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인터뷰] 국가대표 포인트가드의 계보를 잇는다, 한양대 1학년 유현준

맹봉주 / 기사승인 : 2016-05-10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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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저 선수는 당장 프로에 가서도 통할거야.”


올 시즌 명지대의 대학리그 첫 경기. 명지대 김남기 감독과 경기 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도중 고교 선수의 프로 직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틀 전, 고졸 루키 송교창이 챔피언결정전 팁인 득점으로 전주 KCC를 승리로 이끈 터였다.


“송교창 같은 선수가 많이 나와야 돼. 고등학교에서 ‘탈 고교급’ 소리를 듣는 선수들이 굳이 대학을 거쳐 프로에 갈 이유가 있을까? 송교창 같이 실력을 인정받는 선수라면 바로 프로에 가는 것도 한 방법이야.”


보통 대학농구 지도자들은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가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프로직행은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게 그 이유. 하지만 김남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어릴 때부터 이미 그 싹이 보이는 선수라면 바로 프로에 가더라도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 김남기 감독에게 물었다.


“혹시 지금 고교선수나 대학 1학년 선수 중 당장 프로에 가도 통할 선수가 있을까요?”


김남기 감독은 코트위에서 몸을 풀고 있는 한양대 3번을 가리켰다.


“재능 있는 선수야. 지금 당장 프로에 가도 주전급으로 뛸 수 있는 기량을 가졌어.”


한양대 1학년 유현준(181cm, 가드). 1학년 신분으로 ‘육상 농구’ 한양대의 야전사령관을 맡고 있는 그는, 이미 고교시절부터 대형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떨쳤다. 적지 않은 아마추어 농구팬들에게 유현준은 FIBA U19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평균 6.4어시스트를 올리며 한국선수 최초로 세계대회 어시스트 1위에 오른 선수로 기억 될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옷도 주고 빵도 사주는 농구부가 좋아 농구공을 잡았다는 유현준은 중학교 시절부터 조금씩 자신의 재능을 나타냈다.


“외동아들이에요. 다른 농구 선수들을 보면 집안에서 반대했다는데 저는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자유롭게 내두는 편이셨죠. 덕분에 수월하게 운동을 했어요. 충주남한강초를 나왔는데 코치님이 원주에 있는 대성중으로 옮기면서 같이 가게 됐어요.”


대성중에는 또 다른 대형 유망주, 변준형이 있었다. 지난 [미생인터뷰]에서 변준형이 밝혔듯, 대성중은 지방에 위치해 있어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다른 팀들과의 연습경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전국대회에 나가 강팀들과 붙으면 이런 경험의 차이는 더 크게 다가왔다.


“연습경기를 하더라도 매일 하던 팀하고만 했어요. 경기 자체도 매우 적었고요. 자체 연습만하니 실력이 안 늘었어요. 고등학교에 가서야 경기를 많이 하면서 실력이 늘었죠.”


팀 전력이 떨어지는 탓에 개인기량이 돋보여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변준형과 마찬가지로 유현준도 약체 팀 에이스로서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중학교 때)눈에 띄진 않았어도 할 만큼은 하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팀 전력이 너무 떨어지니까 주목 받진 못했죠. 그래도 팀에 비하면 많이 알려지긴 한 편이였어요.”


유현준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시기는 제물포고에 진학하면서 부터다.


“처음엔 제물포고에 가기 싫었어요. 제물포고? 이름이 뭔가 이상한 거 에요(웃음). 서울에 있는 용산고나 경복고에 가고 싶었죠. 동아고에서도 연락이 왔고요. 그런데 감독님과 부장님이 워낙 잘해줬어요. 또 제가 꼭 필요하다는 말에 혹했죠. 감독님이 전국에 있는 학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줬는데 제물포고만 한 학교가 없다고 하셨어요.”


제물포고 진학에는 변준형의 도움도 컸다. 중학교 시절부터 유현준의 실력을 높이 샀던 그가 직접 제물포고 김영래 코치에게 추천을 했던 것.


“(유)현준이는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잘했어요. 제가 제물포고에 와서도 현준이를 인천에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워낙 농구를 잘하고 센스가 있어요. 저도 그런 현준이를 보면서 농구를 배웠으니까요.”


변준형의 말을 들은 김영래 코치는 직접 원주까지 찾아가 유현준의 경기를 살펴봤다. 김 코치는 경기를 보자마자 유현준의 재능을 알아봤다.


