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 편집부]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감독 대신 호통도 치고….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들의 역할은 생각보다 많고, 책임감도 막중했다. 긴 시즌, 팀이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순항할 수 있도록 불철주야 애썼던 전현직 주장들로부터 ‘주장의 애환’을 들어보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상오 | 부산 케이티
싫은 소리?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자리
‘주장’이라는 타이틀을 달면 뭔가 신경 쓰이는 게 많은 것 같아요. SK에 있을 때 주장을 했는데, 원래는 내 할 것만 신경을 쓰면 됐거든요. 근데 주장이 되면서 팀도 신경을 써야 하고, 윗사람, 밑에 사람 눈치도 봐야 하더라고요. 선수들을 하나로 못 묶는다거나 성적이 안 나면 주장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선배들이 주장을 했을 때를 기억해보면 주장으로서 늘 “열심히 하자”, “잘 해보자”고 얘기해도 경기력이 안 나타나면 주장 책임으로 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SK 때를 생각해보면 주장으로서 딱히 대표가 돼 나선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을 보면 중간 역할을 잘 못 한 것 같기도 하고(웃음)…. 보통 감독님들은 주장을 통해서 선수단 얘기를 많이 물어보세요. 선수들 특이사항은 없는지, 별 문제는 없는지를 말이죠. SK 때는 성적이 좋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분위기가 쳐져 있으면 코칭스태프 몰래 맥주 파티를 했던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 선수들끼리 의기투합을 했죠. 가끔씩은 그런 걸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또 주장이 그런 걸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장이다 보니 선수들을 혼내기도 하는데, 남한테 싫은 소리 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럴 때 고충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특별히 누구 한 명한테 잘해주거나 해서도 안 돼요. 선수들을 동등하게 대해야 하죠. 늘 중립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은희석 | 연세대 감독
선수들 심리 파악이 중요해!
주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죠. 사실 주장도 같은 선수 입장인데 코칭스태프의 말을 전달해야 하니 선수들 입장에서 ‘코치도 아닌데 지시를 해?’라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어요. 선수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다가가야 이런 오해도 줄일 수 있죠. 그나마 전 KGC인삼공사에 있을 때 후배들 모두 착해서 다행이었어요. 하하. 대부분의 선수가 팀 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불만을 가질 수 있는데 그것을 주장이 풀어줘야 해요. 경험이 쌓이면 운동하는 것만 봐도 ‘쟤가 고민이 있구나’라는 게 느껴지는데, 저는 생맥주 한 잔 하면서 기분 풀어준 적도 종종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09-2010시즌입니다. 주장인데도 발목 부상 때문에 코트에서 힘을 보탤 수 없게 돼 답답했죠. 그때 ‘벤치에서라도 선수들에게 힘을 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오버하면서 벤치분위기를 이끌었죠. 다 팀을 위해서 한 행동이었는데 이게 또 다른 오해를 사더라고요. ‘저렇게 해서라도 한 자리 차지하려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땐 정말 마음이 아팠죠.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풀려고 했던 건데 색안경을 끼고 저를 보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팀이 우승을 한 덕분에 보람을 느꼈고, 오해도 모두 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장을 경험한 게 지도자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정미란 | 청주 KB스타즈
3번까지는 참자! 다짐, 또 다짐!
주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힘들어요. 하하. 흔히들 ‘연결고리’ 역할이라고 하잖아요. 감독님이 화내시는 것을 이해 못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중간에서 매듭짓는 게 쉽지 않죠. 또 주장은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도 해야 한다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에요. 저는 예전에는 정말 독하게 싫은 소리를 잘했는데 이젠 그렇게 까진 안 하고요. 저는 실수를 3번까지만 참자고 스스로 마음을 잡아요. 1번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넘기고, 2번은 선수 나름대로의 입장이라고 생각하죠. 3번째 실수를 하면 그땐 불러서 혼내거나 얘기를 통해 고쳐주려고 해요. 다만, 훈련할 때만 일 뿐 저는 사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 안 해요. 저희 팀은 (변)연하 언니가 최고참으로서 운동에 솔선수범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제가 느끼는 게 많아요. 사실 최고참이면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제가 연하 언니를 잘 따르고, 선수들도 이를 통해 느끼는 게 있는 덕분에 저희 팀은 훈련 분위기가 늘 잘 잡혀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최근 휴가를 마친 후 감독님께 면담을 요청했어요. 그동안 주장을 맡으며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주장을 내려놓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죠. 그러자 감독님이 “그냥 네가 계속 해야 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은퇴할 때까지 계속 주장을 맡는 건 아니겠죠? 하하.

