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아산을 극장으로 만든 비결 : 개인&팀 단위 전술의 명과 암

유석주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5 14: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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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KB스타즈의 영화 같은 버저비터는 후반전부터 상영되고 있었다.

청주 KB스타즈는 4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8-57로 승리했다.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이었다. 우리은행이 전반전을 36-27로 앞섰으나, 후반전을 31-21로 압도한 KB스타즈가 나가타 모에의 극장 백보드 플로터로 승리를 챙겼다. 정규리그 성적(4위-1위), 플레이오프 상대 전적(2승 3패) 모두 밀리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거둔 값진 승리였다. 과연 무엇이 아산을 극장으로 만들었을까.

전반전
(명) 개인 단위 전술로 앞서간 우리은행 vs (암) 감기 같은 전염성, 고전했던 KB스타즈


우리은행이 시즌 내내,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도 밀어붙인 공격적 기조는 확고했다. 김단비가 공격할 넓은 무대를 제공하는 것. 정규리그 만장일치 MVP를 탄 에이스에게 어울리는 전술이다.

이 전술의 출발은 김단비로부터 이뤄지는 투맨 게임, 스크린 발생 후 김단비가 공략하려는 선수와 홀로 마주하는 게 시작점이다. KB스타즈 역시 보고만 있진 않았다. 지난 1차전 KB스타즈는 김단비에게 올-스위치에 가까운 수비를 펼쳤다. 그러다 보니 김단비가 상대를 뚫고 지나가 파생되는 패스가 많아졌고, 이는 우리은행의 고른 득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1차전 우리은행은 변하정과 김예진을 제외하면 출전한 대부분의 선수(8명)가 득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분배된 득점 분포도를 기록했다.

그래서 KB는 볼 핸들러에게 허예은을 붙였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지만, 쉬운 스위치를 주지 않기 위해 우리은행이 투맨 게임을 시도할 때마다 허예은은 ‘도움 수비수와 핸들러 트랩&드랍 백에 가까운 고 다운’을 펼치며 최대한 안쪽의 진입을 막았다. 어차피 우리은행의 메인 핸들러는 김단비다. 김단비가 2점 야투 구간에서 공격하지 못하게 제어함과 동시에, 김단비가 편하게 동료를 찾을 수 없도록 괴롭히려는 전략이었다.

문제는 김단비가 이를 개인능력으로 전부 파훼했다는 점이다. 왼쪽 틀어막기, 트랩, 파울 등 KB가 말 그대로 갖은 수를 다 썼지만, 전반전 김단비는 16점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코트를 집어삼켰다.

그에 비해 KB는 공격에서도 고전했다. 허예은과 강이슬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농구를 시도했지만, 전반전 어시스트 수치에서 앞선 것과 별개로(8개-6개), 어시스트와 같은 양의 실책을 쏟아내며 2쿼터 후반 급격히 무너졌다. 팀 단위 동선의 유기적인 농구는 잘 풀리기만 하면 어떤 전술보다 무섭지만, 그렇지 않을 땐 다 같이 공격에서 정체되는, 감기처럼  답답한 상황을 연출한다. 특히 스나가와 나츠키가 이 구간 빛났다. 전반전에만 9점 2스틸을 기록하며, KB의 패스 동선을 날카롭게 끊은 뒤 속공의 엔진 역할을 해줬다. 

후반전
(명) 팀 단위 농구의 장점 vs (암) 한 끗이 아쉬웠던 ‘히어로 볼’


KB스타즈가 3쿼터부터 살아난 비결은 ‘팀 단위 움직임’ 향상이었다. 그 첫 시작은 공격 리바운드였다.

KB스타즈는 WKBL 공격 리바운드 4위(9.97개) 팀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수비 리바운드에서 2위(23.6개) 팀이지만, 팀 내 리바운드 1위 김단비가 공격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 팀 내 2위 한엄지는 제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공격 리바운드 허용은 속공 기회 차단과, 수비 시간 연장으로 인한 체력 저하를 유발한다. 게다가 수비 대형도 깨져 상대에게 쉬운 슛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데, 실제로 KB스타즈가 3쿼터 터뜨린 4개의 3점 슛 중 무려 3개가 공격 리바운드 이후 세컨드찬스 득점이었다. 공격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어도, 리바운드는 팀 단위 싸움이다. 강이슬과 나가타, 송윤하 등 KB스타즈의 성벽은 뚜렷한 빅맨이 없는 우리은행에게 너무 높았다.

리바운드 단속은 곧 공격의 정교함으로 이어졌다. 특히 KB는 전반전부터 우직하게 밀어붙였던 유기적인 농구에 드디어 불이 붙었다. 그 중심은 허예은이었다. 3쿼터 허예은은 3점 슛 두 개만 시도해 하나 성공에 그쳤으나, 볼 핸들러를 압박하는 우리은행의 수비를 피해 비어있는 동료를 찾는 데 집중했다(3쿼터 3점 3어시스트).

KB스타즈 김완수 감독도 ‘빠른 볼 처리를 주문했는데, (상대 압박으로) 공 소유시간이 길었음에도 잘 해줬다’라며 허예은을 극찬했다.

3쿼터 중간 강이슬이 파울 트러블(4개)로 코트를 비웠음에도, 송윤하와 나가타를 비롯해 이채은과 양지수까지, 상대적으로 출전 시간이 부족했던 자원들과도 훌륭한 연계를 선보였다. 3쿼터 KB스타즈는 25초를 뛴 이윤미를 제외, 코트를 밟은 모든 선수가 득점을 터뜨리며 홈팀을 압도했다. 반면 김단비가 3점에 그친 우리은행은 3쿼터 시도한 3점 슛이 모두 말을 듣지 않으며 상대에게 18-6의 런을 허용했다.


마지막 순간 등장한 진짜 ‘히어로’

그렇게 46-45까지 쫓긴 4쿼터. 우리은행은 김단비와 이민지가 9점을 합작하며 다시 격차를 벌렸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김단비 대신 공격 선두에 나선 이민지가 5점을 몰아치며 승기를 가져오는 듯했다. 그러나 종료 3초 전 김단비의 패스 실책으로 가져온 공격권에서, 경기 내내 유기적인 농구를 선보였던 KB스타즈는 나가타가 극적인 버저비터를 터뜨리며 아산을 극장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부산 BNK 썸 전 연장행 3점 슛에 이어, 다시 한번 나가타가 영웅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패배로, 위성우 감독의 WKBL 포스트시즌 최다승 달성(35승, 현재 34승 12패)은 청주에서 도전하게 되었다. 반면 KB스타즈는 시리즈 균형을 되찾으며 홈팬들 앞에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기회를 잡았다. 확연히 다른 색깔의 두 팀. 과연 시리즈 마지막에 웃는 이는 누가 될까. 3차전은 오는 6일, 청주 체육관에서 펼쳐진다.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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