“원주에서 온 (변)준형이가 1학년부터 워낙 잘하길래 농담 삼아 ‘준형아 네 후배 중에 농구 좀 하는 놈 없냐’고 물어보니 대성중에 자기보다 패스를 더 잘하는 가드가 있다는 거 에요. 바로 원주로 가서 경기를 봤죠. 경기를 보고 단번에 ‘저 녀석 농구 잘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키는 지금보다 작았고 훈련량 부족으로 살이 쪄서 스피드도 떨어졌지만 농구를 알고 한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슛 할 때와 패스할 때의 타이밍을 알더라고요. 조금만 몸을 만들어주면 잘 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래서 그날 밤 바로 현준이와 현준이 아버님을 만나서 제물포고로 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어요.”


충주에서 원주를 거쳐 인천으로 오게 된 유현준은 1학년부터 주전으로 뛰며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경기에 목말라있던 그로선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고등학교 때 농구를 정말 재밌게 했어요. 감독님이 1학년 때부터 기회를 많이 주셔서 경기를 많이 뛰었거든요. 저도 적응을 빨리 했죠. 멤버도 좋아서 전국대회에 나가서도 우승과 준우승등 입상도 많이 했고요. 무엇보다 경기를 많이 뛰니까 신났어요. 중학교 때는 매일 우리끼리만 운동하니까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거든요.”


농구에 재미를 붙여가던 유현준의 실력이 크게 올라간 사건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대학팀들과의 연습경기. 제물포고는 대학팀들이 연습상대로 자주 찾는 학교였다. 중학생 신분으로 치른 대학팀과의 첫 경기는 유현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게 해줬다.


“제가 제물포고에 막 왔을 때였어요. 그 때 정확한 신분은 중학교 3학년이었죠. 제물포고가 대학팀이랑 연습경기를 하는데 코치님이 저를 스타팅멤버로 집어넣는 거 에요. 전 중학생인데 상대는 대학생 형들이잖아요. 드리블도 제대로 못 치고 뺏길 줄 알았죠. 하지만 막상 경기를 해보니 생각보다 할 만한 거 에요. 그때부터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두 번째는 U19청소년국가대표팀에 뽑혀 세계무대를 경험한 일이다. 송교창(전주 KCC), 변준형(동국대), 전현우(고려대), 이윤수(성균관대) 등과 U19대표팀에 뽑힌 유현준은 2015년, 그리스에서 열린 제12회 FIBA U19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한국은 참가한 16개 팀 중 12위에 그치며 세계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지만 중국전 대승(77-54)과 세르비아와의 연장 접전 끝 패배(109-113) 등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U19대표팀에 뽑힌 선수들 기량이 다 좋았어요.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해도 비등비등할 정도였죠. 대학 팀이랑 할 때는 이길 때도 있었어요. 비록 세계대회에 나가서 졌어도 충격 받거나 하진 않았어요. 저는 몸으로 운동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대표팀 멤버가 좋으니까 공격은 자제하고 패스위주로 경기를 풀었거든요. 그래서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다만 외국선수들은 스피드와 힘이 좋아서 한 번에 치고나가는 게 좋더라고요. 우리 한국 선수들은 그런 점이 좀 부족해요. 그것 말고 다른 점은 딱히 없었어요.”


이 대회에서 유현준은 경기당 평균 6.4어시스트로 이 부분 단독 1위에 올랐다. 세계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공격 부분 타이틀을 거머쥔 건 최초였다.


“한국 선수 최초라는 말에 엄청 행복했어요. 하지만 세계대회에서 어시스트로 1위를 했는데도 별로 안 뜨더라고요(웃음)? 저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거 같아서 속상했어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니 몇몇 분들이 알아봐 주시긴 했지만 조금 서운했어요.”


제물포고와 세계대회에서의 활약은 그를 단번에 고교 가드랭킹 1위로 만들었다. 상위권 대학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유현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대학무대를 건너뛰고 프로직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한 것이다.


“작년 주말리그 왕중왕전 때 (송)교창이 형이 프로에 간다는 말을 들었어요. 충격이면서 부러웠죠. 저도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에 도전해보고 싶었거든요. 지금 보면 건방진 생각이었지만 그 때는 가고 싶은 대학이 없었어요. 또 대학 선후배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까봐 무섭기도 했고요.”


