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올 시즌에는 제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습니다.” 매년 비시즌마다 유망주 선수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면 그 말미에 가장 많이 나오는 각오. 기회를 찾아 부지런히 달리는 선수들에게 자기 PR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코너, 나의이름은의 여덟 번째 주인공은 긴 터널을 빠져나와 빛을 볼 미래를 그리는 부천 KEB하나은행의 김민경(26, 183cm)이다.
야심찬 각오로 발을 들인 프로무대였지만, 그에게 주어진 길은 너무나도 폭이 좁았다. 그래서 한 때는 마침표를 찍기도 했었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은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게 했다. 그리고 김민경의 질주는 다시 시작됐다.
#1. KEB하나은행 유니폼에 ‘김민경’이 새겨지던 날
김민경의 프로 첫 소속팀은 KEB하나은행이 아니다. 동주여고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11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2라운드 2순위로 인천 신한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미 2010-2011시즌이 시작됐던 상황에서 그가 부름을 받은 신한은행은 이미 통합 4연패를 달성하고 다섯 번째 연속 우승에 도전 중이었던 ‘레알 신한’이었다. “팀이 레알일 때였죠”라며 허심탄회하게 웃어 보인 김민경은 “신한은행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TV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감히 내가 이 팀에서 뛸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못했죠.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달까요”라고 자신의 첫 걸음을 돌아봤다.
결국 그는 너무나도 큰 언니들의 벽에 부딪혀 데뷔 기회를 얻지 못하고 프로 무대를 떠났다. 김민경은 “신인선수들은 다 똑같을 텐데, 몸 관리에 있어 스트레스가 컸어요. 그래도 많은 도움을 주시던 위성우 코치님이 우리은행의 감독으로 가시면서 저도 팀을 나오게 됐죠. 운동이 정말 힘들었거든요”라고 쉼표를 찍었던 때를 떠올렸다.
시련을 맞은 딸을 바라본 부모님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부모님이 집에 왔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라며 말을 이어간 김민경은 “두 달 동안 집에만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연락이 오셔서는 부산시 체육회로 불러주셨어요. 그때 대학에 가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부모님도 제가 다시 할 줄 아셨는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셨던 거예요”라고 자신이 광주대로 향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하지만, 복귀가 순탄치는 않았다. 대학리그의 규정이 바뀌면서 프로에 입단했던 선수는 리그에 출전할 수가 없었던 것. 그는 4년이란 시간 동안 전국체전 외에 공식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럼에도 힘겹게 버텨냈기에, 대학을 졸업하게 된 그에게 KEB하나은행의 수련선수라는 기회가 주어졌고, 온 정성을 다한 노력 끝에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정식 계약에 성공했다.
“수련선수로 2년을 보냈는데 그 때 스토리로 자서전을 하나 쓸 수 있을거에요(웃음). 휴가 때도 운동을 하면서 체지방 관리를 하고, 하나의 미션이 끝나면 또 다른 미션이 주어졌었죠. 인터벌은 물론 트랙을 100바퀴씩 뛰고 링거를 맞은 적도 있어요. 팀원들이 저를 보며 ‘나 같으면 나갔다’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걸 다 참아냈어요. KEB하나은행의 유니폼을 처음 받았을 때 팀에서 먼저 나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절대 제 발로는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었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그 버팀이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2. 이훈재 감독이 말하는 김민경
이훈재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김민경은 KEB하나은행의 정식 선수로서 2018-2019시즌 정규리그 10경기 평균 2분 45초 출전에 그쳐있었다. 많은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던 가운데, 신체조건은 좋았지만 골밑을 지키고 있는 백지은, 김단비 등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있었기 때문.
2019-2020시즌을 준비하던 이훈재 감독도 “키도 크고 힘은 확실히 좋다. 그래서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 투입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아직은 적절한 타이밍이 오지 않았다. 계속 투입을 고민 중이다. 아무래도 팀 훈련 때 확실한 장점을 보여야 감독도 어느 상황에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아직 물음표인데, (김)민경이가 하루 빨리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김민경을 바라봤다.
