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럽게 진행된 KBL과 B.리그의 아시아 쿼터제, 빛과 그림자

민준구 / 기사승인 : 2020-05-27 12: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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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KBL과 B.리그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27일 오전 제25기 제3차 임시총회 및 제7차 이사회를 개최, 일본프로농구(B.리그)와의 아시아 쿼터제 시행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아시아 쿼터제란 기존 외국선수 보유 인원에 포함되지 않는 아시아권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프로축구는 2000년대 후반부터 도입한 제도이며 최근 여자프로배구 역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KBL, 그리고 국내 농구 팬들에게 생소할 수 있지만 과거 김영옥, 정선민 등 여자농구 선수들은 물론 하메드 하다디, 파디 엘 카티브, 자이드 아바스, 오가 유코 등 아시아의 농구 스타들이 중국에서 뛸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 아시아 쿼터제 때문이었다.

KBL과 B.리그는 1년 전부터 아시아 쿼터제 도입에 많은 관심을 쏟았고 비밀리에 진행해왔다. 빛과 그림자가 분명한 아시아 쿼터제. 과연 KBL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빛_ 한국과 일본을 넘어 아시아 농구의 활발한 교류 기대

아시아 쿼터제의 궁극적인 두 가지 목표는 전력 상승과 마케팅적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전력 상승에 대한 기대는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근 급성장한 일본의 스타 선수들이 KBL에 온다는 가정하에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하치무라 루이, 와타나베 유타처럼 핵심 전력이 올 수는 없지만 국내 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토가시 유키 등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KBL에 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일본 선수들의 활약, 그리고 전력 상승의 요인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마케팅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NBA, 또는 유럽에 진출하기 힘든 아시아권 선수들의 활발한 이적은 자국의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축구처럼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올해는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한일 양국의 아시아 쿼터제로 시작하게 됐지만 향후 중국과 필리핀, 그리고 중동아시아까지 확대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중계권 사업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스포츠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송 사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아시아 쿼터제의 또 다른 장점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농구의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면 KBL에만 한정됐던 선수들의 목적지가 다양해질 수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겠지만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B.리그는 아시아 쿼터제 도입 이후 KBL의 은퇴 선수들을 주로 살펴보고 있다. 

그림자_ 시기상조, 위험 부담이 너무도 크다


지난해 4월 19일,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열린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이정대 KBL 총재는 오오카와 마사아키 B.리그 총재와 진한 대화를 나눴다. 이때부터 등장한 것이 아시아 쿼터제. 한일 농구 교류를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이야기다.

궁극적인 목표로 바라봤을 때 아시아 쿼터제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한일 농구, 그리고 아시아 농구의 전체적인 발전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결과 발표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아시아 쿼터제라는 거창한 이름 속에 한국과 일본만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첫인상이 만남에 있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듯 제도 도입에 있어 첫해 시행 과정과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만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알아본 바로 KBL 10개 구단 내에서 아시아 쿼터제를 이용해 일본 선수를 영입하려 하는 구단은 많지 않다. 아직 공식 발표가 된 부분은 아니지만 소수 구단을 제외하면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정보가 없다는 것. 기존 외국선수에 대해서만 알아보고 있던 각 구단이 지금부터 일본 선수들을 살펴본다는 건 현실성 없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구단 관계자는 “토종 일본 선수가 아닌 혼혈 선수라면 지켜볼 생각은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즉시 전력감이 아닌 유망주들이 아닌가. 축구라면 몰라도 샐러리캡에 포함해야 하는 농구의 입장에서 누가 미래를 보고 일본 선수를 데려올지는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아시아 쿼터제가 시행된 27일은 이미 각 구단이 국내 전력을 어느 정도 완성한 상태. FA 시장마저 문을 닫은 현재 샐러리캡에 포함되는 일본 선수를 들여올 구단은 많지 않다.

아시아 쿼터제 도입 첫해 모든 구단이 일본 선수를 영입, 그 결과를 살펴봐야 진정 제대로 된 판단이 설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구단의 입장에선 만약 그들을 영입한다 하더라도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권 선수들이 아닌 만큼 통역이 필요하고 숙소 제공 등 기존에 책정한 예산에 추가되는 것. 물론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사용된 비용에 따른 마케팅적 효과도 당장 기대하기는 힘들다. 일본 선수가 활약해야만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그에 따른 효과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가대표급 선수가 아니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력을 떠나 한국과 일본의 농구가 다르다는 점에서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국내 선수들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측면에서도 볼 수 있다. 아무리 아시아 선수라고 하더라도 그들 역시 외국선수. 당장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KBL이 힘써온 부분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KBL은 이정대 총재 체제 아래 국내선수들의 역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외국선수를 2인 보유 1인 출전으로 제한한 것이 대표적인 일. 그러나 아시아 쿼터제란 한 명의 외국선수를 더 들여오는 제도로서 이 역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이외에도 아시아 쿼터제는 빛보다 그림자가 더 짙은 제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만 살펴봤을 때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다만 시기상조라는 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했다면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은 분명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꼭 올해 시행하지 않아도 됐을 제도였다고 볼 수 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아시아 쿼터제는 성수가 될 수도 있지만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외국선수 제도처럼 ‘쉽게’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타국 리그와의 협력이 필수 요소인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과연 KBL과 B.리그의 첫걸음은 안정적일 수 있을까.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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