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인터뷰] '달리는 빅맨' 연세대 박인태 "2인자에서 벗어나겠다"

맹봉주 / 기사승인 : 2016-05-17 0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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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인태요? 원래 그래요. 저와 지금까지 나눈 말도 손에 꼽을 정도일걸요?”


인터뷰를 마치고 우연히 만난 연세대 은희석 감독은 “인터뷰하기 만만치 않더라”라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고려대 이종현에 이어 대학 최고의 빅맨으로 꼽히는 연세대 4학년 박인태(21, 200cm). 말수 없기로 소문난 그와의 인터뷰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간단한 질문 하나에도 진지한 표정으로 오랜 생각 끝에 어렵게 답을 내놨다.


결국 인터뷰 도중 참지 못하고 “원래부터 이렇게 말이 없었냐”는 질문을 던지자 “말수가 적은편이에요. 절대 인터뷰하기 귀찮거나 불편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웃음). 편한 친구들과 만날 때도 제가 주도적으로 말을 하기보단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몸 상태는 어때요? 얼마 전 끝난 이상백배에도 당초 선발됐다가 부상으로 교체됐잖아요.


“독감에 심하게 걸렸어요. 체중이 95kg이었는데 독감 후유증으로 90kg까지 빠지더라고요. 살과 함께 근육도 빠져서 경기를 뛸수록 무릎에 부담이 됐어요. 다행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다 회복했어요. 지금은 재활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어요.”



원래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라고 들었어요.


“네, 어릴 때부터 살이 잘 안 붙었어요. 조금 쪘으면 좋겠는데 제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안 쪄요.”



팬들에게 박인태라는 이름이 알려진 건 계성고 시절부터에요. 계성고 이전의 박인태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요.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냥 키 크고 빠른 선수였죠. 중3 때 키가 195정도였으니까요. 농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4, 5번을 번갈아 봤어요. 초등학교 때 공부하기는 싫고 뛰어 노는 걸 좋아해서 농구를 했는데 계성고에 들어가면서부터 ‘농구만이 살길이다’라고 생각했죠. 공부를 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어요.”



박인태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 그 당시 계성고는 고교 최강의 팀이었다. 박인태를 비롯해 최창진(부산 케이티), 맹상훈(경희대), 최승욱(경희대) 등 쟁쟁한 선수들로 로스터를 채운 계성고는 협회장기, 고대총장배, 전국체전 등 3관왕에 오르며 고교무대를 평정한다. 계성고 농구부 창단 이후 한 시즌 세 번의 우승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계성고 시절 얘기 좀 해주세요. 그 당시 계성고는 나가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특히 공격은 “알고도 못 막는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막강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잘해서 이긴 건 아니고 (최)창진이 형이 워낙 잘했어요. 창진이 형이 3학년 때 농구를 정말 잘했어요. 고교무대에서는 막을 사람이 없었죠. 그 덕분에 저는 2학년 때 진 기억이 없어요. 그때는 경기 나가기 전에 ‘오늘 하는 팀은 20~30점 차로 이기겠다’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죠. 더 정확히 말하면 질 것 같지가 않았어요.”



그 당시 계성고에는 최창진, 맹상훈 등 뛰어난 가드들이 많았잖아요. 빅맨으로서 이런 가드들과 함께 뛰면 기분이 어때요?


“제가 가드 복이 좋았죠. 다른 팀에 비해 항상 제가 있는 팀들은 가드들이 좋았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창진이 형과 호흡을 맞췄고 중학교 때부턴 (맹)상훈이, 대학에 와서도 (허)훈이, (천)기범이와 같이 뛰잖아요. 예전엔 창진이 형이나 상훈이가 하는 걸 보고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노력을 많이 했지만 가드들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영원히 잘 나갈 것만 같던 계성고. 하지만 에이스 최창진의 졸업 후 전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반면 라이벌 경복고는 이종현-최준용을 앞세워 고교무대를 새롭게 지배했다.



경복고와 이종현 애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하,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경복고랑 하면 제가 이종현을 막았어요. 그런데 (이)종현이를 막으면 (최)준용이가 득점을 하고, 리바운드를 채가고. 준용이를 막으면 이번엔 종현이가 그렇게 하니까...고등학교 때 걔네 둘을 막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기억하기 싫겠지만, 3학년이던 이종현이 한 경기 42리바운드(중고농구연맹이 기록을 전산 집계한 이래 최다기록)를 잡아낸 상대가 바로 박인태 선수였잖아요.


