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NBA] '너는 내 단짝' 코트 위의 공간예술, 픽앤 롤!

양준민 / 기사승인 : 2019-11-03 0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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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양준민 기자] “만약 당신이 픽앤 롤을 잘 이해하는 선수 5명을 가졌다면 다른 공격 전술을 고안할 필요가 없다. 상대 수비가 정돈되지 않았다면 트랜지션 오펜스로 그들을 공략하면 된다. 반대로 세트 오펜스에선 픽앤 롤로 상대를 공략하면 된다. 이 2가지 전술만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면 당신은 매일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는 1995년 밥 쿠지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NBA도 트렌드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픽앤 롤만은 달랐다. 픽앤 롤은 1910년대 단신의 메인 볼 핸들러를 보호할 목적으로 처음 시작됐다. 스크린을 통해 볼 핸들러를 보호한다는 개념인 픽(PICK)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다 1950년대부터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선 후 인사이드로 돌아 들어간다는 롤(ROLL)의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NBA에 픽앤 롤이란 개념이 확립됐다.

이후 픽앤 롤은 단순히 단신 가드와 빅맨의 연계 플레이가 아닌 래리 버드와 같이 볼 핸들링과 패스 능력 등 기술이 뛰어난 포워드들도 픽앤 롤을 즐겨 사용했다. 그 결과 단순히 단신 가드를 위한 전술이 아니라 전(全) 포지션 선수들이 픽앤 롤을 활용하게 됐다.

볼 스크린(Ball screen) 혹은 스크린 앤 롤(Screen and Roll)이라고도 불리는 픽앤 롤의 기본 목적은 ‘미스매치 유발’에 있다. 그 예로 래리 버드는 1995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와 인터뷰에서 “공격에서 픽앤 롤을 사용하는 것은 상대 수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미스매치를 만들기 위해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버드의 말처럼 메인 볼 핸들러는 스피드를 활용해 빅맨을 공략한다. 반대로 빅맨은 신장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 볼 핸들러를 공략하는 것이 픽앤 롤의 기본 패턴이다. 성공적인 픽앤 롤은 스크린을 선 이후 인사이드로 돌아 들어가는 빅맨에게 손쉬운 득점 찬스를 제공할 수 있다. 돌아 들어가는 스피드를 제어하기 힘든 탓에 파울을 유도도 쉽다.

볼 핸들러도 수비수의 견제 없이 롤링으로 들어가는 빅맨에게 패스를 뿌릴 수 있고, 돌파와 점퍼 등 득점을 만들 수도 있다. 픽앤 롤의 성패는 볼 핸들러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 핸들러가 공을 쥐고 상황을 주도하기 때문. 볼 핸들러는 패스와 득점, 2가지 선택지 중 빠르게 하나의 선택지를 선택해야 효율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다. 때로는 상대의 수비 방법에 따라 스크린을 이용하지 않고 공격을 할 수도 있어야 하기에 볼 핸들러의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프로 무대에서 가드가 픽앤 롤을 할 수 있고 없음에 따라 몸값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픽앤 롤의 기본적인 개념을 살펴봤다. 그러나 픽앤 롤은 기본 패턴에만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발전해 지금은 NBA 팀들이 모두 픽앤 롤을 공격 전술의 기본 바탕으로 삼을 정도로 통용되고 있다. 이후에선 리그 역사 속 임팩트를 남긴 픽앤 롤 콤비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존 스탁턴 to 칼 말론, 유타의 중흥기를 만든 명콤비!

리그 역사상 최고의 원투 펀치를 꼽는다면 아마 의견이 엇갈릴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픽앤 롤 콤비로 범위를 한정하면 대부분 1990년대 유타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존 스탁턴과 칼 말론 콤비를 꼽을 것이다. 스탁턴과 말론은 1985-1986시즌 처음 만나 2003년 여름 스탁턴이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리그 최고의 픽앤 롤 콤비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유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두 선수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1,142경기를 함께 했다. 유타는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춘 18번의 시즌 중 13번 정규리그에서 +50승을 기록했다. 무관에 그쳤으나 1997년과 1998년에는 두 시즌 연속 파이널 무대를 밟기도 했다.

