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을 짓을 했다” 결국 모두를 위한 일인데…그렇게 하기 싫은가?

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6-01-09 0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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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다윤 기자] 새해가 오면 코트의 공기도 조금 달라진다.

정규시즌의 승패가 만들어내는 긴장과는 다른 종류의 설렘이 피어난다. ‘올스타게임’은 그 설렘을 가장 먼저 건드리는 장치다. 사전 콘텐츠와 이벤트는 팬들의 기대를 끌어올리고 선수들의 ‘다른 얼굴’을 꺼내 보이며 올스타의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올스타 후보 전원이 참여하는 기획은 스케일이 크다. 조회수도 이 시기에 유독 달콤해진다. 그러나 최근 한 콘텐츠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장면이 퍼지며 특정 선수의 비협조적 태도가 화제가 됐다. 팬과 관계자 모두 눈살을 찌푸렸고 “원래 그런 선수예요”라는 말이 뒤따랐다. 하지만 ‘원래’라는 단어는 때로 책임을 지우는 지우개가 된다. 원래 그런 게 어디 있는가.

미디어는 팬에게 소통의 창구다. 경기장에서 보이지 않는 선수의 결, 코트 밖에서 드러나는 성격, 팀 분위기를 건네는 통로다. 특히 외국선수가 포함된 기획 콘텐츠일수록 콘셉트는 더 제한적이다.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가 있는 만큼 제작진은 안전한 장치 안에서 웃음과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그럼에도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을 찾아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익 창출? 이 부분을 이유로 들면 헛웃음이 난다. 구단과 연맹이 미디어에 투입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수익만으로 손익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가 많다. 그럼에도 미디어는 멈추지 않는다. 결국 팬을 위한 것이고, 선수와 구단 홍보를 위한 투자다. 팀이 가진 자산은 성적만이 아니다. 선수의 서사와 매력도 자산이다. 뉴미디어 시대에 이 자산은 노출과 알고리즘을 타고 확장된다.

환경도 바뀌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디지털 생활이 구축되면서 팬은 TV 앞이 아니라 ‘손안’에서 선수를 만난다. 더 나아가 추천 시스템과 초개인화는 팬이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방식에서 콘텐츠가 새로운 팬을 찾아오는 방식으로 판을 바꿔놨다.

이 흐름에서 미디어를 등한시하는 태도는 시대와 엇박자를 낸다. 지금은 콘텐츠가 브랜드를 밀어 올리는 시대다. 선수 개인의 가치도 팀의 상품성도 이 무대 위에서 함께 움직인다.

이번 시즌 1라운드 무렵 한 구단 관계자는 “결국 본인을 홍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고참 대신 어린 선수만 비중이 크다. 결국 자신을 알리는 일인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프로 선수에게 ‘농구만 잘하면 된다’는 문장은 더 이상 안전한 방패가 아니다. 리그 흥행을 입에 올리는 만큼 흥행의 엔진이 무엇인지도 같이 바라봐야 한다. 한 건이라도 노출되는 것이 이득인 시대다.

물론 선수에게도 사정은 있다. 촬영은 대개 운동 뒤에 진행된다. 나 같아도 피곤하다. 개인 휴식 시간을 쪼개야 한다. 경기 전이라면 몸을 푸는 루틴을 일부 양보해야 할 때도 있다. 다만 하루 종일을 요구하는 노동은 아니다. 몇 분의 참여가 팬에게는 하루의 선물이 된다. 선수에게는 더 나아가 자신을 더 알릴 기회가 된다. KBL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팬에게 닿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태도가 모든 것을 가른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수록 방법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중한 사양이든 촬영 방식의 조정이든 대화로 풀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 팬을 위해 준비한 제작진의 시간과 공력을 최소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솔직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익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A선수는 “운동이 끝나고 하는 거라 솔직히 말하면 피곤하다. 그렇지만 해야 되는 이유는 당연한 게 있다. 팬을 위해서. 어떻게 보면 팬과 선수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개인 소셜미디어와 구단 채널도 있지만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팬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게 됐다. 냉정하게 팬들이 올스타게임 아니면 언제 선수들이 재밌고 망가지는 모습을 보겠나. 그래서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A선수의 말은 한 번 더 핵심을 건드린다. “우리가 항상 하는 얘기가 있지 않나. ‘찾아와주신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말. 경기 많이 찾아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게 감사하다. 그러니 팬들이 좋아하는 것에 우리도 맞추려고 해야 한다. 당연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어떤 콘텐츠를 찍을 때, 그 주어진 상황(게임 같은)을 잘하는 걸 팬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 그냥 우리가 이걸 몰입해서 하는 걸 재밌게 봐주시는 거다. 농구만 하는 사람들이 다른 걸 하는 게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러나 선수마다 성향 차이가 있다. 즐겨하는 선수와 부담스러워하는 선수는 분명히 있다. 그래도 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선수의 성향 차이는 분명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타이틀에는 책임이 따라붙는다. 공중파와 대형 노출을 경험한 스타 선수일수록 연맹 혹은 구단 채널을 작게 보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본업이 농구 선수라면 리그의 토양을 가볍게 밟아서는 안 된다. 작은 채널이 아니라 리그의 입구이자, 새 팬이 들어오는 문일 수 있다.

A선수는 이 현상에 대해 “사실 공중파 나오다가 다시 리그에서 촬영하는 게 다소 시시한 느낌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본업은 농구 선수다. 이거에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방해를 받는다 싶으면 정중하게 거절을 해야지, 무시하고 짜증스러운 말투로 하면 안된다. PD들도 사람이다” 말했다.

여기에는 균형의 원칙이 있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제작진도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해야한다. 선수도 제작진의 노력과 팬의 기대를 가볍게 보지 않아야 한다. 미디어는 갑과 을이 아니라 공생에 가깝다.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돕는 구조가 되어야 발전하지 않을까.

A선수는 또 이렇게 짚었다. “‘팬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있지만 막상 하면 귀찮고 힘드니까 잘 안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실 앞뒤가 다른 거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욕을 먹을 행동을 한 거다. 정말 어디가 안 좋아서 빠진다고 하던가 못 하겠으면 정중하게 말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해당 선수가 촬영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니지만 이왕 할 거면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상황이다. ‘아쉽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은 것 같다”고 바라봤다.

‘팬을 위한다’는 말이 빈 껍데기가 되지 않으려면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사진_점프볼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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