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프로농구 출범이래 외국선수는 리그를 흥행 시킨 아이콘 중 하나였다. 농구팬들이 외국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눈 호강을 하는 만큼 그들과 호흡을 맞춘 선수들 역시 좋은 기억이 많다. 앞으로는 KBL에 또 어떤 외국선수들이 나타날까 기대하면서 ‘마이파트너’는 국내선수들이 직접 손발을 맞춰본 최고의 외국선수를 꼽아본다.
고양 오리온의 든든한 베테랑인 허일영은 2009-2010시즌 대구 오리온스에서 프로에 입성한 후 벌써 열 번째 시즌을 보냈다. 2018-2019시즌부터는 주장을 맡아 열한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허일영도 여느 베테랑들처럼 많은 외국선수들과 손발을 맞춰왔다. 그가 꼽은 최고의 외국선수 파트너는 누구였을까. 허일영은 고심 끝에 함께 볼을 주고받던 순간이 가장 재밌었다며 버논 맥클린의 이름을 외쳤다.

대화도 많이 하고 센스가 좋았던 파트너
사실 허일영에게 이번 인터뷰에서 최고의 외국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나온 이름은 맥클린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이라며 인터뷰를 시작한 허일영은 2011-2012시즌에 한솥밥을 먹었던 故 크리스 윌리엄스를 회상했다. 2006-2007시즌 울산 모비스에서 통합우승의 주역이 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윌리엄스는 5년 뒤 다시 한국행을 택했고, 오리온스에서 정규리그 54경기 평균 38분 54초 동안 23.8득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 2.6스틸 1.3블록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정작 허일영이 갈비뼈 부상으로 함께한 기간이 30경기에 그친 것. 이에 허일영은 “내가 다치는 바람에 경기를 같이 많이 뛰지 못했다. 그래도 최고의 선수였다는 건 모두들 알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곧장 맥클린에게 시선을 맞췄다. 허일영은 “윌리엄스가 최고이긴 했지만, 파트너로서 나와 호흡이 최고였던 건 맥클린이었다. 코트에서 소통도 부지런히 하는 편이었는데, 패스도 잘 빼주고, 스크린도 능숙하게 걸어줬다. 맥클린과 픽앤롤 게임도 많이 했는데, 이때가 내가 농구를 제일 재밌게 했던 것 같다”며 맥클린을 최고의 파트너로 꼽은 이유를 전했다.
2017-2018시즌 오리온과 함께 했던 맥클린은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34분 51초 동안 23.3득점 10.1리바운드 3.7어시스트 1블록으로 맹활약했다. 당시 리그 득점 5위, 리바운드 6위, 블록 9위로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맥클린이 고평가를 받았던 건 꾸준함이었다. 맥클린은 정규리그 54경기 중 단 4경기를 제외하고 최소 15점 이상을 매 경기 책임졌다. 리바운드도 42경기 동안 꾸준히 8개 이상을 잡아 기둥 역할을 제대로 했다.
이에 허일영도 “맥클린은 뭔가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던 최고의 경기를 꼽는 것 보단 꾸준함에 큰 점수를 받아야 할 선수다. 기복이 없었던 게 최고였던 것 같다. 묵묵히 자기 플레이를 하면서 20점과 10개의 리바운드를 해줬었다. 블록도 곁들여지지 않았나”라며 맥클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당시 팀 성적은 정규리그 8위로 봄 농구까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팀에서 슈터의 축을 맡았던 허일영의 입장에서 흔들림 없는 빅맨은 그저 최고였던 것이다.

안타까웠던 상대로의 재회, 다시 함께할 날 그리며
코트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꾸준하고 준수했던 만큼 맥클린은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는 성실한 타입이었다고 한다. 맥클린과의 시간을 회상한 허일영은 “운동도 정말 열심히 소화하고, 팀원들과도 잘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맥클린과 허일영은 모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는 아빠다. “맥클린이 아들이 셋인데, 가족과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정적이고 육아도 능숙해보였다”며 아빠 맥클린을 말한 허일영은 “평소에 술도 잘 안마시고 몸 관리도 정말 철저하게 하면서 생활했었다.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아이 셋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내가 힘들겠다며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하하. 아무래도 셋 다 아들이다 보니 뭔가 츤데레같이 챙겨주는 면이 있더라. 안 챙기는 척 하면서도 가족을 끔찍이 생각했던 친구였다”라며 웃어 보였다.
그렇게 좋은 시간을 함께했던 허일영과 맥클린이었지만, 이들은 그 다음 시즌까지 함께할 수 없었다. KBL이 2018-2019시즌에 장신 외국선수 신장을 2m로 제한하면서 202.7cm의 맥클린은 일본 B.리그의 가와사키 브레이브 썬더스로 향했다. 이후 다시 신장제한이 폐지되면서 맥클린은 한국행을 재차 선택했지만, 그 대상은 오리온이 아닌 LG였다.
하지만, 두 시즌 전의 모습은 아니었다. 맥클린은 2019-2020시즌 LG 소속으로 9경기 평균 12분 42분 출전에 4.3득점 6.1리바운드라는 다소 초라한 기록을 남기며 중도 퇴출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런 맥클린을 상대로 재회했던 허일영은 어땠을까. 그는 “처음 LG와의 경기에서 맥클린을 봤는데, 아무래도 같이 뛰던 동료이다 보니 ‘계속 함께 뛰었으면 좋았을 텐데, 왜 저기서 저러고 있지’라는 마음이었다. 물론 그게 선수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LG에서의 모습이 좋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와 함께했을 때만큼은 볼을 잡으면 인사이드에서 알아서 해결도 해주고, 도움 수비가 오면 킥아웃 패스도 잘 빼주는 센스가 좋았던 선수였다”며 최고의 동료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들의 인연은 아직까지도 이어져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허일영은 “SNS로 메시지를 종종 주고받는다. 여전히 한국에 오고 싶어 하더라. 오고 싶다고 무조건 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맥클린과 언젠가 다시 한 번 같이 뛰자고 약속했었다”라며 우정을 과시했다.
“언젠가는 한 번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맥클린과 다시 뛰는 상상을 한 허일영은 “KBL에 좋은 외국선수들이 많이 오고 있지만, 맥클린도 여전히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뭐래도 NBA에서 신인 지명이 돼서 뛰어본 선수이지 않나. 몸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충분할 것 같다. LG에서 보여진 모습은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맥클린은 코트 안팎으로 좋은 기억만 안겨준 선수이기 때문에, 다시 한국을 찾는 날까지 몸 관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맥클린에게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 사진_ 점프볼 DB(홍기웅, 유용우 기자)
점프볼 / 김용호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