스탁턴과 말론의 픽앤 롤이 유타의 가장 강력한 공격 옵션으로 자리 잡은 것은 스탁턴이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은 1987-1988시즌부터다. 리그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 중 한 명인 스탁턴은 데뷔 초 평범한 선수였다. 곤자가 대학에서 4년을 보내고 NBA에 도전장을 던진 스탁턴은 198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6순위로 유타에 지명됐다. 美 현지에선 스탁턴의 지명을 두고 “유타는 너무 높은 순위에 스탁턴을 지명했다”는 말로 유타의 선택에 의구심을 가졌다. 스탁턴은 데뷔 첫 3시즌,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인 리키 그린을 넘지 못해 백업으로 활약해야 했다. 그럼에도 평균 20분 가까이 출전시간을 보장받고 실력을 키워 온 스탁턴은 1987-1988시즌 처음 주전 포인트가드로 낙점됐다.

당시 정규리그 82경기 평균 14.7득점(FG 57.4%) 13.8어시스트를 기록한 스탁턴은 생애 첫 어시스트왕에 올랐다. 스탁턴은 이때를 시작으로 1995-1996시즌까지 8년 연속 어시스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급기야 1989-1990시즌에는 평균 14.5어시스트를 기록,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2003년 은퇴 전까지 통산 15,805개(평균 10.5개) 어시스트를 올리며 이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스탁턴의 패스와 경기운영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코트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은 스탁턴은 알맞은 타이밍에 패스를 배달해 동료의 득점을 도왔다. 스탁턴은 패스에만 능한 것이 아닌 돌파와 슈팅 등 득점 기술도 좋았다. 스탁턴은 커리어 평균 13.1득점(FG 51.5%)-3P 38.4%(0.6개)를 기록, 공격 시도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확한 야투로 팀의 클러치 타임을 책임지기도 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스탁턴의 패스 능력에 날개를 달아준 선수가 칼 말론이었다. 1985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유타에 입단한 말론은 커리어 평균 25득점(FG 51.6%)-통산 36,928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득점력과 득점을 올리는 기술이 뛰어났다. 말론은 206cm로, 파워포워드를 맡기에 큰 키는 아니다. 다만 파워와 기동력을 무기로 신장의 열세를 극복했고,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정확한 미드레인지 점퍼도 말론의 또 다른 장점. 포스트업에 이은 페이더웨이 등 슈팅 기술도 뛰어났다. 커리어 평균 10.1리바운드란 숫자가 말해주듯 보드장악력도 일품이다. 림 프로텍팅 능력은 떨어졌지만 힘을 앞세운 리바운드 장악과 버티는 수비는 말론을 리그 역사상 최고의 파워포워드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리그 최고의 슈터이자 플레이 메이커인 스탁턴과 리그 최고의 스크리너이자 피니셔인 말론이 펼치는 2대2 픽앤 롤은 단순해 보는 재미는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1990년대의 경우, 마이클 조던의 화려한 1대1 공격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도 두 사람에 픽앤 롤을 상대적으로 재미없게 만든 부분도 없지 않았다. 다만 파괴력 하나만큼은 조던의 아이솔레이션 못지않게 리그 최고였다. 1988년 제리 슬로언 감독이 유타 감독으로 부임한 것도 두 선수의 픽앤 롤이 빛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이었다. 모션 오펜스를 중시하는 슬로언 감독은 스크린 플레이를 비롯한 볼 없는 움직임에 이은 공격을 선호했다. 말론과 스탁턴의 픽앤 롤이 유타가 자랑하는 최고 공격 옵션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슬로언 감독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존 스탁턴·칼 말론 픽앤 롤 플레이 영상

두 선수의 픽앤 롤이 기본에 충실했음에도 위력을 발휘한 이유는 픽앤 롤의 선택지가 다양해서다. 스탁턴과 말론의 픽앤 롤의 기본 패턴은 스탁턴이 3점 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으면 말론이 스크린을 걸어 미스매치를 만든다. 이때 말론이 스탁턴의 매치업 상대를 인사이드로 끌고 들어가면 스탁턴이 이를 놓치지 않고 말론에게 패스를 넣어주는 방식으로 공격을 마무리한다. 이외에 스탁턴은 말론이 걸어준 스크린을 타고 미드레인지 점퍼나 돌파로 득점을 올린다. 말론이 데뷔 후 미드레인지 점퍼를 장착해 픽앤 팝을 몸에 익힌 것도 두 선수의 픽앤 롤을 더 위력적으로 만들었다.(*픽앤 팝은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선 후 외곽으로 빠져 슛을 노리는 것은 말한다)

