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리그] 유럽농구가 볼만한 이유. 그리고 유로리그만의 준비, 미래, 비전

오제형 기자 / 기사승인 : 2020-01-03 1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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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오스트리아/오제형 통신원] 겨울철 실내 스포츠의 꽃인 농구는 가을에 시즌을 시작해 크리스마스가 지나는 겨울이 되면 본격적인 순위경쟁이 펼쳐집니다.

비단 KBL과 NBA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농구 강호들이 즐비한 유럽의 농구도 국가별로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며, 무엇보다 유럽농구의 챔피언스리그라 할 수 있는 유로리그도 2019-2020시즌이 벌써 중반인 17라운드에 접어들었습니다. (총 34라운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부를 두고 운영되고 있는 유로리그는 2019-2020시즌에는 총 10개 나라의 18개 구단이 참가했으며, 홈&어웨이 방식으로 총 34라운드의 풀리그를 진행합니다. 그중 단 8개 팀만이 봄 농구인 플레이오프를 거쳐 대망의 ‘파이널 포’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유로리그는 이번 2019-2020시즌부터 기존 8개국 16개의 참가구단을 10개국 18개 구단으로 확대했고, 올 시즌 결승 무대인 ‘파이널 포’는 오는 2020년 5월 독일 쾰른에서 개최됩니다.

국내 팬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유럽에서 느끼는 유로리그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물론 대륙을 넘는 인기와 천문학적인 중계권료가 오가는 유럽축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유로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구단들은 각자의 연고지에서만큼은 적어도 NBA 구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럽에서 축구가 아닌 농구도 큰 인기를 구가할 수 있는 이유를 필자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1. 경기의 퀄리티 보장

기본적으로 유로리그 선수들의 실력은 출중합니다. 유럽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있고, 각국의 국가대표, 그리고 전 NBA 리거들이 많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영합니다. 그들을 ‘NBA 스타’라고 표현하기는 다소 어려워도 그 문턱을 넘었던 선수들은 즐비합니다. 작년 유로리그의 정규리그 MVP였던 얀 베슬리, 데릭 윌리엄스(이상 페네르바체)를 비롯해 최근 종횡무진 활약 중인 셰인 라르킨과 보부아(이상 아나돌루 에페스), 앤써니 랜돌프와 루디 페르난데즈(이상 레알 마드리드)처럼 NBA 유경험자들이 유로리그 각 팀에 자리를 잡고 활약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2019-2020시즌 전에도 많은 NBA리거가 유로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에는 웨슬리 존슨이나 그렉 먼로, 코스타 쿠포스처럼 약 10년간 NBA를 600경기 이상 소화한 베테랑부터, 2018-2019 NBA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했던 니콜라 미로티치(밀워키)나 준수한 활약을 보였던 알렉스 아브리네스(오클라호마 시티)와 같은 즉시전력감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전직 NBA리거의 유럽무대 선회로 유로리그의 재미는 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2. NBA는 게임, 유로리그는 현실?

KBL에 익숙한 팬들이라면 유럽농구의 분위기가 NBA보다 익숙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코트의 사이즈나 경기의 룰 등이 FIBA룰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패턴을 우선으로 하는 경기방식을 선호하는 것과 수비적인 전술 운용, 감독의 비중 등은 NBA보다 유럽 농구가 우리와 상대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많은 농구 전문가들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농구가 미국농구가 아닌 유럽식 농구이어야 한다는 데에 맥을 같이 하기도 합니다.

NBA의 플레이를 판타지라고 묘사한다면, 유로리그의 플레이는 ‘알던 농구의 완성형 버전’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농구팬들 사이에서 흔히 표현되는 ‘탈인간계’의 NBA 플레이는 넋이 나갈 만큼 멋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잘해 괴리감을 낳기도 합니다. 유럽농구는 우리에게는 조금 더 익숙한 규율과 패턴의 농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우리나라 농구에서 최근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마무리(슛 메이드)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함과 폭발력이 함께 공존합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세계적 농구 트랜드는 북 치고 장구 치는 완성형 가드에 의해 팀의 시즌 향방이 갈리고는 했는데, 유로리그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피해갈 수 없어 가드들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선수 한 명의 의존도가 NBA나 KBL의 외국선수처럼 높지 않다는 점은 분명 또 다른 매력입니다.

3. 세미 국가대항전

유로리그만의 묘미는 결국 각 나라의 최고를 자부하는 팀들끼리의 대결에 있습니다. 다국가 밀접지역인 유럽의 지리적 특성을 살린 ’세미 국가대항전’이라는 성격이 인기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항의 취지가 늘 그렇듯 팬들의 충성도와 관심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유로리그는 지속해서 그 명성을 이어가고자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2016-2017시즌부터는 정규리그 포맷을 조별리그에서 풀리그로 변화를 주었고,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유로리그를 대하는 현지 팬들도 동 대회를 가끔 나가는 이벤트성 대회가 아닌 레귤러 리그로 인식해가고 있습니다.

4. 유로리그가 그리는 계획

1958년 FIBA가 주관하여 시작된 유러피언 챔피언스컵은 1991년부터 설립된 ULEB(Union des Ligues Européennes de Basket-Ball)가 2000년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의 유로리그의 모습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 취지부터가 유럽 내 각국 우승팀들이 경쟁하는 대회였고, 규모는 점점 늘어났으며, 2002년부터는 ‘유로리그’의 하부 급인 ‘유로컵’도 개최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유로리그와 FIBA 유럽국의 갈등이 지속해서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FIBA가 양으로(유럽 내 40개 팀 출전) 승부하는 FIBA 챔피언스리그를 2016년 출범시키면서, ULEB는 질로 승부하는 유로리그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재정적으로 유럽 내 최대 빅클럽들)

결국, 유로리그의 입장은 유럽 최고 수준의 리그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올 시즌부터는 유로리그 출전을 위해서 필요시 됐던 자국 리그 성적표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2019-2020시즌 출전팀인 이탈리아의 AX 밀란은 지난 시즌 자국 리그의 우승팀이 아닙니다. ‘라이센스’, 그러니까 바로 유로리그의 회원클럽이 되어 리그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 도입된 것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파나티나이코스, CSKA 모스크바 등 우리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부분의 대형 클럽들은 이에 동의하였으며, 유로리그에 머물며 최고의 유럽 리그를 생성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롱텀(long-term)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13개의 팀과 와일드카드로 참여한 3개 팀, 그리고 유로컵 파이널리스트 2개 팀이 출전해 총 18개의 구단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로리그 조르디 베르토뮤 회장은 2019년 여름, 리그의 장기적인 비전을 설명하며, 런던 연고의 한 팀과 중국 CBA 클럽 한 팀을 포함한 총 20개 팀을 목표로 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CBA 클럽을 언급하는 것이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FIBA와의 긴 대화를 통해 답을 끌어내야겠으나 어쩌면 이것이 미래에는 유로리그가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오제형 통신원
#사진설명=2018-2019시즌 유로리그 우승팀 CSKA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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