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 SIXTHMEN] 회춘한 ‘032형’부터 ‘변어빙’까지…1라운드 수놓은 환상의 식스맨들

이영환 / 기사승인 : 2020-11-04 18: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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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영환 객원 기자] 2020-2021시즌 KBL의 키워드 중 하나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약체로 분류됐던 팀이 선두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지난 시즌 상위권 반열에 들었던 팀은 최하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 원인 중 하나로는 식스맨의 활약을 꼽을 수 있다. 감독과 동료 선수들의 신뢰 아래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는 식스맨들. 이들의 활약상을 추려 라운드별로 살펴본다.


정영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정영삼(인천 전자랜드)
주전 출전: 2경기 / 벤치 출전: 7경기
평균 19분 16초 출전 8.2득점 2.0리바운드 1.4어시스트 1.0스틸

‘032형’이 회춘 모드에 들어섰다. 최근 몇 년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정영삼의 올 시즌 1라운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벤치에서 시작하는 모습이 익숙하지만, 코트에 들어선 순간부터 베테랑의 면모를 보이며 팀을 이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지난달 27일 부산 KT와의 경기 후 “공수에서 구심점 역할을 너무나 잘 해주고 있다”라며 그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정영삼은 1라운드 첫 경기부터 매서운 슛 감각을 뽐냈다.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 3쿼터 14득점을 몰아치며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동시에 개인 통산 600번째 3점슛이라는 기분 좋은 기록도 달성했다. 덕분에 전자랜드는 98-96으로 시즌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어 서울 SK와의 연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정영삼은 이날 3점슛 3개를 시도해 모두 성공하며 13득점을 올렸다. 이 밖에 정영삼은 매 경기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슛을 꽂으며 전자랜드 돌풍의 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영삼의 전성기급 활약은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2-2013시즌. 평균 14.1득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지만 이후 크고 작은 부상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 시즌에는 31경기를 뛰며 2.9득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하지만 올 시즌 평균 19분 16초를 뛰며 8.2득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막 1라운드를 마쳤기에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그의 초반 기세가 심상찮다는 점은 확실하다.

올해 나이 37세. 어느새 ‘노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정영삼은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의를 다지며 코트를 휘젓고 있다. 특히, 전반(1.4득점)보다 승부처인 후반(6.7득점)에 화력을 집중시키며 팀 승리에 공헌 중이다. 전자랜드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정영삼. 과연 그가 얼마나 자신의 시간을 돌려놓을지 지켜보자. 

 

발톱 드러낸 에이스 변준형

변준형(안양 KGC인삼공사)
주전 출전: 4경기 / 벤치 출전: 5경기
평균 28분 26초 출전 12.9득점 3.0리바운드 4.8어시스트 1.3스틸

변준형이 마침내 발톱을 드러냈다. 2년 전, 신인이었을 당시만 해도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 정도로만 평가됐다. 하지만 올 시즌 변준형은 자신의 스탯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하며 차세대 에이스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1라운드 기준으로 벤치 출전이 더 많기는 하지만 주전이라 봐도 손색없는 기량이다. 농구 팬들이 NBA 스타 카이리 어빙의 이름을 가져와 ‘변어빙’이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

변준형은 모든 기록에서 성장세에 있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득점이다. 데뷔 시즌 평균이었던 8.3득점도 준수했지만 올 시즌 12.9득점을 올리며 두 자릿수로 껑충 뛰어올랐다. 가드로서 중요한 지표인 어시스트도 마찬가지. 같은 기준 평균 2.0개에서 4.8개로 두 배 이상 끌어 올렸다. 다만 1번과 함께 2번 포지션 역할도 주어지는 만큼 외곽슛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변준형의 1라운드 3점슛 성공률은 27.3%였다.

변준형이 미친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한 건 지난달 10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였다. 뛰어난 일대일 공격력을 기반으로 상대 페인트존을 마음껏 공략했다. 넓은 코트 비전도 돋보였다. 자신이 공격을 주도하다가도 기회가 보이면 오세근과 얼 클락, 전성현 등 동료에게 곧바로 패스를 찔러넣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정확한 동작이었다. 이날 변준형은 16득점 17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특히, 17어시스트는 한 경기 개인 최다이자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기록이었다.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선수.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해낼 수 있는 선수. 지금의 변준형은 이런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3년 차에 들어선 젊은 가드라는 점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팬들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변준형.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의 바람처럼 그는 KBL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이적생 양우섭의 신의 한 수

양우섭(서울 SK)
주전 출전: 2경기 / 벤치 출전: 7경기
평균 17분 55초 출전 5.2득점 2.1리바운드 1.0어시스트 0.8스틸

정들었던 팀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트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분위기가 주는 이질감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노장의 반열에 든 선수로선 은퇴의 기로에서 고민을 거듭하기도 한다. 8시즌 간 몸담았던 창원 LG에서 올 시즌 서울 SK로 이적한 양우섭도 비슷한 생각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옳았다. 양우섭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문경은 SK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양우섭은 LG 소속이던 최근 4시즌 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날이 더 많았다. 물론 SK로 이적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효율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장기인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양우섭의 지난 시즌 평균 기록은 1.2득점 0.6리바운드 0.6어시스트 0.3스틸에 불과했다. 물론 6분 44초라는 짧은 출전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 사뭇 달라진 지표는 ‘양우섭이 여전히 능력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양우섭은 지난달 24일 안양 KGC와의 경기에서 성실함의 대가를 누렸다. 전반에만 3개의 3점슛을 쏘며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던 양우섭은 후반 들어 추격의 선봉에 섰다. 3쿼터와 4쿼터 각 2개의 외곽포를 추가하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고 SK는 KGC에 83-80으로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양우섭의 최종 기록은 25득점(3점슛 7개) 5리바운드 4어시스트. 3점슛 7개는 커리어하이였으며 득점은 한 경기 최다였던 26점에서 단 1점이 모자랐다. 그야말로 인생 경기였던 셈이다.