이들 콤비와 한 시대를 풍미한 게리 페이튼은 2018년 유타의 지역지, 데자릿 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나와 함께 뛸 나머지 4명의 선수를 뽑는다면 우선 존 스탁턴과 칼 말론을 꼽을 것이다. 스탁턴과 말론의 2대2 픽앤 롤은 현역 시절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공격이었다. 스탁턴은 패스만 좋은 것이 아니라 득점까지 뛰어나 수비를 할 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했다”는 말을 전할 정도로 스탁턴과 말론의 픽앤 롤은 가히 리그 역사상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티브 내쉬 to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화려했던 피닉스의 태양!

1990년대 존 스탁턴과 칼 말론의 픽앤 롤이 리그를 호령했다면 2000년대는 스티브 내쉬·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콤비가 리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피닉스 선즈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짧은 시간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피닉스를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만들었다. 두 선수는 런앤 건 오펜스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선수 생활의 최전성기를 함께 했다. 피닉스는 꾸준히 서부 컨퍼런스 상위 시드에 오르는 등 정규리그에선 강세를 드러냈다. 다만 정작 본 무대인 플레이오프에선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수비력 등 한계를 보이며 대권 획득에는 실패했다.

내쉬와 스타더마이어의 픽앤 롤은 스탁턴·말론 콤비의 픽앤 롤과 비교해 화끈했다. 운동능력이 좋은 스타더마이어는 내쉬가 찔러준 패스 대부분을 덩크로 연결해 보는 이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다. 스타더마이어는 픽앤 롤과 픽앤 팝은 물론, 픽앤 슬립으로도 득점을 올렸다. 픽앤 슬립은 스크린을 서는 척하다 인사이드로 돌진해 득점을 올리는 것으로 아마레가 즐겨 사용하는 공격 중 하나였다. 커리어 평균 8.5어시스트를 기록할 정도로 패스와 경기운영이 뛰어난 내쉬는 화려한 패스들로 아마레의 롤링과 슬립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마찬가지 아마레도 어떤 각도에서 패스가 날아오든 공을 잡는 능력이 뛰어나 내쉬의 어려운 패스를 곧잘 득점으로 연결해 내쉬의 어시스트 적립에 많은 도움을 줬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특별한 파트너였는지는 스타더마이어가 내쉬의 은퇴를 축하하며 남긴 말에서 잘 드러난다. 클러치 포인트에 따르면 스타더마이어는 당시 “내쉬와의 콤비 플레이는 그야말로 마법과도 같았다. 누군가 나에게 리그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가 누구인지 묻는다면 난 내쉬라고 거리낌 없이 말할 것이다. 내쉬는 리그 역사상 최고의 패서이자 슈터였다. 그와 함께 한 것은 내 인생에 가장 빛난 순간이었다”는 말을 전했다. 내쉬도 지난해 명예의 전당 헌액을 수락하는 인터뷰에서 “피닉스에서 아마레와의 픽앤 롤은 정말로 행복했다. 스타더마이어와 함께 하며 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었다. 스타더마이어는 포인트가드라면 누구나 함께 하고 싶은 파트너였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피닉스는 내쉬와 스타더마이어의 픽앤 롤 플레이에서 파생된 공격 패턴으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우선 3점 라인 근처에서 시작되는 두 선수의 픽앤 롤은 내쉬의 인사이드 돌파를 극대화하려는 전술이다. 내쉬는 4번이나 180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슈팅 능력이 뛰어나다. 내쉬는 스타더마이어의 스크린을 타고 미드레인지 점퍼와 돌파로 득점을 올렸다. 45도 지역에서 이뤄지는 픽앤 롤은 상대 베이스라인을 공략하려는 전술이었다. 두 선수의 픽앤 롤 플레이는 외곽 공격 강화에도 활용됐다.

#스티브 내쉬·아마레 스타더마이어 픽앤 롤 플레이 영상

그 예로 내쉬는 스타더마이어의 롤링을 미끼로 쓴 뒤 외곽에 있는 슈터들에게 패스를 건넸다. 양손 사용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내쉬는 베이스라인을 파고든 후 킥아웃 패스로 외곽 슈터의 슛을 살려줬다. 롤링하는 스타더마이어도 킥아웃 패스로 외곽 찬스를 봐줬다. 때로 스타더마이어가 내쉬에게 공을 받으면 동시에 다른 선수가 컷인을 시도, 스타더마이어의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리는 것도 피닉스가 두 선수의 픽앤 롤을 활용한 공격 패턴이었다. 피닉스는 이를 위해 주전 나머지를 외곽 슛이 가능하고 볼 없는 움직임이 좋은 선수들로 배치했다. 두 선수의 픽앤 롤에 때를 맞춰 패스받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피닉스 공격의 약속된 패턴이었다.

