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2011-2012시즌까지만 해도 여자프로농구 구리 KDB생명은 끈끈하고 투지 넘치는 팀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신정자를 필두로 이경은, 한채진, 조은주, 김보미 등 각 포지션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 여자농구의 신흥강호로 떠오르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지난 3시즌은 KDB생명에 암흑기와도 같았다. 3시즌간 6위, 5위, 6위에 머물며 약체로 전락하고 만 것.
2012년까지 팀을 이끌던 김영주 감독이 물러난 후, KDB생명은 감독들이 팀을 이끄는데 있어 미흡함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선수진은 그대로인데 성적이 안 나니 감독에게 책임이 갈 수밖에 없었다.
최하위권을 전전하던 KDB생명은 결국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던 김영주 감독을 재영입했다. 김 감독이 팀을 맡던 당시 KDB생명은 준우승과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WKBL에서 물러났던 감독이 다시 돌아온 경우는 김영주 감독이 처음이다. 그만큼 KDB생명은 팀을 일으켜 세울 적임자로 김영주 감독을 택한 것이다.
김 감독은 강성(強性)이다. 자신이 원한 경기력이나 적극성이 나오지 않으면 선수들을 강하게 다그친다. 김 감독 같은 강성인 지도자들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찌 됐든 KDB생명은 김 감독의 카리스마가 팀을 끌어올릴 것이라 믿고 있다.
16일 KDB생명과 일본 도요타 방직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전날 경기에선 KDB생명이 2점차로 패했고, 2번째 맞붙은 경기였다.
KDB생명은 김진영, 한채진, 조은주, 최원선, 김소담이 스타팅으로 출전했다. 국가대표팀 복귀 후 컨디션을 조절 중인 이경은을 포함해 이번 시즌 주축으로 뛸 선수들이었다.
김영주 감독은 초반부터 선수들을 자주 교체해주며 고르게 기회를 주는 모습이었다. 1쿼터 구슬의 외곽포가 돋보였다. 구슬은 3점슛 2개를 터뜨리며 좋은 슛 감각을 보였다.
이경은은 교체투입 돼 코트를 밟았다. 김 감독은 김시온, 안혜지에게 1번 역할을 맡기고 이경은을 2번으로 쓰는 라인업을 써보기도 했다. 이경은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2번으로서의 활용방안도 시험해보는 모습이었다.
신인 안혜지는 막내지만 과감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2쿼터 빠르게 드라이브인 득점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절묘한 어시스트도 전달했다.
김영주 감독은 리드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적했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프로선수들이면 코트 위에서 뭘 해야 할지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지시해선 안 된다”며 선수들이 생각하는 농구를 하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었다. 본인이 직접 느끼고 하지 못 한다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김 감독은 특히 김소담의 적극성을 강조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말이다. 김소담은 이제 KDB생명 골밑에 중심이 돼야 한다. 김 감독의 말대로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시기가 됐다.
김소담은 장기인 정확한 중거리슛을 연속으로 꽂아 넣었다. 조은주는 포스트업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상대적으로 도요타보다는 KDB생명의 무게감이 더 있었다. 최원선, 조은주 등 인사이드 플레이에 능한 선수가 많기 때문인 듯 했다.
반면 기동력과 스피드가 좋은 도요타의 강압수비에 KDB생명은 실책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KDB생명은 73-56으로 승리를 거뒀다. 전날 패배를 만회한 것.
조은주가 가장 많은 17점을 기록했고, 최원선이 11점 8리바운드, 구슬이 3점슛 3개 포함 14점, 이경은이 7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했다.
김 감독은 이겼지만 만족해하지 않았다. “업다운이 심하다. 고참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같이 흔들린다. 아직 경기 진행하는 요령이 부족하다.”
김 감독은 고참들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지시하는 것을 이행하지 못 할 경우 어김없이 불호령을 내렸다. 결국 경기를 풀어가는 고참들이 해줘야 밑에 선수들도 따라올 수 있다는 지론이다.
KDB생명의 선수 구성이 나쁜 건 아니다.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모두 좋은 기량의 선수들이 있다. 확실한 빅맨은 없지만, 김소담, 최원선, 허기쁨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 중이어서 기대가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외국선수와의 조합일 것이다. 1라운드 2순위로 선발한 플레네트 피어슨은 WNBA에서 평균 12.8점을 기록할 정도로 득점력이 좋다. 2라운드에 뽑은 비키 바흐는 지난 시즌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팀에 잘 녹아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외국선수들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국내선수들의 호흡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김 감독은 “걱정이 많다. 선수들이 한 번에 바뀌는 것은 힘들다. 계속해서 안 되는 점을 얘기해주고 바꿔가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개막까지 최대한 완성된 팀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분명 3년 전과는 선수 구성도 바뀌었고, 주축선수들도 더 나이를 먹었다. 예전 스타일과는 좀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와 같이 이기는 농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주 감독과 재회한 KDB생명. 그들의 농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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