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 트레이닝… 아마농구 현장과 시장의 온도차

손대범 기자 / 기사승인 : 2016-05-23 0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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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LL TRAINING ISSUE
스킬 트레이닝 3년…
아마농구 현장과 시장의 온도차

[점프볼=손대범 기자] 최근 한국농구의 큰 화두는 바로 기술이다. 중,고교 학생 선수들은 물론이고 프로선수들까지 기본 기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프로구단은 해외로 연수를 보내는가 하면 중,고교 선수들도 국내 스킬 트레이너로부터 따로 지도를 받는 등 기술 훈련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더 좋아지고 싶다’는 대전제만 본다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렇지만 속을 들여다본다면 ‘발전’을 위한 욕구 충족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한국 농구에 ‘스킬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3년 전 안희욱 트레이너가 ‘스킬 트레인(Skill Train)’을 창업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뒤 삼성/SK 출신 박대남(Skill Factory), 전자랜드 출신 양승성(GP&B)이 스킬 트레이너로 나서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박대남 옆에는 박찬성, 양승성에게는 김승현이 함께 하면서 깊이를 더했다. 주종목은 볼 핸들링이다. 드리블과 관련된 훈련이 주를 이루며, 연령과 수준에 맞춰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스킬 트레이닝을 바라보는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감독, 코치 모르게 비밀리에 강습을 받기도 했다.

“지도자 능력이 떨어지니 학생들이 나가서 교육을 받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생길까봐 부담스러워 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도자가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스킬 트레이닝 등록을 반대한 지도자도 있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현장과의 온도차는?

여전히 현장과 시장의 온도차는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하고 평가절하하는 시선은 눈에 띄게 줄었다. 안희욱 트레이너가 모범이 될 만한 사례를 하나 소개했다. 센터에서 외곽선수로 포지션 전환 중인 선수A에 대해 그 학교 지도자가 직접 안희욱 트레이너를 추천한 것이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당장 상대를 제치는 드리블이 아니라, 공을 안정적으로 다루고 간수할 만한 실력을 키워달라는 것을 주문한 것이다.

안희욱 트레이너도 동의했다. 무작정 자신의 커리큘럼대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지도자와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훈련에 집중했다. 대회가 있는 날이면 현장을 찾아 촬영도 했다. 덕분에 최근에는 오히려 농구인 출신 부모들이 자녀들을 안희욱 트레이너에게 맡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물론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안희욱 트레이너는 고교 지도자로부터 들은 일화 하나를 들려주었다. 이는 안희욱 트레이너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드리블을 온라인 게임으로 치면 ‘아이템’이다.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아이템 하나만으로는 힘들다. 그런데 주구장창 그 아이템 하나만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경기에서도 그렇다. 배운 드리블을 갖고 상대를 뚫으려고만 하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서울시협회장기 대회가 열린 2016년 4월 중순의 학생체육관.

이곳에서 여러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일단 젊은 중,고 지도자들도 훈련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은 보였다.

몇 년 전만 해도 플로터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그들이었지만 시선이 바뀐 것이다. 이유가 있다. 학교 농구팀은 많게는 15~17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실력이 천차만별이다. 어린 시절부터 농구를 해서 공이 착착 감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왼손 드리블을 시키면 땅만 바라보고 가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지도자 입장에서는 한 명만 붙들고 훈련을 시킬 수 없다. 대회 준비도 해야 하고, 기본기와 전술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 때가 되면 스카우트에도 나서야 한다. 시간이 빠듯하다.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미처 손 쓸 수 없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겨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프로출신의 중학교 코치 A는 “선수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분위기 환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재홍(고양 오리온)의 예처럼 자신감 상승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015년에 사비를 들여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스킬 트레이닝 연수를 다녀온 선수다. 올 시즌에도 LG와 SK, 삼성 등에서 선수들이 연수를 받기 위해 해외로 발걸음을 옮겼고, WKBL(한국여자농구연맹)도 유망주 선수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아마추어에서는 안희욱 트레이너의 예처럼, 먼저 의뢰를 받아 협의를 통해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우도 있다.