최윤아 | 인천 신한은행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4시즌째 주장을 맡고 있어요. 나이가 어릴 때 주장이 됐는데, 처음에 주장을 맡았을 때는 언니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이야기할 때 존댓말로 해야 하는지 반말로 해야 하는지부터 모든 행동이 어색했죠. 처음엔 당연히 존댓말을 했어요. 지금은 오랜 시간 해 와서 언니들도 많이 익숙해지고, 저도 익숙해져서 불편한 것은 없어요. 또 언니들이 많이 도와줘요. 힘을 실어줘서 처음보다 편한 것 같아요. 저는 무서운 면도 다정한 면도 있는 주장이에요. 팀이 전체적으로 많이 쳐져 있다거나 풀어져 있다고 하면 단호하게 선수들에게 말하는 편이죠. 개인적으로는 다정하게 대해요. 감독, 코치님이 당부한 부분 등 분위기라든가 자세에 대해 말하기도 하죠. 다른 팀도 그렇게 해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거죠. 코칭스태프도 힘들고 선수들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어, 가운데서 잘 소통해야 해요. 주장이라서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고 힘든 일도 있지만, 저 자신한테는 오히려 좋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더 채찍질할 수 있죠. 힘들다고 느끼면 주장을 못 해요. 주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말아야 하죠. 선수의 시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선수가 아닌 것으로 봐야 하는 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죠. 변하게 되더라고요. 주장은 우승하고 다음 선수한테 줄 생각이에요. 제가 주장한 뒤 한 번도 우승을 못했어요. 꼭 우승하고 넘겨 주려고요(웃음).

김계령 | 前 용인 삼성
모두의 고충을 살펴야
주장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너무 선수 쪽에 치우쳐선 안 돼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잘 해야 하죠. 주장 하면서 못 느낀 점을 선수 생활 마지막에 느꼈어요. 경기를 뛰는 선수의 고충이 있고, 못 뛰는 선수의 고충이 있더라고요. 전 어릴 때부터 경기를 뛰어와서 그런지, 주장을 한 후에도 후배들의 고충을 잘 몰랐어요. 선수생활 말년에 그걸 느꼈죠. 경기에 못 뛰는 선수들은 정규리그 때 힘든 부분이 많다는 걸요. 팀에서 소외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면담을 해주기도 했죠. 아무래도 코칭스태프 같은 경우는 경기를 이기는 거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런 점들까지 챙겨주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도 전에는 어린 선수들의 입장을 몰랐어요. 그렇다고 특정 선수를 챙겨주는 것도 쉽지 않아요. 여자들은 시샘이 많거든요(웃음). 우리은행에 있을 때도 힘들었어요. 저랑 후배들이랑 입장 차이가 있었죠. 저는 어떻게든 한 경기라도 이기고 싶어서 욕심을 냈는데, 본인이 몇 분을 뛰었는지가 더 중요한 선수들도 있었어요. 주장으로서 자괴감에 빠지더라고요. 저만 안달 난 것 같았죠. 그 때 이 악물고 했던 것 같아요. 밖에서 볼 땐 제가 “득점 욕심이 많다”, “너무 인상을 쓰면서 한다”는 등의 얘기가 있었는데, 그건 승부욕 때문이었거든요. 너무 이기고 싶어서요. 분해서 잠을 못 잤으니까요. 한 번은 춘천 홈에서 전반 끝나고 얘들한테 엄청 소리를 지르면서 엄하게 혼냈던 기억이 나요. 경기 후 자려고 누웠을 때는 그런 말을 한 걸 후회하기도 했죠. 주장으로서 그런 점들이 많이 어려웠던 기억이 나네요.
#사진 - 문복주, 신승규,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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