두 선수와 함께 했던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외곽 슛과 각자의 장점으로 내쉬와 스타더마이어 콤비를 보좌했다. 라자 벨은 코비 전담 수비수로 많은 주목을 받는 등 에이스 스토퍼로 내쉬와 백코트 콤비를 구성했다. 레안드로 발보사는 기동력이 좋아 피닉스 런앤 건 오펜스에 특화된 벤치 스코어러였다. 여기에 보리스 디아우와 숀 메리언은 본 포지션인 포워드 외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메리언은 3번과 4번 포지션을 맡아 공·수 양면에서 힘을 보태며 내쉬와 스타더마이어와 피닉스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커리어 평균 38.8%(1.2개 성공)의 3점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로 슈팅 능력이 좋은 스트레치형 빅맨인 채닝 프라이도 피닉스에서 정규리그 304경기 평균 11.4득점(FG 43.3%)·3P 38.9%(2개 성공)로 전성기를 맞이하는 등 피닉스의 런앤 건 농구는 내쉬와 스타더마이어의 픽앤 롤에 여러 가지 공격 패턴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임스 하든 to 클린트 카펠라, 휴스턴발 로켓의 발진 원동력!

그렇다면 현존하는 리그 최고의 픽앤 롤 콤비는 누구일까. 2010년대는 포인트가드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 팀 야전사령관의 면모가 화려하다. 그러다 보니 스테판 커리와 드레이먼드 그린, 트레이 영과 존 콜린스 콤비 등 뛰어난 픽앤 롤 듀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외곽 슛이 좋은 커리는 2명의 수비수 정도는 거뜬히 자신에게 끌어들일 수 있는 기량을 가졌다. 커리와 그린 콤비의 픽앤 롤을 살펴보면 커리는 수비가 자신에게 몰리면 롤링으로 들어가는 그린에게 패스를 전달한다. 때로는 본인의 직접 돌파와 3점 슛을 통해 공격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시야가 넓고 패스 능력이 좋은 그린은 윙 사이드에 위치한 슈터의 찬스를 봐주거나 인사이드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앨리웁 패스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픽앤 롤을 마무리한다. 크리스 폴도 뉴올리언스와 LA 클리퍼스를 거치며 뛰어난 픽앤 롤 능력을 보여줬다. 켐바 워커와 루 윌리엄스 역시 뛰어난 픽앤 롤 메인 볼 핸들러로 주목을 받고 있다.

클러치 포인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리그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현존하는 리그 최고의 픽앤 롤 콤비가 누군지에 관한 설문을 시행했다. 1위는 휴스턴의 제임스 하든·클린트 카펠라 콤비가 차지했다. 이들이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든의 경우, 픽앤 롤보다 엄청난 수의 자유투 획득 등 아이솔레이션 플레이에 더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스턴은 분명 마이크 댄토니 감독 부임 후 픽앤 롤 공격의 비중이 늘어났고, 하든과 카펠라 콤비를 앞세워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로 떠오를 수 있었다.



하든과 픽앤 롤은 스탁턴과 말론의 픽앤 롤 플레이와 비슷한 패턴으로 이뤄진다. 플레이의 다양성으로 치자면 커리와 그린의 픽앤 롤 플레이가 더 다채롭다. 그러나 리그 최고의 1대1 플레이어인 하든도 커리처럼 여러 명의 수비수를 자신에게 끌어들일 수 있다. 대인 수비로 하든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리그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댄토니 감독 부임 이후 포인트가드로 뛰며 두각을 드러낼 만큼 패스가 뛰어난 하든은 인사이드로 파고드는 카펠라에게 알맞은 타이밍에 패스를 전달, 픽앤 롤 공격을 마무리한다. 카펠라는 저돌적인 롤링과 함께 점프력이 좋아 하든의 랍 패스를 앨리웁 덩크로 꽂아 넣으며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어내고 있다. 카펠라는 개인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보드장악력과 수비력, 안정적인 롤링과 득점 마무리로 최근 리그를 대표하는 센터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휴스턴 로케츠 스페인 픽앤 롤 플레이 영상