이에 김민경도 “(이훈재)감독님이 선수들한테 장난도 많이 치시고 말도 먼저 많이 걸어주시는 편이에요. 한 번은 지나가다가 감독님이 ‘계속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 뭔가 완성되어 있을 거다. 안 된다 생각하지 말고, 계단처럼 하나씩 올라간다고 생각해’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실망하지 말고 자책하지 말라면서요”라고 이훈재 감독의 조언을 되새겼다.
그러면서 “그 말을 올해 비시즌이 시작 된 지 두 달쯤 지났을 때 들었던 것 같아요. 힘든 게 있으면 감독님이든 코치님들이든 도와줄 테니 언제라도 찾아오라고 하셨거든요. 그렇게 든든한 한 마디를 해주셨던 게 많은 힘이 되고 있어요. 감독님이 언제 뛸지 모르니 항상 몸과 마음을 준비하고 있으라 하셨는데,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라고 재차 의지를 다졌다.
#3. 김민경의 꿈이 더욱 커진 그 날
수련선수에서 정식선수가 되는 과정에서 이미 김민경의 끈기는 증명됐다. 김민경도 자신의 노력을 돌아보며 “정말 묵묵하고 꾸준하게 준비를 해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이나마 나태해질 것 같으면 코치님들이 ‘요새 피드백이 필요한 것 같다’라며 장난도 쳐주시면서 용기를 북돋워주세요.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지 않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자신의 노력을 뽐내게 해줄 기폭제가 필요할 터. 최근 그에게 희망을 보게 하고, 큰 꿈을 꾸게 했던 건 비시즌 동안 펼쳐졌던 3x3 트리플잼 대회였다. 김민경은 지난 5월에 열렸던 트리플잼 1차 대회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며 당당히 MVP까지 입상했다.
짜릿했던 순간을 회상한 그는 “트리플잼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만큼 힘들기도 했고요. 하하. 그 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MVP도 받으면서 올 시즌에는 뭔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기대만큼 정규리그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이에 김민경은 “결국 5대5 농구는 또 다르잖아요. 막상 개막을 하고 나니 제가 여전히 제자리라 스스로에게 실망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동안 노력해온 게 아까워서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전혀 ㅎ지 않았어요. 제가 힘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다시 신발끈을 묶고 있더라고요”라고 힘줘 말했다.

#4. 미리 그려보는 인터뷰실의 수훈선수 김민경
올 시즌에는 아직 정규리그 한 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는 김민경. 그러나 그간 기울여온 노력이라면 분명히 기회가 오고, 이에 보답해 좋은 활약을 펼치는 날도 분명 올 터.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에 들어가는 장면을 상상한 김민경은 “제가 혼자 득점을 많이 하는 경기보다는 외국선수가 5반칙 퇴장을 당했거나, 센터 자리가 필요할 때 갑작스레 투입되는 상황이 올 수 있잖아요. 그렇게 투입됐을 때 상대 팀 외국선수나 KB스타즈의 (박)지수같은 큰 선수 수비를 잘해서 수훈선수에 선정되고 싶어요. 팀을 위한 궂은 일을 잘 해냈을 때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의 밝은 미래를 그렸다.
그러면서도 “예전에 (김)연희가 수훈선수에 선정되고 인터뷰를 할 때 울더라고요. 저도 말을 잘 못해서 그런 날이 온다면 조금 걱정이긴 해요(웃음). 어쨌든 그 날은 좋으면서도 단 한 경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는 거니까 마냥 만족하지 않고 더 노력하는 계기로 삼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남은 시즌을 바라보며 “(백)지은 언니나 (이)하은이가 힘들 때 제가 들어가서 조금씩 버텨주면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감독님도 그런 역할을 원하고 계실거에요. 팀이 필요로 하는 시간에 든든하게 버텨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 김민경의 NICK‘NAME’은 끈기 있는 서포터!
“끈기가 없으면 제가 지금 이렇게까지 버티지도 못했겠죠. 앞서 말했듯 트랙 100바퀴를 뛰는 게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였어요. 한 바퀴마다 랩타임과 심박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더 뛰어야 했고요. 그런 힘겨운 시간을 버텨냈잖아요. 이 끈기를 잃지 않고, 팀의 승리를 위해 든든히 뒷받침을 해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 사진_ 김용호 기자, WKBL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