유현준은 결국 프로직행 대신 대학 진학을 결정했지만, 그가 프로에 바로 갔더라도 충분히 성공했으리라 보는 전문가들은 많다. U19 대표팀 코치로 유현준을 지도한 전병준 현 용인 삼성생명 코치는 유현준의 프로직행에 대해서 앞서 언급한 김남기 감독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유)현준이는 그냥 프로 가도 될 거다’라고 했던 적이 있어요. 포인트가드로서 보는 눈이 기가 막혔거든요. 세계대회에 나가서도 외국선수들을 압도했죠. 옛날에 (강)동희 형을 보는 느낌이랄까? 동희형은 패스로 동료들을 살려주면서 공격에서도 뛰어난 선수였잖아요. 현준이도 그래요. 현준이 플레이를 보면 자연스레 ‘와’하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유현준은 1학년부터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한양대행을 결정한다. 변준형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벤치보단 코트 위에서 뛰는 게 훨씬 중요했다(미생인터뷰 변준형편 참고).


“한상혁 선수가 프로로 가면서 제가 한양대에 가면 바로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을 수 있을 거라 봤어요. 고등학교 코치님도 출전시간이 보장된 한양대에 가야 제가 잘 할 수 있다고 얘기하셨죠.”



그렇게 힘들게 결정한 한양대행. 하지만 대학농구는 생각과 달랐다. 고등학교와는 다른 팀 환경, 대학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가 더 여유도 있고 농구도 잘했던 것 같아요. 대학 와서는 농구가 힘들어요. 실력도 잘 안 느는 것 같고. 고등학교 때는 공격이든 패스든 제가 마음먹은 대로 다 됐거든요. 팀도 제 위주로 돌아갔죠. 하지만 지금 저는 1학년이고 한양대만의 플레이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아직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보여준 제 플레이가 다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1학년임을 감안하면 한 팀의 주전가드로서 보여준 그의 활약은 놀라웠다. 지난달 25일 경희대와의 원정경기에선 26득점 5리바운드 3스틸로 한양대가 대학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경희대를 꺾는데 앞장섰다. 특히 2점슛을 11개 던져 10개를 성공시키는 집중력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슛이 잘 들어 간 부분이 만족스러워요. 고등학교 때처럼 한 것 같아서요. 물론 대학리그에서 처음으로 경희대를 이겨서 좋기도 했고요. 대학오기 전에 제 장점을 슛으로 쓴 적이 있거든요. 그만큼 슛에 자신 있었는데 대학 들어와서는 잘 안 들어가니까 위축이 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는 항상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슛을 쐈는데 지금은 불안해요. 한 경기, 한 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못 넣으면 공을 뺏긴다고 생각을 하니까 부담이 생기는 것 같아요.”


대학에 와서 “위축됐다는”는 유현준의 말과는 달리 농구 관계자들의 평가는 후했다. 프로 행을 앞둔 4학년들을 보기 위해 대학리그를 관람했다가 유현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하는 프로팀 관계자도 있었다.


“저도 스카우터들이 한 얘기도 듣고 관련 기사도 봤어요. 프로팀과 연습 경기에서 잘한 적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전 제 자신을 알아요(웃음). 겸손한 게 아니고 정말 부족한 게 많아요. 잘한다는 얘길 들으면 부담되면서 감사하죠.”


코트 위 위풍당당한 그의 모습과는 달리 경기장 밖에서 유현준은 한 없이 겸손했다.


“편하면 장난도 많이 치고 까부는 성격이에요. 반대로 어려우면 말 한마디 못하고요. 원래 인터뷰 할 때도 말을 잘 못했어요. 그런데 요즘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이 늘었어요.”


지금까지 농구를 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는 유현준. 1학년 유현준이 꿈꾸는 미래의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지금보다는 팀 내 역할도 더 커지고 여유도 생기지 않을까요? 주위에선 ‘자신감 있어 보인다’, ‘건방져 보인다’ 등의 말을 하지만 그건 오해에요. 저는 오히려 자신감을 키우고 싶어요. 부모님이 저를 뒷바라지 하느라 많이 고생하셨거든요. 빨리 성공해서 효도하고 싶어요.”


사진_신승규 기자, 한필상 기자


영상 및 편집_김남승 기자, 박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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