휴스턴 픽앤 롤에 또 하나 특징이 있다면 ‘스페인 픽앤 롤’이다. 스페인 픽앤 롤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스페인 대표팀이 처음 선보인 전술이다. 픽앤 롤은 2명의 공격수와 2명의 수비수가 관여한다고 해 보통 2대2 게임이라고도 불린다. 스페인 픽앤 롤은 여기에 스크린을 하나 더 세워 3대3 게임을 통해 득점을 올리는 픽앤 롤 공격이다. 이때 추가되는 선수는 보통 슈터 포지션 선수다. 스페인 픽앤 롤은 인사이드 공격과 외곽 공격을 동시에 노리는 공격 전술이다.

휴스턴은 3점 라인에 하든-카펠라를 순서대로 세우고, 인사이드에 슈터들을 배치한다. 하든과 카펠라가 3점 라인 근처에서 픽앤 롤을 시도, 하든이 돌파를 시도하고 카펠라로 롤링으로 돌진하면 뒤에 있던 슈터가 카펠라의 매치업 상대에게 스크린을 걸어 돌진을 쉽게 만들어준다. 슈터가 스크린과 동시에 외곽으로 빠지면 하든은 미드레인지 점퍼·돌파를 통한 본인의 득점 혹은 인사이드의 카펠라나 외곽에서 위치한 슈터를 공격 마무리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좌우 90도 윙사이드에 외곽 슈터들을 추가로 배치하면 스페인 픽앤 롤이 완성된다. 댄토니 감독은 픽앤 롤 볼 핸들러로서 뛰어난 하든의 판단 능력을 믿고 스페인 픽앤 롤을 전술에 활용할 수 있었다.



▲픽앤 롤 수비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 픽앤 롤 플레이는 기본적인 공격 전술이 됐다. 동시에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형태의 공격 패턴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다 보니 픽앤 롤에 대한 수비가 덩달아 발전한 것도 당연지사였다. 픽앤 롤 수비의 목적은 공격의 원천 봉쇄가 아니라 픽앤 롤에서 파생되는 공격 옵션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감독들은 파생되는 공격 중 가장 성공률이 높은 방법에 대한 수비에 주력하고, 성공률이 낮은 쪽은 버리는 방안으로 수비 전술을 고안한다.

픽앤 롤 수비법을 알아보기에 앞서 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픽앤 롤 수비수를 꼽자면 스카티 피펜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203cm의 신장에 윙스팬이 222cm에 이르는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 좋은 피펜은 1번부터 4번 수비가 모두 가능한 최고의 수비수였다. 유타가 1997년·1998년 파이널에서 시카고를 넘지 못한 것도 조던의 활약과 함께 이들 픽앤 롤이 시카고의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 시카고는 존 스탁턴과 칼 말론의 픽앤 롤 수비를 피펜·데니스 로드맨에게 맡겼다. 로드맨도 파워포워드지만 기동력이 좋아 퍼리미터부터 인사이드 수비가 모두 가능한 수비수다. 피펜과 마찬가지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좋아 팀 수비에도 강점을 드러냈다. 미스매치를 만드는 것이 픽앤 롤 플레이의 기본 목적이지만 유타는 두 선수의 수비에 막혀 그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픽앤 롤 플레이를 수비하는 방법에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헷지(Hedge) 앤 리커버리(Recovery)

#헷지(Hedge) 앤 리커버리(Recovery) 수비 영상

헷지(Hedge)는 스크리너의 스크린을 받은 메인 볼 핸들러의 진입 진행 방향을 스크리너의 마크맨이 미리 차단하는 수비로 픽앤 롤 수비의 일반적인 형태다. 리커버리(Recovery)는 헷지 후 수비수가 자신의 마크맨에게 돌아가는 수비를 말한다. 헷지에서 파생된 수비는 쇼잉(Showing)이 있다. 쇼잉의 경우 헷지와 기본적인 수비 방식이 같다. 차이가 있다면 막는 시늉만 하고 본래 마크맨에게 돌아가는 것이 쇼잉이다. 헷지는 메인 볼 핸들러의 1대1 공격력이 좋을 때 사용하는 수비다.