안희욱 트레이너는 “내 영역을 넘어서지 않았다. 드리블만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 외의 것은 내가 건드릴 이유가 없고 건드려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대남 트레이너도 “선수 수준과 팀내 역할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선수들이 요구한 부분에 맞춰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커리큘럼은 계속 발전시켜가고 있다. 놀랍게도 나나 박찬성 트레이너도 오히려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나서 드리블 실력이 더 좋아졌다. 제대로 된 프로그램으로 임한다면 속도가 늦더라도 조금이나마 나은 선수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경향에 대해 찬성을 하면서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그들의 공통 키워드는 ‘실전’이었다. 화려한 드리블도 좋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라는 이야기다. 실속있게, 더 효율적으로 상대를 제칠 수 있는 드리블 기술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 명을 제치는 것이 농구의 주된 목적은 아니다. 팀 농구에서 중요한 것은 다섯 명이 일체감을 느끼며 골고루 공헌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종 드리블 교육을 받은 뒤 자신감이 과한 나머지 나 홀로 플레이를 일삼다 낙인이 찍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드리블만 신경 쓰다 다른 것들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베테랑 지도자 B코치는 “이미 워킹 스텝이 된 상황에서 공을 잡았는데도 전혀 지적이 없었다. 드리블이 화려하면 뭘 하나? 실전에서는 공을 잡는 순간에 트래블링 바이얼레이션이 불려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라며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도자 C 역시 동의했다. “한 명을 제치는 드리블은 좋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드리블 실력이 향상되는 부분은 좋지만 다른 넷을 다 세워두고 하는 1대1은 곤란하다. 5대5 농구를 해야 한다. 이 무대는 쇼 케이스가 아니다.”

스킬 트레이닝 시장의 미래

3년.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다. 농구종주국 미국은 오래 전부터 스킬 트레이닝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NBA와 WNBA 선수들은 비시즌에 사비를 들여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기본적으로 리그 규정상 비시즌에는 구단 합동훈련이 불가능하다. 시즌 중 해당 연고지에서 살다가도 비시즌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수들도 많다. 때문에 여름이 되면 지역 체육시설이나 대학 체육관에 NBA 선수들이 픽업게임과 훈련을 위해 출몰(?)한다는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전직 NBA 선수였으며, KBL에서도 뛰었던 아비 스토리는 “개인훈련 중이던 레이 앨런을 만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너무나 친절하고 대단히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저마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거나 선수 몇몇이 돈을 지불하고 합동 훈련을 할 때도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슈팅, 드리블, 스텝 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트레이너가 있는가 하면 신체 밸런스를 잡아주고 신체능력을 종합적으로 키워주는 트레이너도 있다.

덕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는 NBA 데뷔 후 16년째 독일 출신의 은사(홀저 게쉬빈드너)를 트레이너로 고용해 함께 하고 있고, 고란 드라기치(마이애미 히트)도 슬로베니아 출신의 체력 트레이너를 미국으로 불러와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받았다.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카이리 어빙(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이 트레이닝을 받는 영상은 어찌나 강도가 높은지 이미 전설이 됐다.

그런가 하면 하킴 올라주원은 골밑 기술만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고, 제이슨 라이트(Jason Wright)나 테일러 랠프(Tyler Relph) 같은 트레이너들은 NBA 선수들을 훈련시키면서 입소문이 난 덕분에 중국, 필리핀 등으로 원정 교습을 가는 경우도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자기 발전을 위해 투자를 하겠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미국에도 ‘지나치게 상업적이다’라는 혹평을 받는 트레이너들도 있다. 시범 한 번 보이고 따라하라는 식에서 끝나는 것이다. 박대남 트레이너가 “국내에서 한국선수들 특성에 맞게 고안된 프로그램에 따라 꾸준히 강습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KBL도 최근에는 구단 차원에서 투자를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사비로 다녀오는 선수들도 있지만 핵심멤버 2~3명이 구단의 지원으로 미국을 다녀오는 사례도 매년 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의 의지다. 안희욱 트레이너는 “지도자들이 배려하고 이해해주신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가르친 부분을 지도자들이 원하는 부분과 잘 접목시켜 훈련해야 한다. 그래서 나 역시 경기장을 찾아 그들을 독려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훈련을 받은 선수들이 꾸준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그것을 과시하기보다는 팀에 접목시켜 ‘농구’라는 큰 틀 아래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

