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SK 간판 스타이자 주전 1번으로 활약중인 ‘플래시 썬‘ 김선형(33‧187cm)은 양동근(현대모비스 코치)과 함께 듀얼가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정통적인 의미의 포인트 가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양동근이 그랬듯 자신만의 장점을 내세워 소속팀을 꾸준히 강호의 반열에 올려놓는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1번 포지션하면 강동희, 이상민, 신기성, 주희정, 김승현 등이 언급됐겠지만 최근 팬들에게는 양동근, 김선형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됐다. 둘은 프로 입단 당시만해도 플레이 스타일상 슈팅 가드로서의 커리어가 예상됐다. 하지만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 문경은 전 SK 감독 등은 사이즈상 1번으로 주로 뛰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신인 시절부터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시야, 리딩, 패싱게임 등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공수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며 경쟁력을 가져갔다. 그 결과 ’포인트가드=특급 도우미‘라는 이전까지의 공식을 깨고 해결사 혹은 에이스형 1번으로서 듀얼가드 전성시대를 열어제쳤다. 포인트 가드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포지션별 토탈 시스템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탄탄한 수비에 더해 수준급 공격력을 자랑했던 양동근이 안정감 높은 캡틴형 1번으로 명성을 떨쳤다면 김선형은 화려함이 돋보이는 돌격대장 유형이다. 특유의 스피드와 빼어난 운동능력을 살려 코트를 종횡무진 활보하는데 그로인해 2010년대를 대표하는 KBL의 판타지 스타로 불리고 있다. 플레이 자체가 워낙 다이나믹한지라 매경기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낸다.
흔히 포인트 가드하면 넓은 시야와 패싱 센스 등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볼 간수 능력이다. 볼을 오래가지고 플레이해야 하는 포지션 특성상 아무리 다른 능력이 좋다해도 볼간수가 불안하면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어려워진다. 팀내 야전 사령관이 압박에 약하면 팀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드리블이 좋은 김선형은 뉴타입 1번으로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볼 컨트롤이 안정적인지라 여기에 본인만의 리듬과 스탭을 살려 다양한 플레이를 펼쳐나가는게 가능해진다.
드리블이 다소 높다는 약점을 지적받기도 하지만 이를 가공할 속공 플레이를 통해 상쇄해버린다. 어차피 패스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세트오펜스보다는 빠른 공격전개를 선호하고 거기에서 강점을 보인다. 포지션 대비 준수한 신장, 운동능력을 내세워 매치업 상대를 압도하고 이로인해 상대 수비진에 균열이 생기면 공격, 패스 이지선다형으로 쉴새없이 몰아친다.
슬래셔형 1번이라는 점에서 공격 옵션이 단순할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다. 김선형은 신인시절부터 자신만의 리듬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돌파를 성공시켰다. 상황에 맞게 핑거롤, 플로터, 더블클러치 등 여러 가지 기술을 구사하며 수비를 괴롭힌다. 기회다싶으면 인유어페이스 덩크도 과감하게 시도한다. 특유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매우 높은 성공률을 가져가는데 각도가 잘 나오지않는 상황에서까지 슛을 성공시키며 상대 수비를 허탈하게 만들어버리기 일쑤다.

사실 김선형이 이렇게 전성기를 오래가져갈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양동근같은 경우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공수밸런스가 안정적이라 충분히 롱런이 예상되는 타입이었다. 기본적으로 슈팅력이 좋고 골밑 근처에서 포스트업 스킬까지 갖추고 있어 여러 가지 상황에서 할게 많았다.
반면 김선형은 능력의 상당수가 속공에 특화되어 있다. 꾸준히 발전하고는 있지만 정상급 슈팅력과는 거리가 멀며 골밑 근처에서 수비수를 압도할 무기도 부족하다. 어느정도 자신의 거리가 확보된 상태에서 스피드, 리듬을 살려 몰아치는 유형이다. 선수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가장 먼저 떨어지는 부분이 탄력, 스피드 등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도 많아보였다.
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선형은 리그 정상급 듀얼가드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가고 있다. 한창 때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나이대비 신체능력, 에너지레벨은 준수한 편이며 거기에 풍부한 경험까지 쌓여가며 SK 속공농구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놓지않고 있는 모습이다. 올시즌 정규리그 44경기에서 평균 28분 29초를 뛰며 13.34득점, 5.34어시스트, 2.55리바운드, 1.25스틸을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까지는 노쇠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김선형에게서 눈에 띄는 것은 노련미다. 한창 젊을 때의 그는 경기내내 쉴새없이 뛰고 또 뛰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에 맞게 에너지 조절을 해가면서 그렇게 비축한 힘으로 4쿼터에도 폭발적인 움직임을 이어나가며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강강강‘에서 ’강중약‘으로 템포조절을 하는 방향으로 나이를 이겨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거기에 더해 SK 시스템 역시 김선형과 잘맞고 있다는 평가다. 한창 전성기 때는 애런 헤인즈라는 전천후 스윙맨 외국인선수가 함께하며 공격조립을 분담했으며 최근에는 살림꾼 안영준, 포인트 포워드 최준용 등 팔방미남들의 존재로인해 자신이 잘하는 쪽에만 더욱 집중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어지간한 포인트가드 뺨치는 시야와 패싱능력을 갖춘 최준용의 존재는 김선형의 취약점을 제대로 커버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올시즌 SK는 완벽에 가까운 전력을 자랑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거기에 더해 챔피언결정전 역시 10일 현재 KGC인삼공사에 3승 1패로 앞선채 창단 첫 통합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늙지않는 돌격대장 김선형이 남은 경기에서도 여전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정상으로 끌어올릴 것인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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