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구의 DEBUT] WNBA를 강타한 초특급 신인 타미카 캐칭이 WKBL에?

민준구 / 기사승인 : 2020-04-10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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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2000년대 초반, WNBA를 강타한 초특급 신인이 WKBL에 찾아왔다. 갓 신인 티를 벗은 그에게는 미래의 전설이 될 수 있는 자질이 보였고 수십년 뒤 당당히 네이스미스 메모리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타미카 캐칭. 전 세계가 기억하는 최고의 여자농구 선수다.

2003 겨울리그를 앞두고 있던 WKBL, 그리고 우리은행(현재 우리은행)은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발표한다. 2002 WNBA 신인상을 수상한 캐칭과 계약한 것. 당시 캐칭은 국민은행과 계약한 샤미크 홀즈클로, 실비아 크롤리 등과 함께 2003 겨울리그를 빛낼 외국선수로 꼽혔다. 이중에서도 홀즈클로와 크롤리는 이미 미국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았던 선수들. 신인 선수라는 타이틀을 갓 벗은 캐칭은 얼마나 뛰어났길래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까.

캐칭은 이미 던컨빌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미 최고의 여자농구 선수로 꼽힐 정도로 높은 이름값을 자랑했다. 1997년에는 역대 최초로 25득점 18리바운드 11어시스트 10스틸 10블록을 기록하며 퀸터플-더블을 기록하기도 했다. 퀸터플-더블은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에서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몇 안 되는 대기록이기도 하다.

이후 캐칭은 테네시 주립 대학에서 1997-1998시즌 NCAA 여자농구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으며 2001 W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인디애나 피버에 지명됐다.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의 대표 주자였던 캐칭은 WNBA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과시했다. 2002 WNBA에서 32경기 동안 평균 18.6득점 8.6리바운드 3.7어시스트 2.9스틸 1.3블록을 기록하며 당당히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올스타전에도 출전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 캐칭이 WKBL에 온다는 건 너무도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물론 자유계약시절이었던 만큼 대단한 외국선수들이 WKBL에 진출해왔지만 WNBA와 러시아, 터키, 폴란드 등 유럽에서 활동해왔던 캐칭의 등장은 많은 이들을 기대하게 했다.

캐칭과 첫 만남을 가졌던 당시 선수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이종애 용인대 감독은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외국선수들은 자기 중심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플레이 성향도 이타적이지 않고 자신의 공격만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캐칭은 달랐다. 그 역시 신인이었던 만큼 걱정이 많았지만 누구보다 성실했고 팀에 녹아들 줄 알았다”라고 이야기했다.

2003 겨울리그에서 캐칭과 한솥밥을 먹었던 조혜진 코치 역시 “성실함으로 가득 찼던 선수였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가 궁금해질 정도로 정말 대단했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어울리려고 엄청 노력했고 분위기를 이끌어 갈 줄 알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잊을 수 없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기대했던 캐칭의 데뷔전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상대는 2002 겨울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국민은행. 2002 WNBA 득점, 리바운드 1위에 빛나는 홀즈클로가 버티고 있는 강팀이었다. 그러나 캐칭에게 있어 국민은행은 쉽게 넘을 수 있는 산이었다.

캐칭은 2003년 1월 6일 국민은행 전에서 37분 34초 동안 28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8스틸을 기록했다. 홀즈클로는 30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다재다능함을 뽐낸 캐칭을 꺾지 못했다.

이날 캐칭의 실력 발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물론 조혜진 코치와 이종애 감독 역시 각각 34득점 3어시스트, 20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 있었던 건 캐칭이었다. 그의 활약으로 우리은행은 국민은행을 99-87로 꺾으며 첫 승을 신고했다.



사실 캐칭은 첫 경기를 치르기 이틀 전인 4일에 입국,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2003 겨울리그는 이미 첫 경기를 모두 치른 상태였고 우리은행은 1패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의 걱정과는 달리 캐칭은 처음부터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고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라지게 했다.

조혜진 코치는 “말이 통하지 않았던 만큼 걱정도 컸던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캐칭은 이를 비웃듯 정말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득점은 물론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 국내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도 엄청난 실력을 보여줬다”라고 회상했다.

이종애 감독도 “자신만의 리듬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근데 혼자하는 농구가 아닌 코트에 있는 모든 선수들을 이끄는 능력도 있었다. 사실 캐칭은 어느 팀에 있었어도 잘했을 선수다. 운이 좋게도 우리와 함께 하면서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캐칭의 충격적이었던 데뷔전 이후 우리은행은 승승장구하며 사상 첫 정규리그 1위는 물론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거머쥐게 된다. 19경기 출전 평균 23.4득점 10.6리바운드 2.3어시스트 3.4스틸 1.3블록을 기록한 캐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WKBL에서의 위대했던 첫 시즌을 보낸 캐칭은 이후 WNBA에서 전설적인 행보를 걷게 된다. 인디애나에서의 15년 동안 통산 457경기 출전 14,383분 동안 7,380득점 3,316리바운드 1,488어시스트 1,074스틸을 기록했으며 올스타 10회 선정, 2011 WNBA 정규리그 MVP, 2012 WNBA 챔피언결정전 MVP 등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미국 국가대표로는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2016 리우올림픽까지 무려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WKBL에서도 2003 여름리그 플레이오프에 돌아와 3위였던 우리은행을 다시 한 번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이후 2006 겨울리그에서 다시 한 번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MVP 3회, 정규리그 MVP 1회 등 캐칭은 전성기에 이르지도 않은 기량으로도 WKBL을 지배했다.

수많은 외국선수들이 WKBL 무대를 누볐지만 역대 최고를 꼽아야 한다면 ‘타미카 캐칭’이라는 이름이 빠질 수 없다. 그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던 선수이며 WKBL은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한 최고의 여자농구 선수였다. 그의 풋풋한 신인 시절을 WKBL이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김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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