않기 위해서 적정 금액보다 더 높은 보수를 적어야 했다. 그래서 이정현(9억2000만원)이나 김종규(12억7900만원) 같은 보수가 나왔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선수들의 보수 거품도 줄어든 걸 환영했다.
6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FA가 나오지 않은 건 2011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예전처럼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하는 분위기인데다 또한 예상 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더불어 송교창이나 이승현이 FA 시장에 나오는 2021년과 2022년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단 관계자들은 대체로 바뀐 FA 제도를 환영하면서 보완점도 언급했다.
A구단 관계자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간을 짧게 해서 가는 게 나을 듯 하다”고 15일이란 협상 기간이 길다고 지적했다. E구단 관계자 역시 “기간이 긴 느낌이다. 미리 마음을 정한 선수는 정하더라”고 협상기간이 길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F구단 관계자도 “협상기간이 열흘 정도로 단축되었으면 한다. 더 이상의 협상 기간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바뀐 제도를 한 번 시행해본 뒤 다시 손질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기간 조정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0~2021시즌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챔피언결정전이 7차전까지 열렸을 경우 5월 10일 끝났을 것이다.
KBL은 챔피언결정전 다음날인 5월 11일 곧바로 FA 시장을 열 계획이었다. 올해 FA 협상 전체 기간은 22일이므로 6월 1일 최종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선수들의 계약 기간은 5월 31일까지다. 2020~2021시즌은 올해보다 더 늦게 끝날 가능성이 있다. 2021년 FA 협상을 5월 31일 이내 마무리하려면 기간을 수정하거나 선수 계약기간과 관련한 KBL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KBL은 기존 방식대로 15일까지 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들을 위해 16일부터 20일까지 영입의향서 제출 기간을 뒀다. 기존 제도와 다르게 복수의 구단에게 영입의향서를 받는 선수는 팀 선택권을 가졌다. 구단에게는 한 번 더 선수를 보강할 기회이고, 선수에게는 다른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필요한 기간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전력에 보탬이 될 선수가 있었음에도 영입의향서 제출은 없었다.
A구단 관계자는 “영입의향서 제출 기간에는 왜 아무도 안 넣을까? 제도를 복기하며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구단들은 핵심 선수 위주로 만난다. 비핵심선수들의 정보를 모른다. 15일까지 협상 기간에 안 만나서 모르니까 영입의향서를 안 넣으려고 했다. 또 복수 구단이 영입의향서를 낼 경우 선수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팀을 선택할지 모른다. 그래서 영입의향서를 내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영입의향서를 내는 게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선수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게 낫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15일까지 협상을 1차 완료한 뒤 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번 더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기간을 두자는 의미다. 만약 영입할 선수가 있다면 구단과 선수가 직접 만나서 계약을 하자는 것이다.
김창모와 양우섭은 원소속구단과 재협상 끝에 사인앤트레이드로 이적한다. 사인앤트레이드는 구단에서 나서서 도와줘야만 가능하다.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구단이 일정 부분 관여해야 한다. 한 번 더 협상기간을 둔다면 사인앤트레이드가 아닌 FA 제도 아래에서 이적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C구단 관계자는 “물론 모든 선수들을 만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1차 협상에서 관심이 없었던 선수에게 2차 협상 기간을 두더라도 관심을 가지겠나? 1차 협상에서 접촉이 없거나 영입대상자가 아니라면 현실을 감안하고 가야 한다”며 “1차 협상에서 계약을 못했으면 경쟁력이 없는 거다. 그런데 2차 협상 기간을 주면 그 선수들은 구단과 협상을 하려고 한다. 우리가 왜 (영입제의를 받지 못한) 그 선수와 협상을 해야 하나? 그게 현실이다. 은퇴해야 하는 선수를 살려주기 위해서 하는 건데 제도의 호불호가 있다”고 추가 협상기간을 두는 걸 반대했다.
이어 “선수들도 A구단에 가고 싶으면 찾아갈 줄 알아야 하는데 영입의사가 없다고 변명만 한다”며 “구단이 필요한 선수를 찾아가서 만나고 영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선수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본인을 알려서 계약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F관계자도 “영입의향서 제출 기간에 선수를 데려간 구단이 없다. 1차 협상에서 안 되었을 때 2차 영입가능성이 굉장히 적어졌다. 처음부터 모든 구단과 선수들이 만날 수 있는 15일까지 협상한 이후에는 의미가 없어진 거다”며 “영입의향서 제출기간을 두면 선수들이 자신을 데려갈 구단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고 마찬가지로 영입의향서 제출기간을 없애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구단 관계자도 “영입의향서 제출이 의미가 있을까? 구단에서 필요하면 15일 안에 계약을 끝낸다”고 영입의향서 제출기간이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FA는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대 권리다. 15일 동안 협상을 못한 선수는 여러 구단의 의견대로 다시 협상 기간을 두더라도 계약을 못한 가능성이 높은 건 맞다. 물론 원소속구단 재협상이란 안정 장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을 위한 FA 제도라면 2~3일이란 짧은 시간이라도 한 번 더 협상 기간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보상 FA의 범위 확대
C구단 관계자는 “보상 제도를 빨리 정비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보수 순위 30위 이내 선수는 보상이 있지만, 원소속구단의 개념이 없어졌다. 소속 선수와 최선을 다해서 협상하지만, 그게 아니었을 때 어떤 선수가 이적하더라도 보상은 있어야 한다”며 “4개 구간으로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보수 5억 원 이상, 3억 원에서 5억 원 사이, 1억 원에서 3억 원 사이, 1억 원 미만으로 말이다. 이 구간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구단들도 선수 영입 경쟁을 하더라도 심사숙고하고, 선수들의 보수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것도 방지할 수 있을 거다”고 보상 FA의 범위를 넓힐 것을 제안했다.
이어 “선수의 가치 판단을 좀 더 현실적으로 하도록, 구단의 경쟁이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그 가치가 좋은 활약으로 이어지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보상제도를 둬서 자정이 될지 모르겠지만, 구단도 선수를 키우는데 투자와 노력을 했으니까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A구단 관계자도 “기량이 비슷한 선수인데도 보상과 비보상에 따라서 선수 몸값이 달라진다. 보상규정을 손질해야 기량이 비슷한 선수의 평가도 같아진다”고 보상 제도의 수정에 긍정적이었다.
D구단 관계자는 “FA들이 10개 구단과 모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더라도 원소속구단과 계약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외에도 샐러리캡이란 규정 아래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결국 소포트캡(샐러리캡을 초과할 경우 해당 금액만큼 사치세 부과)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든 구단과 모든 선수들이 서로 믿고, 이를 지키게 하는 강력한 방안이 있다면 현재의 샐러리캡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언급이다.
새롭게 바뀐 FA 제도는 분명 흥미로웠다. 각 구단에서는 그럼에도 조금 더 보완하기 바란다. KBL은 구단뿐 아니라 선수들의 의견까지 들은 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문복주, 한명석, 홍기웅, 이선영 기자)
점프볼 / 이재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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