“처음엔 그만큼 잡은 줄 몰랐어요. 나중에 기사를 보고 알게 됐어요. 그날 종현이가 자신의 슛이 실패하면 골밑에서 팁인으로 넣는 득점이 많았는데 그러면서 리바운드가 쌓인 것 같아요.”



고교 시절부터 현재까지. 라이벌 학교의 상대 빅맨으로 계속 상대해 왔잖아요. 어찌 보면 이종현을 제일 잘 아는 건 박인태 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잘하는 선수에요. 특별히 제가 그 친구에 대해 장단점을 말할 게 없어요. 종현이는 워낙 신체조건이 좋잖아요. 다른 센터들보다 높으니까 상대하기도 힘들어요. 다른 팀 빅맨들이랑 볼 경합을 할 때는 ‘무조건 리바운드를 잡아야 겠다’라고 생각하는데 종현이와 할 때는 객관적으로 제가 리바운드를 잡을 확률이 적으니까 ‘우리 팀 동료들이 잡을 수 있게 쳐주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요.”



어떤 농구관계자는 “이종현이 너무 압도적이라 그랬지 박인태도 고교 최고의 빅맨이었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하지만. 박인태하면 ‘이종현에 이은 2인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에요.


“2인자라는 소리가 기분 좋지는 않죠. 1인자가 아니란 얘기니까요. 2인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결국 제가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계성고 졸업 후 연세대에 진학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농구하면 연세대잖아요. 지금은 고려대가 잘나가서 좀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농구하면 연세대가 떠올랐어요. 또 동기인 최준용, 천기범 등 고교 랭킹 1, 2위를 다투던 친구들이랑 같이 뛰어보고 싶었고요.”



고교 시절과 달리 대학시절엔 우승과 인연이 멀었어요. 1, 2학년 땐 제대로 된 출전시간도 못 잡았고요.


“고등학교 때 우승을 정말 많이 했는데 대학 와서는 딱 한 번해봤어요. 또 고등학교 때는 그날 경기를 잘하든 못하든 거의 풀타임으로 뛰었는데 대학에 와선 주지훈(창원 LG), 김준일(서울 삼성) 등 저보다 잘하는 선배들이 많아 주전으로 뛰지 못했죠. 하지만 벤치에서 형들을 보고 많이 배우려고 했어요.



고교 농구와 대학농구, 많이 다르던가요?


“2학년 때까지는 대학농구에 적응을 못했어요. 일단 고교 농구보다 스피드도 빠르고 힘도 좋아 힘들었어요.”



연세대는 최준용, 천기범, 허훈 등 좋은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매번 우승문턱에서 이종현-강상재가 버티는 고려대에게 우승을 내줬어요.


“중요한 경기에서 고려대에게 계속 지니까 어느 순간 팀 내부에 패배의식 같은 게 있더라고요. 하지만 지난 MBC배 대회에서 고려대도 이기고 대회에도 우승하며 그런 게 사라졌죠.”



언급한대로 올 초 열렸던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어요. 대학 진학 후 첫 우승이었잖아요.


“와, 정말 좋았어요. 연세대가 MBC배에서 11년 만에 우승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4학년에 드디어 우승할 수 있어서 기뻤죠. 그 기세를 몰아 대학리그 우승과 정기전에도 이겨야죠.”



짓궂은 질문이지만 만약 대학리그 우승과 고려대와의 정기전 승리 중 반드시 하나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어요?


“(한참을 고민하다)음...도저히 못 고르겠어요. 대학리그와 정기전 둘 다 중요해요. 특히 정기전은 우리가 5년째 지고 있어요. 이번에는 꼭 이겨야 돼요. 무조건 둘 다 이길 거 에요.”



박인태 선수처럼 높이와 스피드를 갖춘 빅맨은 프로무대에도 흔치 않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장, 단점은 무엇이에요?


“키에 비해 빠르고 점프가 높다는 거? 그러다보니 수비할 때 저보다 작은 선수들을 막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웨이트는 단점이에요.”



이제 대학 마지막 시즌이잖아요.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소감을 듣고 싶어요.


“지금 생각하면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 간 것 같아요. 대학생활이 벌써 끝나가다니. 몇 개월 안 남은 대학생활을 좀 더 알차게 보내고 싶어요. 드래프트를 앞둔 심정은... 솔직히 좀 떨려요. 또 제가 부상으로 전반기에 보여준 게 없어서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이제 아픈 곳도 없으니 후반기부터는 더 열심히 해서 좀 더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해야죠.”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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