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양준민 기자] 지난여름 휴스턴은 그 어느 때보다 핫한 오프시즌을 보내야 했다. 바로 중국 정부와 대치 중인 홍콩 시위에 지지하는 대럴 모리 단장의 트윗 하나가 중국을 자극, 휴스턴을 지원하는 중국 기업들의 지원이 끊기기 시작한 것이 그것이다. 급기야 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라 할 수 있는 야오밍 중국농구협회장도 휴스턴과 맺은 협력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실제 휴스턴은 모리 단장의 발언이 이후 약 8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구단 가치까지 527억 달러에서 44억 4,000만 달러로 급락했다.
여기에 아담 실버 총재까지 모리 단장의 발언을 지지하며 어느새 갈등은 중국과 NBA 전체의 싸움으로 판이 커졌다. 하지만 예상보다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자 모리 단장과 NBA 사무국은 SNS를 통해 사과의 말을 남겼다. 중국 시장을 잃는다면 향후 샐러리캡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예상이 흘러나오는 등 중국이 NBA 내에 끼친 영향력이 상상 이상이라 사무국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포브스에 따르면 중국의 시장 가치는 약 40억 달러로 이는 NBA 사무국에 있어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의 시장이다. 급기야 일부 선수들과 감독들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등 몸을 사리며 언론과 팬들의 비판을 들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다만 NBA와 모리 단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몰랐다. 설상가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정부까지 중국의 눈치를 보는 NBA를 비판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NBA는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마치 중국 공산당이 소유한 자회사 같다”는 말을 전하는 등 어느새 모리 단장의 트윗은 무역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장외 외교전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두 국가 간 무역 전쟁은 점점 격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 끼게 된 NBA는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에서 NBA 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CCTV와 텐센트 TV는 시즌 개막에 앞서 휴스턴 관련 경기들은 모두 중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허언이 아니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은 밀워키를 상대로 2019-2020시즌 개막 첫 경기를 치렀다. 이날 휴스턴과 밀워키 경기는 경기 시작에 앞서 3명의 MVP 출신 선수들의 맞대결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CTV와 텐센트 TV는 생중계는 기본이요, 문자 중계조차 하지 않았다. 두 방송사는 문자 중계에 25일 열린 나머지 2경기, 디트로이트-애틀랜타, 골든 스테이트-클리퍼스만 표시했다. 언론사들도 휴스턴과 밀워키의 경기 결과만 간략하게 올렸을 뿐 경기 중 벌어진 상황에 대한 상세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중국어로 火箭은 로케츠, 雄鹿는 벅스를 의미, 不敌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의 동사다. 사진의 문구는 휴스턴이 밀워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사진-바이두 캡처)
그러나 중국 팬들이 두 팀의 경기 시청을 얼마나 원했는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중국 팬들은 개인 블로그와 SNS를 통해 휴스턴과 밀워키의 경기를 직접 문자로 중계했다. 수천의 중국 팬들이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두 팀의 경기를 문자 중계했다. 그 결과 이날 경기 종료 후 휴스턴이 밀워키에 패했다는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를 수가 있었다. 이날 美 현지 밀워키와 휴스턴 경기에서도 중국 팬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피켓을 들고 모리 단장의 발언을 지지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中 현지에선 이들을 두고 중국인이 아닌 홍콩·티베트 출신이라 밝혔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 中 언론의 추측에 불과했고 정확히 확인된 바는 없었다.
중국 농구팬들의 호의적인 반응에 中 현지 언론은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당초 정규리그 개막 전 中 현지에선 중국 농구팬들이 중계되는 NBA 모든 경기를 자발적으로 보이콧 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23일 클리퍼스와 레이커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2천만 명이 넘는 팬들이 텐센트 TV 생중계 사이트에 동시 접촉하는 등 中 현지 언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때문인지 중국 내에선 휴스턴을 대하는 태도에 미세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中 현지에선 여전히 휴스턴에 대한 강경 조치를 풀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중국 리닝 스포츠는 개막을 목전에 두고 PJ 터커(34, 198cm)와 스폰서 계약을 철회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휴스턴 관련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오른 사건이 벌어진 후 생중계는 예외로 두자는 의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국 내 휴스턴의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계속해 생중계를 막는다면 자칫 중국 현지 농구팬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
이와 함께 일찍이 틸만 퍼티타 휴스턴 구단주는 “모리 단장의 발언은 개인의 발언이지 휴스턴을 대표한 공식 입장이 아니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이에 中 현지에선 모리 단장과 휴스턴이 선을 그었다는 점을 명분으로 휴스턴과 모리 단장을 별개로 두고 대응하자는 의견이 일고 있다. 휴스턴 내부적으로 모리 단장을 해고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지금의 사태가 장기화로 이어진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치킨 게임(chicken game)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중국도 인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휴스턴 경기 시작에 앞서 모리 단장과 실버 총재를 비난하는 문구 사진을 올린 중국 팬들의 수도 적지 않아 당분간 중국 내에선 한동안 휴스턴에 대한 조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왜 아담 실버와 대럴 모리의 발언에 민감할까?