SK에는 김선형을 비롯해 최성원, 변기훈 등 걸출한 가드 자원들이 포진해 있다. 36세 노장의 설 자리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양우섭은 경기당 18분 내외의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며 나름의 방식대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절실한 만큼 경기에서 보여주고 싶다”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남은 5차례의 라운드에서 양우섭이 보여줄 절실함의 크기는 과연 어느 정도일지 기대해보자.

‘아빠’ 정창영의 행복한 고공행진

정창영(전주 KCC)
주전 출전: 4경기 / 벤치 출전: 5경기
평균 27분 37초 출전 9.0득점 4.7리바운드 2.2어시스트 1.3스틸

아빠라는 이름은 정창영을 춤추게 했다. 정창영은 LG에서 KCC로 팀을 옮긴 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엔트리에서 제외될 만큼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전창진 KCC 감독의 부름을 받은 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데뷔 후 9시즌 만에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고 있으며 그만큼 모든 지표에서 스텝 업을 이뤘다. 올 시즌 1라운드 식스맨 중 한 명으로 선정한 이유기도 하다.

KCC에서 정창영은 근성 있는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높은 에너지 레벨을 바탕으로 악착같은 수비를 펼치며 속공 가담 과정에서도 적극적이다. 경기력의 기복과 실수가 적다는 점도 특징. 올 시즌엔 개인 득점 시도도 늘었다. 1라운드 기준 2점슛은 4.3개를 던져 1.7개를 넣었으며 3점슛은 2.8개를 던져 1.3개를 성공했다. 슛 시도와 성공 횟수 모두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 시즌 KCC로 이적한 유병훈과 김지완이 빠진 상황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창영이 가장 빛났던 경기는 지난달 21일 서울 SK전이었다. 접전을 펼치던 양 팀. 정창영은 3점슛 두 방으로 승부에 균열을 냈다. 김지완과 송창용의 외곽포까지 터지며 KCC는 90-80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날 정창영은 3점슛 4개를 포함해 14득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수훈선수가 됐다. 전창진 감독은 인터뷰에서 “정창영은 본래 조율을 잘 해주는 선수인데 오늘은 득점 가담도 좋았다”라고 그의 공격력을 칭찬했다.

이적 후 생긴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정창영. 결혼에 이어 아이가 태어나면서 생긴 책임감은 그런 그의 활약에 행복이란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도 언급했듯 정창영은 여전히 코트를 질주하는 것에 목말라 있다. 주전과 벤치를 넘나들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가 또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즐겁게 할지 주목해보자.

LG의 희망으로 떠오른 이원대

이원대(창원 LG)
주전 출전: 4경기 / 벤치 출전: 4경기
평균 21분 24초 출전 8.4득점 1.6리바운드 2.9어시스트 1.3스틸

창원 LG는 올 시즌 사령탑을 교체했다. 3시즌 간 팀을 이끌어온 현주엽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조성원 감독이 부임했다. 조 감독은 공격 농구로 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1라운드가 지난 현재, LG의 성적은 4승 5패(7위)로 준수한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위안거리는 있었다. 팀의 공격을 이끌며 순위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이원대가 그 주인공이다.

이원대의 1라운드 평균 출전 시간은 21분 24초로 최다였던 지난 시즌 19분 43초를 갈아치웠다. 득점도 지난 시즌 평균이었던 3.9점의 두 배가 넘는 8.4점이었다. 이밖에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스틸 부문에서도 최고치를 넘겼다. 그의 활약은 공헌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4일 기준 이원대의 팀 내 공헌도는 133.58로 김시래에 이어 국내 선수 2위에 해당한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진 것.

이원대의 화력은 지난 1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폭발했다. 전반에만 3점슛 5개를 포함해 19점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온 이원대. 후반에 들어서도 추가 득점을 적립하며 24득점(3점슛 6개) 5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했다. 이날 올린 24점은 종전 최다(2014년 10월 12일 VS 울산 모비스)인 19점을 훌쩍 넘는 수치였다. 3점슛 역시 지난달 28일 원주 DB전에서 나온 4개를 갈아치웠다. 덕분에 LG는 시즌 첫 2연승으로 1라운드를 마감할 수 있었다.

이원대는 그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다. 출전 시간도 짧았을뿐더러 활약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수비와 2대2 플레이에 장점이 있지만, 자신의 득점에는 소극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격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점점 드러내고 있다. 이는 조성원 감독의 신임을 얻은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이원대의 득점이 필요하다”라던 조 감독의 바람에 이원대는 꾸준함으로 화답할 수 있을까.

점프볼 / 이영환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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