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교훈 어디갔나, 한국농구는 왜 항상 최종 12인 명단을 조기 확정할까

민준구 / 기사승인 : 2021-05-28 19: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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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이른 시기에 확정한 최종 12인 명단,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최근 2020 도쿄올림픽, 그리고 FIBA 아시아컵 2021 window3 및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설 한국 남녀농구대표팀 최종 12인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국제대회까지 최소 한 달 이상 남은 시기에 최종 12인 명단을 발표하는 국가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선수 풀이 좁은 여자농구의 경우 종종 있는 일이지만 남자농구는 찾기 힘든 일이다.

확실한 이유가 있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른 시기에 최종 12인 명단을 발표하는 건 내부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다. 물론 베스트5가 되기 위한 경쟁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대회 참가가 확정된 상황에서 확실한 동기부여를 잃기 쉽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서는 팀들을 살펴보면 최소 15명에서 많으면 40명의 예비 엔트리를 발표한다. 이들은 미니 훈련 캠프를 열어 최종 엔트리 마지막 제출 기간까지 경쟁한다. FIBA 규정상 대회 하루 전 열리는 테크니컬 미팅 때까지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세계 최강 미국조차 도쿄올림픽을 위해 57명의 예비 명단을 발표했다. 제리 콜란젤로 단장은 “우리는 최강의 전력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선수를 추가하려 노력했다. 이처럼 많은 선수들을 예비 명단에 포함한 건 앞으로 일어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책이다”라고 말했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옆 동네 중국과 일본도 최소 20명 이상의 예비 엔트리를 발표했을 뿐, 최종 엔트리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다. 그들 역시 대회 직전 12명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 재정난이 심한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면 철저한 내부 경쟁을 통해 마지막 순간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여겨져 왔다. 실제로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 때도 최종 12인 엔트리를 조기 결정한 건 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정도밖에 없었다.

그에 앞서 국내에서 열린 4개국 초청대회에서도 최종 12명만 데리고 참가한 국가는 한국과 앙골라가 유이했다. 리투아니아와 체코는 12명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 마지막까지 테스트했다. 한국은 2년 전의 실수를 반복한 셈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 관계자는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프로 시즌이 끝난 직후인 만큼 많은 선수들을 소집하려면 연맹, 구단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또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 또 부상 문제가 있다. 경쟁에 대한 의지보다 이미 기량 차이를 인정하고 들어가는 문화도 존재한다. 대표팀 상비군 제도 역시 존재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이번 여자농구 대표팀을 소집하는 과정에서 12명 이상의 선수들을 포함하려 했지만 이후 탈락할 선수들을 생각해보니 조금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12인 엔트리를 소집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남녀농구 대표팀은 연습경기 없이 국제대회를 소화할 예정이다.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면 연습경기에 대한 작은 가능성조차 사라지게 된다. 최종 12인 엔트리를 조기 확정한 탓에 1~2명의 부상 선수들이 발생하면 내부 5대5 훈련도 불가능하다. 현재 여자농구 대표팀이 그러하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12명보다 더 많은 선수들을 선발하고 있다.

물론 다른 국가들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한국은 세계 농구의 변방이며 국가대표 전력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다.

심지어 남자농구 대표팀의 경우 주축이 되어야 할 몇몇 선수들이 진단서를 제출, 대표팀 차출을 거부했다. 시즌이 막 끝난 시점인 만큼 크고 작은 부상이 많은 상황이다. 그런 선수들을 예비 24인 엔트리에 포함 시켰다는 건 협회와 경기력향상위원회, 그리고 조상현 감독의 실책이지만 그들을 제외하더라도 추가할 선수들이 없다는 건 현실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새 집행부, 그리고 새로운 대표팀 지도자들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연령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의 합동 훈련에 대한 대화를 나눠봤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최종 12인 엔트리를 조기 확정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다. 내부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매번 대회 준비 기간마다 부상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최종 12인 엔트리로 조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국농구의 국제대회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남자농구의 경우 21세기 들어 올림픽을 경험하지 못했고 아시아컵 우승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농구는 간신히 올림픽 티켓을 따냈지만 중국, 그리고 일본과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재정난이 심해서 국가대표 성적이 좋지 못한 건 아니다. 세계적인 농구 강호들 중 우리보다 형편이 좋지 못한 국가도 많다. 선수들의 기량 역시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단 좋은 재료가 반드시 좋은 음식이 되는 건 아니다.

최종 12인 엔트리 조기 확정과 같은 패착부터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 사진_점프볼 DB(박상혁, 서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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