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이름은] ‘날쌘돌이’ 신한은행 황미우 “포인트가드는 코트 위의 감독”

김용호 / 기사승인 : 2020-02-11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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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올 시즌에는 제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습니다.” 매년 비시즌마다 유망주 선수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면 그 말미에 가장 많이 나오는 각오. 기회를 찾아 부지런히 달리는 선수들에게 자기 PR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코너, 나의이름은의 열두 번째 주인공은 한국에서 꿈을 펼치기 시작한 신한은행 황미우(29, 166cm)다.

일본에서 꿈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재일교포 3세 소녀는 수많은 어려움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프로 입성까지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던 만큼 간절함은 더욱 컸다. 그리고 꿈을 위한 노력은 드디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발전을 위한 과정에 겸손함을 잃지 않겠다는 황미우의 성장과정을 살펴보자.

#1. 신한은행 유니폼에 ‘황미우’가 새겨지던 날
황미우의 프로 데뷔 팀은 신한은행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17년 11월 21일에 열렸던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1라운드 5순위로 용인 삼성생명에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인해 그는 선발회 직후 일본에서 재활부터 시작했다. 이후 2018-2019시즌이 돼서야 삼성생명의 일원으로 데뷔 시즌을 맞이했지만, 그가 뛴 정규리그 경기는 단 한 경기였다.

한국에서의 첫 걸음을 회상한 황미우는 “진짜 뭘 모르는 상태로 한국에 처음 왔던 것 같아요. 뭔가 명백한 목표를 세우고 왔다기 보다는, 일본에 있을 때 제가 했던 농구를 더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로에 도전했었죠”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꿈을 위한 도전이 시작됐지만, 그 길이 녹록치는 않았다. 황미우는 “일본에서 와서 한국말을 잘 못했었죠. 그게 처음에는 가장 힘들었고요. 팀원들의 말은 잘 못 알아듣고, 제가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해서 의사소통이 어려웠어요”라며 “한국농구 자체도 일본농구와 완전히 달랐죠. 일본은 스피드가 중심이었는데, 한국은 픽앤롤, 2대2가 주를 이루며 세밀한 느낌이었어요. 팀원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 한국농구를 배웠잖아요. 그래서 저 혼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데뷔 시즌을 보낸 황미우에게. 지난 2019년 5월 2일 갑작스레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된다. 전력 누수가 컸던 정상일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민 것. 트레이드 당시를 돌아본 황미우는 “솔직히 놀라기도 했고, 당황하기도 했었죠”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이 트레이드가 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지, 아닐지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삼성생명에 1년 동안 열심히 적응했는데,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게 불안하기도 했고요. 불안한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황미우는 그렇게 또 다른 도전 앞에 섰다.


#2. 정상일 감독이 말하는 황미우
올 시즌 들어 황미우는 정규리그 12경기 평균 9분 10초를 뛰며 3.3득점 1리바운드 0.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엄청난 기록은 아니지만, 조금씩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기회를 한 번 씩 받아나가고 있다.

이에 정상일 감독도 “배짱이 있는 선수다. 다듬어야 할 부분은 많지만, 과감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 경기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고 황미우를 평가했다. 스피드가 장점인 황미우의 스타일이 빠른 농구를 추구하는 정상일 감독과 맞아떨어진 것.

황미우도 새 출발을 하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정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외국에서도 지도자 경력이 있으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일본에서 왔다는 걸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장난으로 일본어로도 말을 걸어주시고 긴장을 많이 풀어주셨죠”라며 미소 지었다.

또한 “감독님이 빠른 트랜지션을 강조하시는데, 제가 키가 작아도 스피드는 빠르니까 그 부분에 잘 맞는 것 같아요. 또, 수비를 할 때에는 제가 타이트하게 앞선부터 프레스를 하라고 감독님이 많이 주문을 하셨죠. 주어진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에요”라고 힘줘 말했다.