중국이 이번 대럴 모리 단장과 아담 실버 총재의 발언에 민감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반대로 해석하면 그만큼 중국 내에 NBA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말이 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서 농구는 어린아이부터 50·60대까지 길거리로 나와 농구를 즐길 정도로 필리핀 못지않게 중국인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다. 중국이 왜 모리 단장에 발언에 민감한지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선 이번 홍콩 시위가 발생한 배경과 전개 과정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하다.
중국은 현재 3월 말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홍콩 범죄인 인도법(이하 송환법) 제정 반대 시위대와 대치 중이다. 송환법은 중국 본토와 대만·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 지역에도 협정을 통해 범죄인을 인도하려는 목적을 가진 법안이다. 이는 지난해 20대 홍콩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돌아왔지만 처벌할 수 없었던 사건이 계기가 됐다. 홍콩의 법률은 영국식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타국에서 일어난 범죄를 처벌할 수가 없다. 이에 홍콩 정부는 사건 처리를 위해 올해 초 송환법 개정안을 마련, 대만을 비롯한 중국·마카오 등지에서 협정을 통해 용의자를 상호소환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이를 악용, 홍콩 내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소환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며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간 중국은 암암리에 홍콩 내에서 활동하던 반중 인사를 본토로 납치해 물의를 일으킨 바가 있다. 일각에선 소환법 시위는 기폭제일 뿐 실질적으로 홍콩 시위는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 심화,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 보고 있다. 1997년 영국에게서 홍콩을 반환받은 중국은 2047년까지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홍콩에 적용할 것을 합의했다. 일국양제란 하나의 국가에 2개의 체제를 허용한다는 뜻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를 공존시키는 방안이다. 중국은 당시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 정치·경제·사법 등의 분야에서 홍콩의 독립성을 약속한 바가 있다.
하지만 2013년 시진핑이 국가 주석으로 취임한 후 홍콩에 대한 중국의 내정 간섭과 통제가 시작됐다. 중국의 간섭은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해 일어난 우산 혁명이 좌절된 후 더 극심해졌다. 그 예로 중국 정부는 2017년 간접선거를 통해 이뤄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친중(親中)파, 캐리 람을 행정장관에 앉혔다. 홍콩특별행정구의 행정 수반이자 최고 책임자인 행정장관은 800명으로 구성된 추천 선거인단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후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임명된다. 람 장관은 2014년 우산 혁명 강경 진압에 앞장섰던 인물로, 홍콩 내 대표적인 친중파다. 람 장관 임명으로 입법부를 장악한 친중파는 중국 본토 자금이 홍콩에 유입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 홍콩 내 부동산 가격 폭등을 야기했다. 중국인들도 대거 홍콩으로 몰려와 대부분 일자리를 독차지하는 등 홍콩 시민들은 생존권도 위협을 받게 됐다.
당초 홍콩 시위는 일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의 평화적 시위였다. 그러나 홍콩 정부가 법안 제정을 강행하며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시작했다. 시위대도 이에 대응해 입법 최고기관인 의사당을 점령하는 등 홍콩 시위대도 덩달아 폭력성을 띠기 시작했다. 홍콩 정부의 진압에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시위대도 부득불 생존을 위해 폭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시위대는 송환법 제정 철회와 함께 람 행정장관의 사퇴도 요구하는 등 어느새 홍콩 시위는 민주화 운동으로 그 성격이 변모하고 있다. 그 예로 최근 홍콩 시위대는 홍콩 시위를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비교, 우리 정부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 내에서 이번 홍콩 시위 규모가 커지고 민주화 운동으로 변질된 것이 미국이 배후에서 조종했기 때문이란 의심의 눈초리가 생겨서다. 홍콩 내에선 미국이 이번 시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주길 원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시위대 일부에서 대형 성조기를 꺼내든 사건이 그 예다. 이때부터 중국은 미국의 배후 조종을 의심, 행여 있을 미국 정부의 공개적 개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군대를 시위 진압에 동원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고 홍콩 접경에 배치했다.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영국 등 국제 사회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선진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다. 군사적 행동은 이들의 개입에 명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중국의 군사 배치에 대응, 항공 모함을 홍콩에 입항시키려다 중국 정부가 이를 반대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가 중국 내부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에 영향을 끼쳐 제2의 천안문(天安門) 사태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중국에서 영향력 있는 NBA 인기 구단 단장과 리그의 총재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으니 중국으로선 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는 매년 6월 4일이면 천안문 사태에 대한 검색을 완전히 차단하는 등 내부적으로 정보 통제에 능하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까지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13억 중국 국민 전체가 홍콩 시위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실버 총재와 모리 단장 등 영향력 있는 인물의 발언은 자칫 중국 내부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움직임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때문에 모리 단장의 트윗에 대한 중국의 분노는 본인들이 인정한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치부(恥部)를 감추려는 중국의 ‘눈 가리고 아웅’이라 할 수 있다.
#사진-점프볼 DB,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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