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프로농구 출범이래 외국선수는 리그를 흥행 시킨 아이콘 중 하나였다. 농구팬들이 외국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눈호강을 하는 만큼 그들과 호흡을 맞춘 선수들 역시 좋은 기억이 많다. 앞으로는 KBL에 또 어떤 외국선수들이 나타날까 기대하면서 준비한 새로운 코너 ‘마이파트너’에서는 국내선수들이 직접 손발을 맞춰본 최고의 외국선수를 꼽아본다.
첫 번째 픽을 선사한 주인공은 2019-2020시즌 외국선수 MVP 배출한 서울 SK의 심장인 김선형이다. 2011-2012시즌에 데뷔해 SK에서만 9시즌을 뛴 김선형. 그가 꼽은 최고의 외국선수 파트너는 누구였을까. 다소 뻔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선택이었다. 김선형은 함께 뛰어본 외국선수 중 최고를 꼽아달라고 하자 망설임 없이 애런 헤인즈의 이름을 불렀다.

김선형을 포인트가드에 적응하게 한 헤인즈
단순히 외국선수의 퍼포먼스나 기량이 기준이 아니었다. 김선형은 프로 데뷔 시즌을 치른 이후 2년차에 슈팅가드에서 포인트가드로 포지션을 전향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이 때 헤인즈가 김선형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기에 선택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이다.
고민 없이 헤인즈를 선택한 김선형은 “신인 때 함께 뛰었던 알렉산더 존슨도 상당한 임팩트가 있었다. 그래도 내가 2년차일 때 포인트가드로 전향하면서 도움을 많이 줬던 헤인즈를 최고의 파트너로 뽑고 싶다. 헤인즈가 없었다면 포인트가드로서 해내야 하는 리딩을 오롯이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의지도 많이 했고, 헤인즈 덕분에 농구도 많이 늘었다. 정말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드는 선수다”라며 선택의 이유를 전했다.
당시 SK는 김선형이 포인트가드로 변신하면서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김선형과 주희정(현 고려대 감독)의 리딩 하에 헤인즈, 박상오, 김민수, 최부경 등 장신 포워드라인을 앞세워 리그를 호령했기 때문. 2012-2013시즌 SK는 덕분에 순조롭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이에 김선형은 “포인트가드 자체에 대한 이해에는 (주)희정이 형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렇게 이론적인 부분을 알아갔다면, 헤인즈는 합을 맞추는 짝꿍으로서 최고였던 거다. 헤인즈가 볼 컨트롤도 좋지 않나. 속공도 가능했던 친구였기 때문에, 가드가 아니더라도 포인트가드에 적응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만한 파트너가 없었다. 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게 도와줬던 기억이 있다”며 헤인즈와의 손발을 돌아봤다.
그렇다면 김선형이 ‘헤인즈는 역시 최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는 언제였을까. 김선형의 시선은 2018년 3월 13일로 향했다. 당시 SK는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정규리그 2위, 즉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초접전 속 경기 막판 동점(86-86)으로 승부가 돌아간 상황에서 헤인즈는 침착하게 파울 자유투 2구를 모두 성공시키며 승기를 손수 굳혔다.
김선형이 이 경기를 헤인즈의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프로페셔널한 모습 때문이었다. 그는 “대단하다고 느꼈던 경기가 워낙 많긴 했지만, 이때는 4강 직행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다. 그때 헤인즈가 경기 중간에 십자인대가 파열됐었다. 절뚝거리는 게 보였는데 막판에 자유투를 얻어내서 두 개를 다 넣더라. 그리고 내가 마지막에 스틸을 해서 경기를 끝냈었는데, 헤인즈가 다친 상태에서도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이 대단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당시에는 십자인대를 다쳤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왜 절뚝거리지?’ 했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보니 십자인대 파열이라고 하더라. 그 때 정말 존경스러웠다. 그렇게 아픈데도 헤인즈가 승부욕과 책임감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우리 팀의 승리가 가능했다. 또, 승부욕만으로도 될 문제가 아니었다. 감각이 정말 좋은 친구였기 때문에 자유투를 모두 넣었지 않겠나. 그래서 헤인즈를 리스펙트(respect)한다”며 연신 헤인즈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헤인즈, 동료인 게 자랑스러웠던 파트너
김선형과 헤인즈는 SK에서 무려 6시즌을 함께 소화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그는 헤인즈의 코트 밖 모습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외국선수들도 대단했지만, 헤인즈는 특히 자기 관리를 정말 잘한다”며 말을 이어간 김선형은 “시즌 중에는 절대 술도 마시지 않는다. 자기만의 소신이라고 할까. 스스로 정해둔 규칙을 정말 잘 지키는 선수다. 코트 밖에서는 가족도 너무 사랑하고 행실이 바른 친구다 .그런 부분에서 나에게도 귀감이 많이 됐다. 앞서 말했듯 승부욕도 강해서 농구적으로 안되는 게 있다면 될 때까지 연습을 하기도 한다”고 헤인즈를 말했다.
프로 생활을 하던 도중 유부남이 된 김선형은 먼저 가정을 꾸린 헤인즈의 모습이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고. “아무래도 나도 결혼을 하고 나서는 ‘가장’ 헤인즈의 모습에 더 눈이 가게 되더라. 코트에서는 한없이 승부욕 넘치고 강한 선수인데, 아내나 아들한테 하는 모습을 보면 약간 바보같다(웃음). 아내 바보, 아들 바보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헤인즈를 보면서 나도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선형의 말이다.
좋은 기억으로 가득한 최고의 파트너, 헤인즈. 그렇다면 지금 김선형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2010년대 초반 헤인즈와 다시 뛰게 된다면 어떨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 김선형은 “헤인즈가 절정을 찍던 2011~2012년도쯤에는 내가 너무 풋내기였다. 지금은 경험치를 쌓아서 나도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지금의 나와 그 때의 헤인즈가 같이 뛴다고 하면 내가 다 무섭다. 하하. 그때는 통합우승을 못했었는데, 이런 상상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웃어 보였다.
지난 3월 시즌 조기 종료를 맞이한 KBL 10개 구단은 현재 조금씩 차기 시즌 구상을 하며 외국선수 재계약도 고민 중인 모양새다. 김선형과 SK, 그리고 헤인즈가 2020-2021시즌에도 함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미 함께했던 6시즌 동안의 추억만으로도 헤인즈는 김선형에게 최고의 외국선수였다.
마지막으로 김선형은 “헤인즈가 KBL의 최장수 외국선수로서 10,000득점도 돌파하고 최고의 업적들을 남기지 않았나. 단순히 외국선수가 아니라 ‘사람’ 애런 헤인즈로서도 그의 동료였다는 게 영광스럽다. 코트 안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도움을 주고 배울 수 있는 동료가 되어줘서 고맙다. 헤인즈가 앞으로 더 뛸 수도 있고, 제2의 인생을 살수도 있을 테지만, 뭘 하든 헤인즈는 잘 해낼 거다. 항상 응원한다”며 헤인즈에게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기자), KBL 제공
점프볼 / 김용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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