헷지의 목적은 상대 볼 핸들러의 수비 코트 진입을 막는 것에 있다. 이에 스크리너의 마크맨이 스크리너에게 떨어져 있다면 사용하기 어려운 수비다.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설 때 갑자기 나타나 메인 볼 핸들러가 소유한 공의 스틸을 노리거나 드리블을 지연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때문에 스크리너의 마크맨은 상대가 스크린을 어떤 타이밍에 어디에 설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헷지와 리커버리를 포함해 픽앤 롤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빅맨의 기동력이다. 상대 볼 핸들러를 수비하는 선수에겐 스크린에 갇히지 않고, 빠져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만 픽앤 롤 플레이 수비 대부분은 빅맨의 기동력이 떨어질수록 전술 구현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스위치(Switch)

#스위치(Switch) 수비 영상

스위치(Switch)는 헷지와 함께 기본적인 픽앤 롤 수비 방법이다. 스위치는 용어가 가진 뜻 그대로 스크리너 마크맨과 볼 핸들러 마크맨이 매치업을 바꾸는 수비를 의미한다. 스위치는 멀티 포지션 수비가 가능한 선수들이 많을 때 위력을 발휘한다. 수비수의 신체조건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수비다. 예를 들어 1번과 5번 포지션은 신체조건의 차이가 크다. 이때 스위치를 활용한다면 미스매치가 발생하기에 수비 입장에선 역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스위치는 2번부터 4번 포지션까지 신체조건이 비슷한 포지션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스위치에선 서로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해 콜 플레이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스(Ice)·트랩(Trap)

#아이스(Ice)·트랩(Trap) 수비 영상

아이스(Ice)는 상대 픽앤 롤 메인 볼 핸들러의 코트 중앙 침입을 막으며 동시에 사이드 라인으로 밀어내는 수비 방법을 말한다. 아이스는 상대 메인 볼 핸들러를 사이드 라인으로 몰아 패스 라인을 차단, 공격 흐름을 둔화시키는 전술이다. 보통 메인 볼 핸들러의 득점력이 뛰어날 때 사용하는 수비 방법이다. 아이스는 여기에 볼 핸들러를 사이드 라인으로 몰은 후 인사이드에 위치한 수비수가 헬프 디펜스를 들어가는 것을 트랩(Trap)이라 한다. 아이스와 트랩을 병행하기 위해선 빅맨의 기동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 리그에선 제일런 브라운이 아이스 수비에 가장 능한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이스는 코트 중앙을 비우다 보니 상대에게 롱2를 비롯한 슛 찬스를 내주는 경우가 많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 들어 스크리너의 역할을 맡는 빅맨에게 슛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패스가 트랩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쪽으로 아이스가 강화되고 있다. 아이스에서 파생된 픽앤 롤 수비는 푸쉬(Push)가 있다.

푸쉬는 메인 볼 핸들러를 사이드 라인으로 밀어내는 동시에 스크린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보조 수비수가 상대 스크린 세팅을 미리 차단하는 수비를 말한다. 푸쉬는 상대 볼 핸들러를 90도 윙사이드 안쪽까지 몰아 외곽 슛 시도를 차단하고, 크로스 패스를 유도해 스틸을 노리는 데 목적이 있다. 무쉬(Mush)는 푸쉬에서 파생된 수비법이다. 무쉬는 푸쉬와 수비 방식은 같지만 사이드 라인이 아닌 코트 중앙에서 스크린 세팅을 차단하는 것으로,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처음 고안했다.

▲블리츠(Blitz)

#블리츠(Blitz) 수비 영상

기습이란 의미를 가지는 블리츠(Blitz)는 기습적인 더블팀으로 볼 핸들러를 압박하는 방법이다. 블리츠는 상대 볼 핸들러의 볼 핸들링이 좋지 않을 때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약점이라면 수비가 볼 핸들러에게 집중되기에 코트 다른 쪽에서 수비 구멍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 볼 핸들러에게 더블팀이 들어가면 나머지 3명의 수비수는 공격수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닌 수비 위치를 확보, 수비를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더블팀이 들어갈 위치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 블리츠가 3점 라인 근처에서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점 라인 근처에선 압박 수비를 통해 상대 볼 핸들러를 림에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공을 뺏으면 즉시 속공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이점도 있다.

*스크롤 압박에도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점프볼 DB, 유튜브 캡처, 나이키, 스탠스 코리아, NBA 미디어센트럴 제공
#일러스트-김민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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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민 양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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