필자는 2014년 WKBL이 주관한 유망주 선진농구 캠프를 동행 취재한 바 있다. W-캠프를 통해 선발된 여자중학교 선수들이 로스엔젤레스에서 제이슨 라이트로부터 강습을 받았다. 당시 매일 밤 훈련 받은 내용을 일기로 옮겨 적는 선수들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 내용을 동료들과 공유한 선수들도 있었다.

중요한 건 이런 선수들이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들은 “저녁 개인훈련 시간에 나가보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가 몇 없다”고 한탄한다. 슛 연습조차 게을리 하던 선수들이 많다.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그 어떤 좋은 프로그램도 사치일 뿐이다.

또, 지도자와 트레이너, 선수의 지속적인 대화가 있어야 한다. 한 지도자는 “주중이든 주말이든 트레이닝을 받으려면 이동시간을 포함해서 3~4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지도자에게는 아무런 피드백도 없고, 선수도 배운 것을 복습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슛 연습을 더 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중학교의 코칭스태프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농구단 시스템은 기형적이다. 프로에서 대학교, 중학교로 내려갈수록 스태프 수가 줄어든다. 어찌 보면 기술 향상을 위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아마추어 단계에서 가르칠 지도자 수가 제한적이다. ‘학교 사정’상 더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농구부를 안 없애는 것이 오히려 다행인 것이 오늘날의 농구계다.

그렇다면 대한농구협회나 각 지역 농구협회, 혹은 연고지내 프로팀들이 기반을 탄탄하게 해줄 장치 중 하나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싶다.

스포츠 브랜드와 연계하여 캠프를 개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국, 중국, 필리핀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나이키도 2016년 글로벌 캠프에 스킬 트레이너를 초청하여 드리블 기술뿐 아니라 팀워크 훈련까지 가졌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스킬 트레이너 육성도 중요하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답습하는 것도 좋지만, 이를 한 단계 승화시켜 서로가 배우고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꾸준히 해외 사례를 공부하고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스킬 트레이닝 분야도 다양해져야 한다. 더 디테일해져야 한다.

‘스킬’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슛, 드리블, 패스, 수비 자세, 스크린 등 모든 것이 ‘기술’이다.

과연 우리 선수들에게 부족한 것이 드리블 하나 뿐일까. 왼손 드리블을 하다 자연스럽게 원 핸드 푸시 패스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몇이나 될까? 슛을 위한 스텝도 대학, 프로에서 다시 배워야하는 현실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탄생해야 한다. 미국에는 슈팅 스킬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전문가도 대단히 많다. KBL에서 뛰었던 대릴 프루는 2001년 은퇴 후 ‘드롭 스텝(Drop Step)’이란 회사를 차려 빅맨들을 지도하고 있다. 로이 히버트(LA 레이커스), 그렉 먼로(밀워키 벅스) 등이 프로 진출을 앞두고 프루의 지도를 받았다. 포스트업 자세부터 수비와의 간격을 만드는 방법 등 농구를 글로 배운 필자 입장에서는 감히 다이어그램이나 캡쳐 화면 정도로 설명하기 어려운 디테일한 부분의 지도가 많이 이루어진다.

기술을 초월해 태도에 대한 교육을 중요시 여기는 이들도 있다. 텍사스에서 활동 중인 스킬 트레이너 테일러 랠프는 “드리블에 그치지 않는다. 드리블 이후 패스를 할 지 슛을 할 지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패스와 팀워크를 위한 교육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스킬 트레이닝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스킬 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국내 코치들도 이 말에 동의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편견을 줄이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글_손대범 기자
사진_유용우, 손대범 기자, 스컬캔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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