덕분에 황미우는 정상일 감독의 믿음에 한 차례 보답했다. 2019년 12월 28일 청주 KB스타즈와의 홈경기에서 12분 22초 동안 11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이라는 맹활약을 펼친 것. 황미우가 국내선수만 뛰는 2쿼터에 폭발한 덕분에 신한은행도 난적을 잡으며 전 구단 상대 승리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인생경기를 바라본 황미우는 “지금 생각해도 떨리고 긴장되죠. 슛감도 괜찮았고, 운이 좋았던 것도 있었어요. 감독님이 제가 컨디션이 좋았던 날에 많이 뛰게 해주신 덕분이죠(웃음). 제가 나갔을 때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주지 말자는 생각만 했었는데,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3. 황미우의 꿈이 더욱 커진 그 날
한 차례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렸던 황미우는 이후 달라진 주변의 반응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을 알아주는 주변의 반응은 황미우를 더 노력하게 하는 자극제가 됐다. “경기를 뛰기 시작하니 주변에서 ‘TV에서 봤다’, ‘기사가 나온 걸 봤다’라며 연락을 주는 분들이 생겼어요”라고 말을 이어간 황미우는 “그런 한 마디가 저에게는 많은 자극제가 돼요. 누군가 저를 선수로서 응원해준다는 게 든든하죠”라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다.

이제는 신한은행의 팬들도 황미우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황미우는 가감 없이 코트에서 자신이 쏟을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발산한다. 팬들과의 추억을 곱씹은 그는 “솔직히 저는 일본에서 왔기 때문에, 저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팬들도 거의 없었는데, KB스타즈 전 때 경기를 잘 하고 라커룸에 들어가는데 한 여성 팬분이 ‘황미우 선수~’라고 이름을 불러주시더라고요. 그 때 감동을 받았어요. 제 얼굴을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는 게 정말 기뻤거든요. 작은 행복이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기쁨을 감출 수 없었어요”라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금은 그의 말대로 손에 꼽을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부쩍 성장한 황미우를 수많은 팬들이 연호하는 날도 다가올 터. 더 행복해질 미래를 상상한 황미우는 “제가 앞으로 더 성장하면, 제 유니폼이 더 많이 보이는 경기장에 서고 싶어요. 그리고 제 유니폼을 들고 있는 팬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드리면서 얘기도 나누는 그런 시간이 오길 바라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라고 팬들의 소중함을 거듭 강조했다.

#4. 미리 그려보는 인터뷰실의 수훈선수 황미우
황미우가 맹활약을 펼쳤던 KB스타즈 전이 끝난 후 그는 수훈선수 자격으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그 당시 황미우는 자신의 활약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을 받고는 “10점 만점에 5점”이라는 박한 자평을 전했다.

그렇다면 10점 만점에 10점짜리 활약을 펼친 날 다시 인터뷰실을 찾게 된다면 어떨까. 황미우는 “솔직히 10점이 되기는 정말 힘들겠죠. 그래도 제가 포인트가드로서 팀을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여야 스스로 만족도가 올라갈 것 같아요. 저는 포인트가드가 코트 안에서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보다 경력도 많고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잘 컨트롤해서 경기를 이끌었을 때 스스로 10점에 가까운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어렵겠죠. 하하”라고 성장을 위한 자신만의 기준점을 전했다.

이제는 자신의 장점을 더 한껏 살려 코트에 오래 있는 게 중요한 황미우. 그는 “지금은 출전 시간을 더 얻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1분 1초라도 더 코트에 있을 수 있다면 열심히 뛰어다닐 거예요. 그리고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잘 하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제 역할을 묵묵하게 해나가는 선수가 되겠습니다!”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 황미우의 NICK‘NAME’은 날쌘돌이!
“키가 작아도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를 하고, 스피드 있게 코트를 날아다니면서 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루즈볼이나 리바운드도 어디선가 날쌘돌이같이 잽싸게 날아와 잡으면서 팀원들에게 도움이 돼야죠. 그런 모습으로 코트를 누벼보겠습니다.”

# 사진_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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