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올 시즌에는 제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습니다.” 매년 비시즌마다 유망주 선수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면 그 말미에 가장 많이 나오는 각오. 기회를 찾아 부지런히 달리는 선수들에게 자기 PR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코너, 나의이름은의 두 번째 주인공은 ‘기회의 땅’ 원주 DB에서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한 윤성원(24, 196cm)이다.
어느덧 프로 3년차.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기회를 시작한 윤성원은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이 휴식을 취해야 할 2쿼터에 확실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리고 간절했던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중이다. 마침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윤성원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1. DB 유니폼에 ‘윤성원’이 새겨지던 날
2017년 10월 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던 2017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당시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던 이상범 감독은 1라운드 7순위 지명권으로 이우정을 지목했고, 이후 돌아온 2라운드 4순위에서 한양대 출신의 포워드, 윤성원을 불러들였다. 장승포초-마산동중-마산고를 거쳐 한양대로 향했던 윤성원은 맏형으로서 팀을 든든히 이끌던 캡틴이었다.
하지만, 꿈의 무대인 프로에 와서는 다시 막내로 돌아갔고, 윤성원도 초심으로 돌아갔다. DB의 부름을 받고 원주종합체육관의 라커룸에 들어갔던 날을 윤성원은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를 회상한 윤성원은 “라커룸에 들어갔는데 제 자리가 있고, 제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 걸려있는 걸 봤을 때 정말 프로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었죠.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었고요. 그러면서도 당시 팀의 성적이 워낙 좋았고, 잘하는 형들도 많았기 때문에 냉정하게 데뷔전에 욕심을 내지는 않았어요. 그때는 저희 팀이 D-리그도 출전하고 있어서 열심히 준비를 하자는 생각이었죠”라고 말했다. DB는 윤성원이 입단할 당시 개막 5연승 질주 후에야 시즌 첫 패를 안아 2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부지런히 1군 데뷔를 꿈꾸던 윤성원은 2017-2018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날 나름의 시련을 겪었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후 부산 KT와의 최종전을 맞이하게 됐던 이상범 감독이 윤성원에게 엔트리 진입을 미리 알렸지만, 경기 당일 다시 엔트리에 변동이 생기면서 데뷔전이 불발된 것.
“그때 조금 상처를 받긴 했어요”라며 씁쓸히 웃어 보인 윤성원은 “감독님이 미리 잘 준비하라고도 말씀하셨고, 1위가 확정된 상태라 부담 없이 1군 무대를 경험해보고 싶었거든요. 정규리그에서 코트를 밟아보는 게 절실한 목표였기 때문에 정말 아쉬웠죠. 그래도 감독님, 코치님들이 많이 격려해주셔서 아쉬움을 잘 떨쳐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 이상범 감독이 말하는 윤성원
DB의 새로운 도약을 이끈 이상범 감독은 윤성원을 선발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슈팅이 가능한 장신 포워드이지 않나. 다만 즉시 전력은 아니었기에 1년 동안 정말 타이트하게 키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선발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윤성원은 이상범 감독의 지도 아래 팀의 기본 틀인 수비에서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비시즌에도 윤성원은 1군 데뷔를 바라보며 “상대가 귀찮아하는 수비를 보여주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던 바 있다. 한양대 육상 농구의 일원이었기에 잘 뛰는 것 역시 장점이었던 윤성원은 결국 지난 시즌 초반이었던 2018년 10월 21일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홈경기에서 1군 데뷔에 성공했다. 1분 52초라는 짧은 시간이었기에 별다른 기록은 남기지 못했지만, 꿈의 무대를 밟았단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많은 동기부여가 됐다.
윤성원은 “데뷔 전에도 두 경기 정도 12인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었는데, 현대모비스 전에서 마침내 출전을 했던 거죠. 너무 얼떨떨해서 제가 뭘 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요(웃음). 딱히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혼자 엄청 긴장했죠. 그래도 이거 하나는 기억이 나요. 교체 투입돼 데뷔를 하게 된 순간 원주 팬분들이 환호해주셨던 건 잊을 수가 없어요”라고 자신의 데뷔전을 돌아봤다.
올 시즌에도 윤성원의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 이상범 감독은 “공격은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몇 분을 뛰더라도 수비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어야 계속 기회를 받을 수 있는 거다. 수비부터 하면 공격 찬스는 자연스럽게 올 것이고, 자신의 찬스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슛을 던지면 된다”고 윤성원의 어깨를 토닥였다.
감독의 조언을 되새긴 윤성원 역시도 “아직도 드래프트 날을 생각하면 얼떨떨해요. DB에서 저를 뽑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입단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감독님의 주문은 수비와 리바운드, 즉 기본이에요. 득점은 그 다음이죠. 준비를 잘 해놓으면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니까 이 생각으로만 훈련에 임하고 있어요”라며 한껏 파이팅을 외쳤다.

