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201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나오는 예비 프로들이 쓰는 취업이력서. 스물 세 번째 주인공은 대학 생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프로에서 가능성을 펼쳐보이겠다며 당찬 각오를 외친 중앙대 박건호(C, 198.8cm)다. 동기들보다는 많은 시간 코트에 서지는 못했지만, 프로라는 꿈 하나를 놓지 않고 묵묵히 달려온 박건호. 한 경기를 뛰기 위해 운동을 해왔다며 간절함을 내비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박건호는 중학교 3학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농구부 생활을 시작했다. 운동부 특유의 분위기가 싫어 그간 스카우트를 뿌리쳐 오다가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주성중으로 들어갔다. 농구에 ‘ㄴ’도 몰랐던 박건호는 중학교 졸업만 주성중에서 하고, 농구부 훈련은 청주신흥고에서 윤명수 코치와 함께 매진했다.
당시 키는 190cm남짓. 기본기 훈련에 매진했고, 청주신흥고로 진학한 이후로는 마산고 박정현과 부딪히면서 본격적으로 하체 훈련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동계훈련 때부터 제대로 훈련을 시작했는데, 체력 훈련은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팀에 센터가 없어 1년 유보 후에는 힘들었죠. 춘계연맹전에서 박정현을 만났는데 충격이었어요. 너무 밀려서. 이후에 웨이트 훈련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체 웨이트를 하다 보니 버티는 힘이 생기고, 그래도 좀 뛰어다닐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고교시절을 회상한 박건호.
‘최고’까지는 아니지만, 빅맨으로서 가능성을 보인 박건호는 중앙대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데 성공, 양형석 감독을 만나 지금까지 버텨왔다. 버텨왔다는 이야기를 꺼낸 건 주전으로 뛰었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 식스맨도 아닌 세븐맨, 에잇맨에 가까웠다.
# 대학리그 정규리그 기록
- 2016년 2경기 평균 1.0득점
- 2017년 2경기 평균 10.5득점 6리바운드
- 2018년 9경기 평균 1.0득점 2.7리바운드 0.1어시스트 0.4블록
- 2019년 16경기 평균 1득점 1.1리바운드 0.3블록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자존감이 떨어졌고, 마음고생도 심해졌다. 선배들이 졸업을 하고나면 나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동기들이 먼저 뛰고, 나중에는 후배들도 먼저 뛰었다. “출전 시간이 떨어지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3,4학년이 되다보니 현실을 받아들이고, 감독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라고 속내를 털어놓은 박건호. 그는 “그래서 저는 한 경기를 뛰기 위해 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 ‘농구를 그만 둬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심상문 코치님과 주변분들이 제 마음을 잡아줬고, 포기하기 아쉽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주변 도움도 컸고, 제 농구에 대한 열정도 컸죠.”라며 솔직하게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그의 이름을 알리는 경기도 있었다. 그가 회상한 건 두 경기. 2017년 3월 30일, 조선대와의 경기에서 그는 21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대학 최고의 기록을 남긴 것. 두 번째 경기는 올 시즌 경희대와의 첫 정규리그 맞대결. 4월 30일, 홈에서 중앙대는 4쿼터 초반 65-65,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때 곧장 골밑에서 역전 득점을 만들어 냈던 게 박건호였다. 비록 경기 막판 경희대의 화력이 올라오면서 경기는 패배했지만, 중앙대의 흐름 속에서 박건호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첫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경기는 대학리그에서 최고 기록을 남긴 경기였어요. 사실 그 경기를 앞두고 농구를 그만두려했거든요. 다시 마음을 다 잡고, 경기에 나섰는데, 그날 아빠가 쓰러지셨어요. 힘드셨다고 하더라고요. 한 발 더 뛸 수 있었던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고, 출전 시간을 부여받으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던 것 같아요.”
박건호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두 번째 경기는 역전골을 처음 성공시켜봤는데, 정말 짜릿했어요. 그런 슛은 처음 성공시켜봤거든요. 4학년 들어서 출전 시간을 부여받다 보니 욕심이 생겼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본인의 장점을 ‘팀 플레이’라고 적은 박건호는 “지금까지는 완전하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팀에 도움이 되고, 빛을 발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아직 보여준 것이 적다며 말이다.
김세창, 문상옥, 이진석 등 동료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지켜보며 박건호는 되려 그런 선수들과 함께 해서 고맙고, 즐거웠다고 진심어린 인사를 전했다. 공식 인터뷰조차도 할 기회가 적어 동료들에게 공식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이 한 마디는 꼭 하고 싶었다고. “다른 친구들 보다 많이 부족하고, 항상 힘이 부족했다고 느꼈는데, 동기들이 잘 이끌어줘서 고마워요. 후배들에게는 부족했던 우리를 믿고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라고 말하고 싶고요.”
11월 4일, 2019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선수 대기석에 앉을 박건호. 프로 구단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단상에 올라갈지 아니면 돌아서야 할지는 모르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외치며 디데이를 바라봤다. “저는 아직 보여드릴 것이 훨씬 더 많은 선수입니다.”
# 사진_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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