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농구 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디펜딩챔피언 모비스의 향후 시즌 각오를 말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FA로 팀을 떠날 것이 확실한 문태영, 외국선수 규정 변화로 잡을 수 없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와의 이별을 이유로 이번 시즌 리빌딩을 할 것이라는 구상을 전한바 있다.
주축인 양동근, 함지훈이 30대 초중반이 되면서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모비스의 전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했다. 아니 뻔해 보였다. 국내선수 득점왕 문태영과 최고의 외국선수 라틀리프가 빠진데다 국내,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자동적으로 최하위 순번을 가져가면서 전력 상승의 요소가 없었기 때문.
양동근, 함지훈을 제외하면 스타급이라고 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 유 감독의 말대로 이번 시즌은 우승권에서 한 발 물러선 전력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3라운드에 들어선 현재 모비스는 15승 7패로 오리온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 중이다. 모비스를 제외한 여러 팀들이 FA와 새로운 외국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상승을 꾀했으나, 모비스는 여전히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22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모비스는 접전 끝에 75-78로 패했다. 경기 전 양 팀의 선수 명단을 살펴보았다.
사실 멤버 구성에서 모비스는 인삼공사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인삼공사는 양희종, 박찬희, 이정현, 오세근, 강병현 등 국가대표급 멤버가 5명이나 된다. 포지션별 밸런스로 보면 10개 구단 중 최고다. 여기에 찰스 로드는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지명된 선수다.
반면 모비스는 어떠한가. 양동근, 함지훈을 제외하면 이날 중용된 전준범, 김수찬, 천대현 등은 국가대표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외국선수 아이라 클라크는 마흔 살의 노장이며, 심지어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못 하고 교체로 온 선수다.
4쿼터 초반 인삼공사가 20점차로 앞서며 손쉽게 승부를 가져가는 듯 했으나, 모비스는 막판 양동근, 전준범, 김수찬의 활약으로 승부를 박빙으로 몰고 갔다. 마지막 김수찬의 3점슛이 성공됐다면 경기는 연장으로 향했을 것이다.
김수찬, 전준범이 이정현, 박찬희 등 국가대표를 상대로 득점을 성공시키는 모습은 흥미로웠고, 탄성을 터져나오게 했다. 대학 시절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평가를 받던 선수들이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서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모비스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결코 강팀의 구색을 갖추지 못 했다. 최근 3년 동안은 문태영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선수층이 두껍지 못 했다. 올 해 문태영까지 빠져나가면서 선수층은 더욱 평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비스는 늘 선수 개개인의 기량 이상의 팀워크를 뽐내고 있다. KBL 역대 최다인 6차례 우승을 거머쥐었고,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것도 그러한 끈끈한 팀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수 보강을 할 수 있는 신인드래프트에선 늘 뒷전으로 밀린다. 기본적인 선수 보강의 기회가 없는 것이다.
실제 모비스 선수들의 드래프트 지명순위를 보면 모비스의 현재 순위, 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모비스 선수 19명 중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선수는 양동근이 유일하다. 양동근은 2004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됐다.
그 다음 높은 순위로 지명된 선수는 2009년 전체 3순위로 지명된 김종근이다. 둘을 제외한 나머지 17명의 선수는 모두 1라운드 9순위 이후에 지명된 선수들이다.
심지어 국내 최고의 빅맨으로 꼽히는 함지훈도 1라운드 10순위에 지명됐다. 재밌는 것은 모비스에 유독 10순위 지명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함지훈을 비롯해 백인선, 천대현, 송창용, 김영현, 배수용, 정성호가 1라운드 10순위에 지명된 선수들이다. 1라운드 외에도 김주성, 박민혁, 박봉진 등 3명은 3라운드 10순위로 지명된 바 있다. 모비스는 이렇듯 10순위 지명 선수만 10명이나 된다. 10순위 집합소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많아 자동적으로 1라운드 10순위 지명권을 가져간 적이 많다. 자연히 2라운드 1순위 지명도 많이 했다. 박구영, 김동량, 김수찬, 류영환은 2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선수들이다.
그만큼 대학 시절 큰 주목을 받지 못 한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음에도 이들의 활용가치를 높여 쏠쏠하게 쓰고 있다는 점이다.
<모비스 선수단 드래프트 지명순위>

함지훈의 경우 황금드래프트라고 불리는 2007년 드래프트에서 10순위까지 밀렸다. 힘은 좋지만 발이 느리고, 탄력, 슈팅능력이 떨어져 프로에서는 성공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됐던 것. 하지만 그는 현재 KBL 최고의 파워포워드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포스트업 능력은 국내 최고수준이며, 외국선수들도 일대일 수비가 쉽지 않다.
현재 부상으로 빠진 송창용은 이번 시즌 정확한 3점슛을 선보이며 팀의 주전포워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1라운드 9순위로 선발된 전준범은 유재학 감독에게 혼도 많이 나며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지만, 이번 시즌 한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전력의 한축을 맡고 있다.
국내선수 뿐만이 아니다.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최하위 순번을 받았다. 2라운드 1순위로 선발한 커스버트 빅터는 신장은 작지만 영리하고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모습으로 알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오 라이온스의 부상으로 영입한 아이라 클라크는 마흔 살의 노장임에도 제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이렇듯 객관적인 기량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한 선수들이 한데 모였음에도 강한 전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유재학 감독의 지도력 덕분이다.
유 감독은 선수를 보는 눈이 탁월하다. 대학 시절 평범한 기량의 선수들을 잘 선발해 프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선수로 키우고 있다. 유 감독은 선수의 전체적인 기량이 떨어지더라도 한 가지 장점만 있다면 그 부분을 극대화 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또 선수 개개인의 부족한 부분은 팀플레이로 최소화시킨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것이다.
모비스 선수들은 철저한 팀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다. 때문에 어느 한 선수 튀지 않지만, 어느 한 선수가 뒤처지지도 않는다. 비시즌 끊임없는 반복 훈련 속에 팀 시스템 안에 녹아든 것이다.
모비스의 농구를 볼 때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농구는 팀 스포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사진 - 신승규, 이청하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