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지각변동’ 첼시 리 "할머니 나라에서 뛰어 영광"

곽현 / 기사승인 : 2015-12-29 0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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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특별한 이슈가 보이지 않던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에 강력한 파장을 몰고 온 선수가 있다. 바로 부천 KEB하나은행의 혼혈선수 첼시 리(26, 189cm)다. 한국인 할머니를 두고 있는 그녀는 데뷔하자마자 외국선수급 존재감으로 골밑을 지배하고 있다. 첼시 리의 가세로 하나은행은 디펜딩챔피언 우리은행에 시즌 첫 패를 안기는 등 이번 시즌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하나은행은 갑자기 어디서 이런 보물을 얻었을까? 첼시 리는 어떤 선수인지, 한국에 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12월호에 실린 기사로 인터뷰는 11월에 진행됐음을 알립니다)


프로필 1989년 12월 10일생 190cm 럿거스대 졸업


여자농구에 ‘첼시 리’ 경계령 발령
첼시 리와 인터뷰가 있던 날은 11월 6일로, 하나은행은 개막 후 2경기를 치른 후였다.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첼시 리의 위력은 여자농구를 강타하기에 충분했다. KDB생명과의 개막전에서 13점 10리바운드로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KB스타즈 전에서는 패하긴 했지만, 23점 18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여자농구에 첼시 리에 대한 경계령이 떨어질 만 했다. 첼시 리는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선수일까? 하나은행은 지난 4월 첼시 리의 존재를 알고 적극적으로 영입을 시도했다고 한다. 골밑이 약한 팀 사정상 첼시 리가 가세한다면 효과는 확실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조모가 한국인인 그녀는 4살 때 입양돼 친부모와 조부모의 존재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 한다고 한다. WKBL은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인일 경우 혼혈선수로 인정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첼시 리의 영입으로 이번 시즌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됐다.


Q.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소감은 어떤가?
일단 한국에서 농구를 할 수 있어 기쁘다. 할머니의 나라에서 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전 경기는 졌는데, 좋은 부분도 있고, 안 좋은 부분도 있었다. 지는 바람에 기분이 좀 다운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팀의 약점을 알고, 고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Q. 덕분에 KEB하나은행이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내가 들어오면서 인사이드가 강해진 건 맞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사이드가 강해진 걸 다른 팀들이 알았기 때문에 더 많은 준비를 해올 것이다. 그 부분을 대비하기 위해 우리도 아주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외국선수 뿐 아니라, 가드들과의 호흡도 맞춰야 한다. 지난 경기처럼 외국선수들의 기록이 좋아도, 팀으로서 발전하지 못 한다면 이길 수 없다.


Q. 한국농구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빠르다. 그리고 공격적이다. 농구 외적으로는…. 주로 체육관 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조그만 섬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다(웃음). 서울을 둘러봤을 땐 워낙 도시 삶 자체가 빠르니까, 뉴욕에 있는 것 같다. 이태원도 가봤다. ‘길티플레저’라는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아직 외박을 못 받아서 쇼핑을 못 가봤다. 정말 가고 싶다.


Q. 시간이 날 땐 주로 뭘 하며 보내는가.
한국에 온 지 3일 후에 개인시간이 주어졌는데, 샤데, 모스비와 함께 쇼핑을 하러 나갔었다. 쇼핑하는 걸 좋아한다. 또 옷도 좋아한다. 만약 농구를 안 했다면 쇼핑몰 일을 했을 것 같다. 샤데도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샤데와 함께 사이트 비즈니스에 관해 얘기를 하기도 한다. 샤데랑 다른 점은 난 개인적인 쇼핑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옷이 필요하다면 그 사람과 같이 가서 여러 가지를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편집자주 : 이날 인터뷰에서도 첼시 리의 패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청자켓에 몸매 라인이 드러나는 레깅스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물씬 풍겼다)


Q. 한국에 갔던 곳 중 기억나는 곳이 있는가?
명동에 갔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길거리음식들도 정말 신선했다. 오징어다리 튀김도 먹어봤다(웃음). 아, (휴대폰을 보여주며) 그리고 휴대폰 케이스도 샀다.


Q.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뭔가?
바비큐, 갈비를 좋아한다. 오늘 홍시를 처음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한국음식 중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도 있다. 미국에서는 각자 양을 시켜서 먹는데, 한국은 찌개 같은 걸 먹을 때 다 같이 먹는 게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갑작스러운 입양 소식, 어린 시절 방황도
첼시 리는 어머니, 그리고 7남매와 함께 특별할 것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런 그녀는 19살 때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갑작스런 소식에 충격을 받고 방황도 했던 그녀는 조모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듣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Q. 친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태어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얼마나 사셨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친부모님에 대한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첼시 리는 부모님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보였다. 하나은행 관계자에 의하면 친부모님 모두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19살 때 처음 내가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권을 발급받으면서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았다. 그 전까지는 나를 키워준 부모님이 친부모님인줄 알았다. 예민했던 시절이라 충격도 받았고, 방황도 했다.


Q.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1년 정도는 엄마랑 사이가 안 좋았다. 엄마에게 화도 났었다. 어느 순간 생모가 아니지만, 지금까지 날 키워준 건 엄마라는 생각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엄마는 한국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 응원을 해주셨다.