#3. 윤성원의 꿈이 더욱 커진 그 날
많은 구단이 그렇듯 선수들은 팀의 본 훈련을 마친 후에도 더 시간을 투자해 코치들과 발전을 이어간다. DB도 예외는 아니다. 이상범 감독과 함께 합류한 이효상, 김성철 코치는 물론 올 시즌을 앞두고 손을 잡은 김주성 코치까지,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시간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윤성원에게는 코치들과 함께하는 추가 운동 시간이 꿈을 더욱 크게 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아직도 제 수비는 약한 게 사실이잖아요”라며 말을 이어간 윤성원은 “본 훈련이 끝나도 항상 (서)현석이, (원)종훈이랑 운동을 더 하거든요. 그 때 코치님들이 잘못된 부분을 직접 짚어주시는데, 그 부분에 대해 경기에서 실수를 하면 뭔가를 얻는 것 같아요. 꼭 실수를 해야만 깨닫는 건 아니지만, 코치님들이 시간을 내서 저를 위해 지도를 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함을 되새기고 하나 더 배우게 되죠”라고 코치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아직은 시간이 많은 만큼 시행착오 속에 성장 중인 윤성원. 지난 시즌 정규리그 10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올 시즌에 팀이 치른 경기 중 단 한 경기만을 제외하고 9경기에 출전했다. 기울였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는 셈.
이에 윤성원은 “올 시즌은 개막부터 많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매 경기 출전하고 있잖아요. 덕분에 코트에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살피는 시야가 조금 넓어진 것 같아요. 지난 시즌에는 코트에 들어가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었거든요. 이제는 꾸준히 기회를 받다보니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찾을 수 있게 됐어요”라고 달라진 자신을 실감했다.

#4. 미리 그려보는 인터뷰실의 수훈선수 윤성원
프로 3년차에 돌입했지만, 이제야 본격적인 기회를 얻고 있기에 윤성원은 아직 수훈선수 자격으로 인터뷰실을 찾은 경험은 없다. 꾸준히 주어지고 있는 기회에 윤성원도 자신감이 붙어 코트를 누비고 있고, 이는 언젠가 수훈선수로 선정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
자신의 밝은 미래를 상상한 윤성원은 “제 역할인 기본적인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돼야죠. 허슬플레이나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내는 등 높은 수비 공헌도가 바탕이 된 경기를 해서 팀이 이겼을 때 인터뷰실에 들어가고 싶어요. 수훈선수는 개인적이든 팀적이든 모든 면에서 활약이 괜찮았으니까 선정되는 거잖아요. 저는 그 밑바탕이 수비였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이상범 감독은 DB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선수들에게 큰 틀을 짜주고, 선수들이 그 틀을 벗어나지 않고 안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윤성원은 이미 그 틀 안에 오롯이 녹아들었다.
DB 산성의 이미지는 수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윤성원은 이제 꽃을 피울 준비를 마친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끝으로 윤성원은 “보통 경기를 하면 공격적인 장면들이 많이 부각이 되곤 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런 모습은 사실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공격은 감독님이 찬스만 나면 자신 있게 던지라는 주문을 해주셨으니, 일단은 기본에 충실해서 제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전하며 오후 훈련으로 향했다.

★ 윤성원의 NICK‘NAME’은 믿을 수 있는 선수!
“제가 프로 선수를 꿈꾸면서 가장 바랬던 수식어에요. 아마추어 시절을 돌아봐도 아직 그 목표는 이뤄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선수는 코칭스탭에게 믿음을 줘야 뛸 수 있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수비를 순간적으로 아차해서 놓치거나, 리바운드를 흘리면 감독님, 코치님들께 믿음을 드릴 수 없죠. 훗날 제 이름 앞에는 ‘믿을 수 있다’라는 말이 붙었으면 좋겠어요. 감독님이 저를 주저 없이 투입하실 수 있게요.”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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