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먼드 그린, 내가 NBA의 ‘앤트맨’이다!

남대열 기자 / 기사승인 : 2015-09-12 0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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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남대열 인터넷기자] 지난 9월 3일 국내에서 영화 「앤트맨」이 개봉했다.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인 스콧 랭(폴 러드)이 최첨단 수트를 입고 개미로 변신해 인류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을 제압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액션의 사이즈가 바뀐다!”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마블 캐릭터인 앤트맨은 ‘작지만 강한’ 히어로다.

세계 최고의 농구 선수들이 모인 NBA에서도 앤트맨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드레이먼드 그린(201cm, 포워드)이다. 언더사이즈 빅맨이지만 자신보다 신장과 체격이 큰 선수들을 상대로 ‘한 발 더 뛰는’ 플레이를 바탕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NBA의 부지런한 일개미인 그린의 농구 인생에 대해 알아보자.

다재다능한 미시간주의 농구 유망주

그린은 미시간주 중동부에 위치한 새기노에서 태어났다. 그는 새기노 고등학교 농구부 3학년 때 경기당 평균 25.0점, 13.0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린의 활약에 힘입어 새기노 고등학교는 2006-2007시즌에서 26승 1패의 성적을 거두었고, 클래스 에이 주 챔피언(Class A State Championship) 자리에 올랐다. 4학년 때 그린은 블록슛 능력도 기르면서 한 층 더 성숙한 기량을 보여줬다.

그린은 다재다능한 농구 선수였지만 높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작은 신장 탓이다. 고교 유망주를 평가하는 「라이벌스 닷컴(Rivals.com)」은 그린에게 별 5개 만점 중에 3개를 줬다. 전체 리쿠르팅 랭킹은 122위였고, 파워포워드 선수 랭킹에서는 3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미시간주립대는 고등학교에서 보여줬던 그린의 빼어난 활약을 기억했고, 그를 스파르탄(미시간주립대 농구부 이름)의 일원으로 영입했다.

스파르탄의 ‘강한 전사’이자 캡틴!

미시간주립대는 NCAA의 대표적인 명문 농구팀이다. NCAA 챔피언(1979년, 2000년) 타이틀을 2번이나 차지했고, 지금까지 41명의 선수를 NBA(과거 ABA 포함)에 보내면서 빅텐(Big Ten) 컨퍼런스의 강자로 불리고 있다.

그린은 대부분의 흑인 선수들이 대학 무대에서 1년만 뛰고 NBA에 진출하는 트렌드인 원앤던(One And Done)을 거부했다. 끝까지 대학에 남아 졸업했고, 4년 동안 농구 기본기와 전술의 이해도를 높였다. 데뷔 시즌(2008-2009)에 그린은 37경기에 출전해 평균 3.3점, 3.3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벤치에서 선배들의 경기를 지켜보았을 뿐이었다.

그린은 2학년 때 2년 차 징크스를 겪지 않고 득점과 리바운드 능력을 길렀다. 그 결과, 3학년 때는 34경기(28경기 주전)에 출전하면서 평균 12.6점, 8.6리바운드, 4.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약점이었던 3점슛을 본인의 노력으로 극복했다. 그린은 경기당 평균 1.1개의 3점슛을 36.6%의 성공률로 적중시켰다. 2학년 때 그의 경기당 평균 3점슛 개수(0.1개)와 성공률(12.5%)과 비교하자면 엄청난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졸업을 앞둔 4학년 때, 그린은 마지막 NCAA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정규시즌에 팀 성적을 24승 7패로 이끌었고, NCAA 토너먼트로 진출시키는 데 있어 선봉장 노릇 역할을 했다. 실제로 그는 스파르탄의 주장을 맡아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시간주립대는 ‘3월의 광란’ 16강 전에서 루이빌 대학을 상대로 44-57로 패했다. 세네갈 출신 센터인 골기 젱(211cm, 센터)의 높이를 막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이 경기에서 그린은 13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그린은 대학 무대에서 4년을 뛰었지만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린이 미시간주립대에서 벤치 멤버에서 주장에 오르기까지의 4년의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4학년 때 그린은 스파르탄의 진정한 전사였다. 그린은 1차 스탯으로 냉정히 평가하면 그렇게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1차 스탯에 야투율, 자유투 성공률 등을 보정한 2차 스탯으로 평가하면 말이 달라진다.

<표> NCAA 2011-2012시즌, 그린의 대표적인 2차 스탯 수치



그린은 수비 효율 지수를 나타내는 디펜시브 레이팅에서 NCAA 전체 4위에 오르면서 대학 무대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다소 떨어지는 득점력을 수비 능력 하나로 메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리 기여도를 의미하는 윈셰어 역시 빅텐 컨퍼런스에서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대학 마지막 시즌 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린은 빅텐 컨퍼런스 올해의 선수, NABC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면서 NCAA의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그린은 대학 졸업 후에 2012년 NBA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전체 35순위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지명을 받았다. 대학 마지막 무대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포워드로 뛰기에 작은 신장이었던 약점은 드래프트 상위 픽으로 뽑히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린은 상대팀 스코어러의 득점을 낮추고, 그들을 상대로 몸을 부딪혀 터프한 공격을 한다. 리바운드에 재능이 있고, 공격 농구를 할 줄 안다. 그는 힘을 이용해 우리 팀 선수들에 공간을 열어준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엄청난 경쟁 상대다.”