Q. 현재 가족관계는 어떤가?
3명의 여자형제, 3명의 남자형제, 7남매가 있다. 형제들은 나를 굉장히 귀찮게 한다(웃음). 가족이 너무 많아서 소외감 없이 당연하게 가족의 일원이라는 걸 믿었다. 그랬기 때문에 입양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엄마는 예전에 아버지와 이혼을 해 홀로 우리 형제를 키우셨다. 그래서 엄마는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악조건 속에서 우리를 키우셨다. 성격도 정말 강하시다.


Q. 할머니 쪽 친척과는 만나본 적이 없는가?
아직 찾아보지 못 했다. 에이전트가 접촉을 하고 있다. 친척들은 시즌이 끝나고 알아보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시즌이 끝나고 기대가 된다. 시즌 후에 찾아보려고 하는 이유는, 안 그래도 적응하는 게 벅찬데, 경기력이 저하될까봐 하는 걱정 때문이다. 내가 누굴 닮았는지 얘기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Q.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듣고 한국에 대해 알아보진 않았나.
처음 여권을 발급받고, 구글에서 한국을 검색했다. 처음 나온 게 도시 서울이었다. 한국으로 간다는 결정을 하기 전이었을 때인데, 서울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Q. 동료들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김정은은 국가대표 선수인데?
연습 때 보면 집중력이 굉장하다. 농담도 잘 하지 않는다. 말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것만 딱딱 한다. 플레이도 해야 할 것만 잘 한다. 리더의 표본이라 생각한다.


Q. 샤데는 최고의 외국선수로 꼽힌다.
한국에서 3년 동안 생활을 하다 보니 경험이 많다. 나에게 도움을 많이 준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컨트롤을 잘 해준다. MVP가 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뛰는 선수다. 나와도 잘 맞는다.



Q. WNBA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4학년 때 미국 전체 랭킹 25위 안에 들었다. WNBA에 가고 싶었는데, 그 때 엄마랑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경기력에 문제가 생겼었다. 어깨 수술을 받아 몸도 좋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도전을 하고 싶다. 항상 동경했던 무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WKBL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나도 WNBA에서 뛰는 게 꿈이다.


Q. 한국선수 중 인상적인 선수가 있나?
우선 우리 팀의 샤데를 꼽고 싶다. 챔피언 경험이 있고, 노력하는 모습과 성실함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한국농구는 많이 움직이다 보니 몸이 피곤하다. 샤데는 다른 선수들은 안 피곤하겠느냐고 좀 더 뛰라고 강조한다. 샤데 덕에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선수 중에선 KB의 7번(강아정)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를 상대할 때 쉬지 않고 공격적으로 했다. 우리은행 1번(양지희)도 인상적이었다. 피어슨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리바운드를 잘 잡았다. 피어슨도 어려운 상대였다. 굉장히 터프했고, 우리의 도움수비에도 잘 대응했다.


Q. 외국선수들과 비교해도 힘이 센 편이다. 굿렛이나 게이틀링 같은 힘 센 센터들과의 맞대결이 기대되는데.
나도 자신 있다. 매 경기마다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누구를 상대하든 리바운드 하나는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리바운드로 인해 점수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공격리바운드를 하면 풋백 득점도 할 수 있고, 상대 파울도 유도할 수 있다. 매 경기마다 세운 목표가 있다. 득점보다 수비를 열심히 하고, 리바운드를 10개 이상 잡는 것이다.


Q. 농구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WNBA 선수 중에 트레이시 리라는 선수가 있다. 그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자랐다. 농구는 코트 위에 들어오는 순간 모두가 평등하고 똑같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로지 실력으로 증명을 해야 한다. 누가 더 뛰어난 선수인지 말이다.


Q. 한국 국가대표로 뛰고 싶은 생각도 있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은행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벅차다. 한국여자농구가 정선민 코치가 은퇴한 뒤로 골밑이 약해졌다고 알고 있다. 그 부분을 메울 수 있다면 대단한 영광이 될 것이다.



BONUS ONE SHOT | 저돌적인 플레이는 오빠들 덕분
강력한 몸싸움과 터프한 포스트업. 첼시 리는 저돌적인 플레이로 골밑을 평정하고 있다. 특히 리바운드는 리그 최고 수준. 12월 29일 현재 경기당 10.76개로 전체 1위를 질주 중이다. 공격리바운드는 무려 3.8개나 된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참여하고 있다. 첼시 리는 이러한 플레이스타일을 갖게 된 계기가 어린 시절 오빠들 덕분이었다고 한다. “어릴 때 오빠들이랑 같이 놀려고 했는데, 여자라고 잘 안 끼워줬다. 농구를 할 때도 여자라고 봐주지 않고 막 때리고 공격적으로 했다. 온 몸에 상처투성이가 돼서 집에 돌아온 적이 있는데, 엄마가 오빠들이 때리면 똑같이 갚아주라고 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그런 마음가짐으로 농구를 하고 있다. 무조건 상대를 박살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말이다(웃음).”


#사진 - 신승규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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