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이드: 스포츠에서 두 팀 이상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 선수를 교환하는 행위.
단순히 ‘선수 이동’이라 표현하기엔 그 안에는 계산과 전략, 감정과 이해, 그리고 냉정한 프로의 논리가 담겨 있다. 각 팀은 여러 요소를 따지고 또 따지고 저울질한 끝에 비슷한 가치를 가진 선수들을 맞바꾼다.
하지만 정작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당사자는, 보도자료 한 줄로 치환되기엔 너무 무겁고, 너무 많은 감정을 품고 있다.
팬들은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내 선수’였던 선수가, ‘내 팀’을 위해 뛰던 선수가 갑자기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마주한다. 선수들은 휴식 중이든 훈련 중이든, 연락 한 통으로 정든 팀과 작별을 나눠야 한다. 그리고 빗발치는 취재진들과의 인터뷰 및 카메라 앞에서 똑같은 문장을 말한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증명해 보겠다”
그러나 그 문장이 익숙해질 만큼 트레이드를 겪는 선수는 많지 않다.
또 트레이드가 발표되는 순간, 팬들은 가장 먼저 숫자를 꺼내 든다.
누구를 얻었고 누구를 잃었는지, 연봉과 나이와 포지션, 그리고 앞으로의 활용도를 따져보며 ‘득이냐 실이냐’를 가늠한다. 한 경기만 지나도 손익 계산서를 두드리며 웃고 울고, 어느 팀이 이득을 봤는지 해설하고 분석한다. 그렇게 당사자들은 '라이벌 관계'를 서서히 갖춰간다.
NBA에서는 단 한 번의 트레이드가 팀의 역사를 바꾸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떤 트레이드는 몇 년이 흐른 뒤 뒤늦게 “재평가다”, “실수였네”라고 다시 오르고 내린다. 친정팀을 만나면 속으로 이를 악물고 뛰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8순위. 프로에 입성한 순간부터 기대를 안고 출발했던 김세창은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프로 데뷔 이후 정규 시즌 48경기에 나섰지만, 이미 팀을 세 번 옮겼다. 전주에서 울산으로, 울산에서 고양으로, 그리고 지금은 안양 정관장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군 복무 중에도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던 그는 말 그대로 프로 세계의 ‘이동’을 많이 경험한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그는 담담했다.
“이젠 많이 옮기다 보니까 무덤덤해진 것 같아요(웃음). 의미를 크게 두지도 않으려고요. 그냥 받아들이고 있어요”
마음이 단단해진 이유는 단순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나를 원했으니까.
트레이드가 많았지만, 기회는 늘 충분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상무 포함 D리그 참가팀은 7개 구단이었고, 김세창이 속했던 팀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D리그를 운영하지 않았다. 주축 선수가 아니었던 김세창은 어떻게 보면 단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선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최초로 올 시즌 전 구단이 참여하며 D리그가 정규 시즌과 동일하게 완전체가 됐고, 덕분에 저마다 독기를 품은 선수들이 기지개를 켜며 코트에 나올 기회를 얻었다. 김세창도 동일했다.
“정관장은 원래 D리그가 없었거든요. 근데 이번 시즌엔 동기부여도 제대로 되고 선수들끼리 분위기도 좋아요”

26일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선승관에서 열린 SK와의 경기. 한때 18점 차까지 뒤졌었던 정관장은 이날 4쿼터 믿기지 않는 20-2 스코어링 런을 내달리며 천신만고 끝에 역전승에 성공했다. 선봉장에 서 있었던 선수가 가드 김세창이었다.
적재적소에 터진 외곽슛, 과감한 드라이브, 템포 조절. 판세가 뒤집어지는 과정에서 김세창의 플레이는 말 그대로 ‘변곡점’이었다.
D리그를 처음 나서는 선수들, D리그 지휘봉을 처음 잡아보는 이대혁 코치, 대부분 모든 게 처음 처음 처음인 안양 정관장이었지만 그들에겐 이 기회 한번 한 번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순간이었다.
“제가 올 시즌도 그렇고 좀처럼 정규 시즌엔 한 경기도 출전 못했거든요. 근데 D리그가 저한테는 정규 시즌만큼이나 의미가 남다른 곳이에요. 되게 간절하다고 해야 하나요. 진짜 모든 걸 보여주면서 잘 준비해 꼭 관중들 함성이 쏟아지는 정규 시즌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는 트레이드라는 단어를 재차 언급하며 정면으로 마주했다.
무엇보다 “정관장에 와서 잘 해야 정관장이 트레이드를 잘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더 노력해야죠. 제 트레이드 상대가 잘하는 거, 자극도 많이 되더라고요”
오프 시즌엔 부상 여파로 정상적인 훈련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그 과정엔 많은 이들의 손길도 있었다. “트레이너 형들이 케어 정말 많이 해줬어요. (정)태오 형, (이)기호 형, (장)현준이까지, 정말 감사해요”
이날 SK와의 경기 종료 3분 전, 정관장의 득점 기록 전부를 책임진 건 김세창이었다. 역전부터 승부에 쐐기 박기까지 김세창이 모든 걸 해내자 벤치에서 이대혁 코치의 조용한 한마디 “이제 드디어 됐네”
세 번의 트레이드. 끝없는 기다림의 시간. 그리고 5년 만에 찾아온 제대로 자신을 펼칠 수 있는 D리그라는 무대. 이동이 많은 선수이기보다 기회가 많은 선수가 되고 싶은 김세창, 이제 시작일까. 팀도, 선수도,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이들도 조금씩 확신에 다가갔던 경기.
플레이로 증명해야 하는 김세창과의 인터뷰에서 떠밀려가는 선수가 아닌 이젠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는 선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_양윤서 인터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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