2014년 여름까지 워리어스의 감독이었던 마크 잭슨의 그린에 대한 평가다.

이러한 잭슨 감독의 평가와 달리 그린의 NBA 첫 시즌 성적은 대학 마지막 무대에서 보여줬떤 활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79경기에 출전해 평균 2.9점, 3.3리바운드, 0.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주전으로 나선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으며, 평균 출전 시간은 13.4분에 그쳤다. 당시 그는 해리슨 반즈(203cm, 포워드)의 백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데뷔 시즌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그린은 2013-2014시즌부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평균 출전 시간은 21.9분이었고, 평균 야투율 성공률이 지난 시즌 대비 8.0퍼센트 오른 40.7%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디펜시브 레이팅 부문에서 97.7을 기록하면서 전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1위에서 4위까지의 선수는 (순서대로) 조아킴 노아, 앤드류 보거트, 폴 조지, 팀 던컨이었다. 그린은 리그에서 수비를 잘하는 베테랑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 번째 시즌, 진정한 ‘황금 전사의 빅맨’으로 거듭나다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워리어스는 데이비드 리(206cm, 포워드)가 부상을 당했다. 당시 팀에 새로 부임한 스테판 커리 감독은 그동안 3번 포지션에서 뛰었던 그린을 4번 포지션으로 뛰게 했다. 본인의 스몰볼 농구 철학과도 맞는 결정이었다. 그린은 커리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린은 골밑에서 버티는 힘과 압박 수비를 바탕으로 자신보다 신장이 큰 빅맨들을 상대했다. 특히 그린의 리바운드, 스크린 같은 궂은 일 덕분에 백코트진(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이 공격 전개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평균 11.7점, 8.2리바운드, 3.7어시스트, 1.6스틸. 그린의 시즌 성적이다. 노력의 결실이 열매를 맺었다. 2차 스탯 기록 역시 훌륭하다. 디펜시브 윈셰어는 5.2를 기록하면서 디안드레 조던에 이어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세 번째 시즌 활약은 대학 4학년 때의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

그린은 워리어스가 서부지구 1위(67승 15패)에 오르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수비에서는 골밑 파트너인 보거트와 함께 뛰어난 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박스 아웃을 잘해 리바운드 능력이 준수했고, 가드 못지 않은 스틸 능력으로 또 한 번의 공격 찬스를 여러 번 만들었다.

NBA 파이널에서 그린은 ‘인생 경기’를 펼쳤다. 특히 센터로 뛰었던 4차전에서 그린은 17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을 기록하면서 팀 승리에 기여를 했다. 물론 이 경기의 흐름을 바꾼 선수는 안드레 이궈달라(198cm, 가드 겸 포워드)였지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빅맨을 상대로 좋은 수비를 보여줬던 그린의 활약을 빼놓을 수는 없다.

4차전에서 이기면서 워리어스는 2승 2패로 동률을 이뤘고 5, 6차전 경기도 내리 이기면서 40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그린은 역사적인 순간을 팀 동료들과 함께 했다.

진정한 ‘앤트맨’이 되기 위해서는?

올해 여름 그린은 워리어스와 5년간 8,500만 달러(한화 약 1008억 원)에 재계약을 했다. 그의 지난 시즌 연봉이 한화 약 10억 원인 것을 고려한다면 연봉이 무려 20배 가까이 뛴 셈이다. 구단에서도 그린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린은 세 번째 시즌에 ‘대기만성’ 했지만 앞으로 보완해야할 점이 많은 선수다. 무엇을 보완하는 것이 좋을까? 바로 공격 능력이다. 수비 능력은 리그에서 손꼽히지만 공격 능력은 떨어진다. 특히 픽앤롤 상황에서의 득점이 186점으로 리그에서 전체 21위다.

단순히 득점 수치가 낮은 것만 문제가 아니다. 야투 성공률은 45.1%(69/153)에 불과하다. 빅맨이 야투 성공률이 50%가 채 안 된다는 점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린은 궂은 일만 할 줄 아는 선수에서 지금보다 좀 더 저돌적인 공격을 시도하는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 시즌 그린이 보여줬던 활약상은 수많은 NBA 벤치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이제 그린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궂은 일만 하는 일개미가 아니라, 공격과 수비 모두 리그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진짜 ‘앤트맨’으로 거듭나야 한다.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제공

일러스트=김민석 작가(光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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