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과 궁합 척척' 잘뽑은 KGC 스펠맨‧먼로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2-03 17: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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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팀전력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만큼 팀과 외국인선수 궁합은 해당 시즌 성적의 가장 큰 변수라 할 수 있다. 외국인선수의 실력이 좋아도 팀과 맞지 않으면 삐그덕 대기도 하고 반대로 크게 눈에 띄는 기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팀과 함께 톱니바퀴처럼 어우러지며 상승세를 이끌기도 한다.


프로농구 초창기 상위권 팀들의 성적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프로원년 나래 블루버드(현 DB)는 슈터 정인교 외에 딱히 이름값 있는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예상 밖 성적을 냈다. 여기에는 칼레이 해리스, 제이슨 윌리포드라는 외인 듀오의 역할이 컸다.


정인교의 외곽슛 외에 안정적인 득점 루트가 없었던 나래는 말 그대로 내외곽에 걸쳐 북치고 장구치면서 다해줄 외국인선수가 필요했다. 전천후 득점머신 칼레이 해리스는 여기에 딱이었다. 득점력 있는 토종선수가 다수 있는 팀에서는 독선적이라고 잡음이 일 수도 있겠으나 에이스가 없는 나래에서는 문제될게 없었다. 윌리포드 역시 골밑을 든든히 지켜주면서 간간히 3점까지 던지는 등 올어라운드 빅맨으로서 좋은 조합을 이뤄냈다.


반면 우승팀 기아는 허재, 강동희, 김영만 등 토종 테크니션이 많았다. 패싱플레이, 득점력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토종선수들이 맹활약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한기범의 은퇴, 김유택의 노쇠화로 인한 골밑이었다. 때문에 테크니션+빅맨으로 조합을 가져갔던 대부분 팀과 달리 클리프 리드, 로버트 윌커슨이라는 골밑 집중형 조합이 가능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만약 당시 나래와 기아의 외국인선수들이 서로 바뀌어져 있었다면 어땠을까? 스포츠 세계에 만약은 없지만 서로 맞지 않고 삐걱거렸을 가능성이 높다. 리드, 윌커슨이 나래에서 뛰었어도 골밑은 분명 튼튼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인교를 향한 집중수비가 거세지면서 외곽이 틀어 막히고 골밑 두 외인의 활동반경이나 공헌도 역시 떨어졌을 공산이 크다. 기아 역시 허재, 김영만 등 내외곽 득점원이 확실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볼 소유가 많은 해리스는 환영받기 힘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민, 주희정, 김승현 등 빠른농구에 강한 퓨어 포인트가드가 중심이 된 팀에서는 잘 뛰고 잘 받아먹는 타입의 외국인선수가 함께하면 궁합이 좋다. 이상민과 조니 맥도웰, 김승현과 마르커스 힉스는 지금도 명콤비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조합이며 캘빈 워너는 개인의 능력은 월등하지 않았지만 주희정과 함께 뛰던 시절 짧지만 강력한 임팩트를 남기기도 했다.


반면 양동근, 황성인 등 듀얼가드 타입은 고 크리스 윌리엄스, 재키 존스 등 시야가 넓고 패싱센스가 좋은 외국인선수와 잘맞았다. 어지간한 1번 못지않은 리딩능력이 돋보였던 ‘포인트 포워드’ 윌리엄스의 존재로 인해 양동근은 여러부분에서 부담을 덜며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 집중할 수 있었으며 담대한 공격 외에 큰 특징이 없었던 황성인 또한 옆에서 리딩을 도와주던 로데릭 하니발 외에 패싱능력을 겸비한 존스의 활약 덕에 신인 첫해 우승까지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런 점에서 KGC는 자신들 팀과 잘 맞는 외인을 뽑는 능력이 탁월하다. 역대로 그래왔다. 리온 데릭스, 키퍼 사익스 등 매시즌 부족한 포지션에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를 영입하며 적절한 조합을 맞췄다. 최근에도 이러한 KGC의 전통(?)은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시즌 KGC는 좋은 멤버, 두터운 선수층에 비해 좀처럼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대반전을 이끌어 낸 것은 대체외인 자레드 설린저(29·206cm)였다. ‘국내에 올 수준을 넘어선 외국인선수다’는 평가에 걸맞게 득점, 리딩, 패싱능력 등 다방면에서 능력을 과시하며 KGC의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을 이끌어냈다. 어떤 면에서는 과거 대체 외인 돌풍을 일으켰던 단테 존스의 업그레이드판이었다.


공격력은 최상급이었지만 수비가 다소 아쉬웠던 존스에 비해 설린저는 모든 면에서 탄탄했다. 궁합을 넘어서 KGC 전 포지션을 내려다보며 플러스 효과를 내주었고 상대팀은 대응 방법을 끝까지 찾아내지 못했다. ‘설린저가 없는 KGC는 시즌 우승도 장담할 수 없지만 설린저가 있는 KGC는 역대 최강팀이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역대 KBL 역사를 통틀어도 이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외국인선수는 없었다.

 


올시즌 또한 KGC는 외국인선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오마리 스펠맨(25·203㎝)은 내외곽을 오가며 파워풀하게 득점을 올리고 블록슛을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다. 플레이 스타일부터 에너지가 끓어 넘친다. 스펠맨이 에이스 역할을 잘해주고 있기에 문성곤, 양희종 등 수비 중심 선수들을 부담없이 코트에 내보낼 수 있다. 31경기에서 평균 21.61득점(전체 3위), 3.52어시스트, 11리바운드, 1.16스틸, 1.48블록슛(전체 2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뽐내고 있는 모습이다.


대릴 먼로(36‧196.6cm) 또한 1옵션같은 2옵션으로 활약하며 타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많은 나이로 인해 운동능력, 체력 등이 떨어지며 전성기 기량은 잃어 버린지 오래지만 특유의 노련미를 앞세운 팀플레이를 통해 당초 기대했던 몫 이상을 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32경기 평균 6.97득점, 2.38어시스트, 5.09어시스트의 기록만 놓고 보면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출장시간이 적음을 감안했을 때 효율은 높은 편이다. 스펠맨이 에너지 넘치는 뜨거운 성향의 불같은 플레이어라면 먼로는 냉정하게 팀원들을 살려주는 물같은 유형의 선수다. 많이 움직이기보다는 좋은 자리를 미리 선점하는 스타일로, 받아먹기나 리바운드에 능한 것은 물론 영리하게 스크린을 걸어주며 득점을 돕는다.


뭐니뭐니해도 먼로의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되는 부분은 패싱능력이다. 외곽, 포스트 어디에 자리잡고 있어도 넓은 시야로 동료의 움직임을 봐주며 편하게 공을 넘겨주는 것을 비롯 빽빽한 수비진 사이로 킬패스도 종종 넣어준다. 화려하게 어시스트를 많이 올리는 타입이라기보다는 안정적이고 편한 패스를 통해 팀플레이를 살려주는 유형이다.


거기에 슈팅능력도 준수한지라 빈틈이 생겼다 싶으면 여지없이 3점슛, 미들슛을 꽂아 넣는다. 최근 스펠맨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KGC가 선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먼로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다소 다혈질인 스펠맨을 다독여주는 역할까지 자처하는 등 철저하게 팀을 생각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라 김승기 감독 역시 그를 가리켜 “먼로는 또 다른 코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각각 다른 스타일의 믿을맨 외국인선수를 앞세워 순항중인 KGC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까지 접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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