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슬램게임: 한 판 더!] 코트에선 형제, 식탁에선 전쟁! ‘현실 형제’ 문유현-문정현의 이야기

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11-01 1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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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문정현(KT), 문유현(고려대)
[점프볼=정다윤 기자] KBL 신인드래프트는 하루뿐이지만, 그 하루를 향한 여정은 수천 번의 땀방울이 쌓인 서사다. ‘25 슬램게임’은 그 여정의 기록물이다. 그러나 코트 밖에도 이야기는 이어진다. 숫자로는 읽히지 않는 웃음과 인간적인 결이 담긴 순간들이 있다. 이번 편은 그 첫 장이다.

고려대 문유현(21,181cm) 의 이름을 꺼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또 한 사람, 형이자 KT의 중심 문정현(24, 194cm)이다. ‘25 슬램게임’ 인터뷰 당시에도 문유현의 입가에는 형이 스쳤다. 본편은 문유현이 주인공이었기에 형의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었지만, 이번 ‘비하인드 에피소드’에서는 그림자처럼 함께한 형제의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1 문유현 대신 ‘문정현 동생’의 꼬리표
어렸을 때부터 문유현은 늘 형 문정현의 존재감 속에 있었다. ‘문유현’보단 ‘문정현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먼저 붙었다. 비교는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어릴 적부터 다져온 마인드 컨트롤이 버팀목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문정현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왔죠. 고등학교 형들이 보러 오면 시선이 너무 의식돼서 부담스러웠어요. ‘형은 잘하는데 동생은 거품이네, 아무것도 아닌 선수네’ 이런 말을 깨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혼자서 책도 많이 읽고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었죠. ‘위닝’, ‘맘바 멘탈리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같은 책을요. 제 좌우명은 ‘사람은 어려움 속에서 성장한다’예요. 제 인생이랑도 닮았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게 진짜 성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 고려대 신입생 시절부터 빛난 1학년
문유현은 2023년 고려대에 입학 후 1학년임에도 활약했다. 평균 9.6점 4.4어시스트 2.1스틸, 3점슛 성공률 42%. 데뷔 시즌 기록으로는 완성형이었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빠르게 적응한 비결은 형이었다.

“사실 형의 존재감이 너무 컸어요. 형이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이지만…. 훈련을 못한 날이면 자기 전에 꼭 DM으로 ‘유현아 괜찮다. 잘할 수 있다. 자신감 있게 해라’ 이렇게 보내줘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많이 뭉클했어요. 그래서 형이 든든했죠.”

2001년생 문정현과 2004년생 문유현은 송정초·화봉중·무룡고까지 모두 같은 학교를 나왔다. 그러나 세 살 터울 차이로 단 한 번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설 수 없었다. 그래서 2023년 문유현의 고려대 진학은 특별했다. 처음으로 형과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된 순간이었다.


“사실 형이랑 같이 뛰게 된 것도 좋았지만 저는 (박)무빈이 형을 연예인처럼 봤어요. 너무 존경하고 멋있어서 꼭 같이 뛰고 싶었죠. 형보다는 무빈이 형이랑 더 뛰고 싶었어요(웃음). 장난이고 사실 둘 다 같이 뛰고 싶은 선수들이었어요. 예전부터 정현이 형이랑 한 번 같이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초·중·고가 겹치지 않아서 그럴 기회가 없었거든요.

근데 고려대 오니까 형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형이랑 뛰면 패스도 잘 오고 길도 알려주고 너무 편했어요. 근데 형이 저한테 ‘너랑 뛰니까 내가 득점이 안 된다. 내가 밀어주니까…’라고 하더라고요. 미안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프로에서 같은 팀이 된다면 제가 더 잘 해줘야죠. 하지만 상대팀이면 죽여야죠(웃음). 제가 플레이로 죽이겠습니다(?).”

#3 얼리 엔트리 결심에 대한 형 문정현의 반응
문유현은 한때 자신을 의심했다. 프로의 문턱 앞에서 ‘내가 준비됐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곁엔 형이 있었다. 문정현의 조언은 결정적이었다.

“형이랑 대화를 제일 많이 했어요. 형이 항상 ‘너는 잘하는데 왜 너 자신을 못 믿냐’고 했죠. 제가 자존감이 떨어질 때가 있었거든요. 다치기도 했지만, 제 자신을 의심하니까 형이 ‘그럴 거면 그만둬라. 왜 굳이 고민하냐. 그냥 있어라. 네가 도전하지 않으면 더 큰 성공은 없다. 과감하게 도전해라. 너무 답답하다’라고 말해주더라고요.”

문정현의 말이 틀린 적이 없었다. 그렇게 형의 말은 늘 동생 문유현의 성장을 자극했다.

“저도 생각해보니까 형 말이 맞더라고요. 도전해야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고, 그만큼의 대가도 따라온다고 믿었어요.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형의 조언을 듣고 결심하게 됐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왼쪽부터 문정현, 문유현

#4 코트에선 형제, 식탁에선 전쟁
형제의 대화에는 농담도 많다. 특히 ‘키’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식탁에서는 늘 고기 전쟁이 벌어졌다.

“저희 집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고기를 먹어요.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가족이 다 같이 앉아서 먹죠. 저랑 형은 항상 옆자리에 앉는데 형이 먹는 걸 보면 너무 빨라요. 왜냐하면 형은 씹지도 않고 그냥 삼키거든요(?). 그래서 살이 찌는 거예요. 살찌는 체질 보면 대부분 안 씹고 삼키잖아요. 저도 키 커야 하는 성장기였는데, 형이 워낙 많이 먹으니까 형만 키가 컸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 때까지 늘 그랬죠.”

승부욕이 강한 문유현도 마냥 질 수 없었다.

“그래서 저도 질 수 없다는 마음에 고기를 몇 점 밥 밑에 숨겨놨어요. 고등학교 때는 형이 절대 양보 안 했거든요. 근데 대학교 올라오니까 그제야 ‘많이 먹어라’ 하더라고요(웃음). 다 크고 나서요. 차라리 그때 좀 양보해주지 싶었죠. 맨날 저한테 식탐 부린다고 뭐라 했는데, 사실 본인이 제일 심해요(웃음). 형이 소고기 10점 있으면 8점은 혼자 먹어요.”

결과적으로 형의 존재는 성장의 기회가 됐다. 181cm로 포워드를 봐야 했던 그는 포지션 전환을 통해 가드로 새길을 열었다.

“형이 미안하다고 했죠. ‘본인 때문에 키가 덜 큰 것 같다’고 해줬어요. 그래도 제가 키가 컸다면 가드를 못했을 거예요. 오히려 고맙기도 해요.”

#사진_문유현 제공, 점프볼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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