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용호 기자] “올 시즌에는 제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습니다.” 매년 비시즌마다 유망주 선수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면 그 말미에 가장 많이 나오는 각오. 기회를 찾아 부지런히 달리는 선수들에게 자기 PR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코너, 나의이름은의 열 번째 주인공은 데뷔 이후 가장 보람찬 시즌을 보내고 있는 고양 오리온 임종일(30, 190cm)이다.
프로 데뷔 이후 임종일은 아마추어 시절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만큼 큰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한 번의 이적이 있었고, 이후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절을 보낸 후 날개를 펴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마침내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팀의 반등에 많은 힘을 더하기 시작한 임종일, 그의 솔직함 가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오리온 유니폼에 ‘임종일’이 새겨지던 날
임종일의 프로 첫 소속팀은 오리온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12년 10월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부산 KT의 부름을 받았다. 계성고 시절 ‘득점기계’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성균관대를 거쳐 빠른 순번 안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프로 무대 적응은 쉽지 않았고, 데뷔 시즌에는 정규리그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후 2013-2014시즌 2년차에도 2경기 평균 1분 42초 출전에 머무르고 있던 임종일은 농구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2013년 12월 18일, 오리온이 KT에게 랜스 골번, 전태풍, 김승원, 김종범을 보내면서 앤서니 리처드슨, 김도수, 장재석을 비롯해 임종일을 영입한 것이다.
이적의 순간을 돌아본 임종일은 “그때는 거의 신인급일 때라 그냥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갑작스레 환경이 바뀌니 겁나기도 했고요. 그래도 김도수 코치님과 (장)재석이도 같이 오리온에 오면서 적응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곧장 오리온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뛰었던 시절을 회상했다. 2013년 12월 14일 안양KGC인삼공사와의 원정 경기. 당시 임종일은 8분 48초를 뛰며 2득점 2리바운드를 남겼다. 그는 “그때 1쿼터 막판에 속공 득점 하나를 했던 기억이 나요. 이적 후 첫 경기라 긴장도 많이 됐었는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잘 해보자는 각오가 강했죠. 결과적으로 잘 안 풀리기는 했지만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당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임종일은 “대학을 졸업하고 KT에 입단해서 보여드린 게 많이 없었어요. 그러면서 멘탈도 흔들리고 자신감이 떨어졌죠. 제 자신을 믿지 못했던 것 같아요. 오리온으로 이적하고 나서는 군 입대를 했었는데, 그 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일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에 다시 정신력이 강해졌던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든 일도 겪었는데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요. 제대하면 겁먹지만 않으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라고 그간의 우여곡절을 전했다.

#2. 추일승 감독이 말하는 임종일
4대4라는 대형 트레이드에 있어 추일승 감독이 하나의 카드로 임종일을 택한 이유도 있을 터. 추일승 감독과의 첫 만남을 돌아본 임종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단 운동 열심히 하고 준비만 잘하고 있으면 항상 기회는 있을 거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라고 꾸준한 믿음을 준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 믿음은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리온이 비시즌 박재현과 한호빈의 부상 이탈로 앞선에 공백을 메울 선수가 필요했고, 그때부터 추일승 감독은 임종일을 바라봤다. 추 감독은 개막 후에도 “앞선에서 터져주길 기대되는 선수를 꼽으라면 임종일이다”라고 수차례 말했던 바 있다.
이에 임종일은 “감독님이 공격에 있어서는 드라이브인 이후에 킥아웃 패스를 하거나 직접 해결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강조하셨어요. 그 외에는 팀적으로 강조하시는 수비와 리바운드가 있었죠. 올 시즌 초에는 수비가 많이 모자랐던 것 같은데, 부족한 점을 메우려 많이 노력하다보니 출전 시간이 점점 늘어난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저를 어떻게 봐주고 계실지 모르겠네요(웃음)”라고 말했다.
현재 임종일은 정규리그 24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데뷔 이후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 출전 경기 수. 평균 출전 시간(13분 19초)도 오리온에 처음 왔던 2013-2014시즌 이후 6년 만에 10분을 넘겼다. “정말 소중한 시간이에요”라며 말을 이어간 임종일은 “다섯 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데 다소 창피한 부분인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감사하고 감회가 새롭죠. 이렇게 뛸 수 있도록 감독님, 코치님들이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잖아요. 2020년 들어 개인적으로는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네요”라고 웃어 보였다.
#3. 임종일의 꿈이 더욱 커진 그 날
뒤늦게 많은 기회를 받기 시작한 임종일. 때문에 2012년 프로 입단 이후 약 7~8년 동안 꾸준히 코트를 누볐던 그의 드래프트 동기들은 항상 자극제가 되어왔다. 임종일이 참가했던 2012년 10월 드래프트를 살펴보면 장재석(오리온), 임동섭(삼성), 유병훈, 이원대, 정희재(이상 LG), 박경상, 김상규(이상 현대모비스), 김지완(전자랜드), 김윤태, 김민욱, 김종범(이상 KT), 배병준(KGC인삼공사) 등 올 시즌 소속팀에서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임종일은 “주위에 있는 동기들이나 함께 운동했던 후배들이 잘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많은 자극이 되죠. 나보다 프로 무대에서 더 많이 뛰는 선수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돼야지’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라고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프로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서 과거의 기억은 버렸다. 바로 그에게 많은 기대가 쏠렸던 만큼 따라다녔던 계성고 득점기계라는 수식어. 그는 “아마추어 때부터 그 말에 대한 부담은 있었어요. 득점기계란 말이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패스를 못한다는 평가도 받았으니까요. 수비에서 지적을 받으면 득점만 하고 수비를 등한시한다는 각인도 있었어요. 그래서 썩 듣기 좋은 별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아무한테나 붙일 수 없는 수식어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그 수식어는 완전히 잊고 새로운 면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새로운 목표는 팀의 윤활제가 되는 것. “팀원들의 플레이를 유기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바람을 전한 임종일은 “제가 최근에 정신 바짝 차리고 투지 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4. 미리 그려보는 인터뷰실의 수훈선수 임종일
만 30세가 되어서 비로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아직 공식 경기에서 수훈선수로 선정되어 인터뷰실을 찾은 경험이 없다. 임종일은 “제가 나름 잘했던 경기는 팀이 항상 졌어요”라며 멋쩍게 웃어 보이며 “신인 때도, 2년차 때도 두 자릿수 득점을 한 적이 있었는데 팀은 패배했었거든요. 속상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죠. 근데 그만큼 경기를 뛰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인터뷰실에 들어갈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경기를 펼치고 수훈갑에 선정되고 싶을까. “아직 저희 팀이 6강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라며 팀의 상황을 직시한 임종일은 “하지만, 분명 6강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중요한 경기가 왔을 때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된다면 기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밝아질 팀과 자신의 미래를 그렸다.
마지막으로 임종일은 “항상 지적받아 왔던 건 결국 수비였어요. 1대1 수비 말고도 팀 수비가 중요하잖아요. 그 과정에 있어 집중력을 높여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가 집중만 하면 잘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더 이상 다치지 않고 무사히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파이팅을 외쳤다.

★ 임종일의 NICK‘NAME’은 열정맨!
“앞서 말했지만 요즘 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고 팬이 됐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제 생각에도 그런 플레이가 스스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인터뷰도 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열정과 투지를 더 채워나가도록 할게요!”

# 사진_ 김용호 기자, 점프볼 DB(유용우, 홍기웅,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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