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라고사 현장에서 돌아본 U17 세계선수권대회

손대범 / 기사승인 : 2016-08-25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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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손대범 기자] “뿌듯하면서도 씁쓸했다.”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개최된 2016 FIBA U17 세계선수권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본 이들의 반응은 이랬다. 남자농구는 사상 첫 8강 쾌거를 이룬 반면, 여자농구는 전패로 대회를 마쳤기 때문.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성적 외 우리가 알아둬야 할 내용이 또 있을까? 중고농구연맹 조사연구원 자격으로 사라고사 현장을 다녀온 최호 송도고 코치, 또 전 경기를 현장 취재한 한필상 본지 기자의 말을 들어보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Q. 마지막 경기가 끝났을 때 기분은 어땠나?


최호_ 남자농구의 경우 ‘수고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기분이 좋았다. 어린 학생들이 끝까지 의욕을 보여줬다.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시소 경기의 경우 집중력도 좋았다. 반면 여자대표팀은 안타까웠다. 신체조건의 한계였다. 조금 더 멀리본다면 결국에는 선수층이다. 당장의 국제경쟁력을 고민하기보다는 여중, 여고 농구의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해야 한다.


한필상_ 개인적으로는 아쉽고 허탈했다. 씁쓸했다. 여자대표팀 성적이 마음에 걸렸다. 순위결정전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체력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 팀에 180cm가 넘는 선수는 박지현 한 명 뿐이었다. 그 정도 장신선수 1~2명만 더 있었다면, 누군가 높이에서 힘을 보태줬다면 그나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와의 경기가 두고두고 생각났다. 경기 내용은 너무 좋았는데 마지막에 높이 싸움에서 밀렸다. 남자도 8강에 들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힘을 못 냈다. 아무래도 우리가 처음으로 8강에 올랐기에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했다. 호주 정도는 이길 수 있었는데….


Q. 전략 면에서 이번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을 돌아본다면?


최호_ 남자대표팀은 코칭스태프의 준비성이 돋보였다. 특히 프랑스와의 첫 경기가 인상적이었다. 외곽이 약한 프랑스를 상대로 2-3 변형 지역방어를 썼는데 굉장히 잘 먹혀들었다. 중국을 상대할 때도 상대가 잘 안하는 것을 유도했다. 외곽을 주되, 골밑은 지키자는 작전이 주효했던 것 같다. 공격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이정현의 1대1을 살린 것이 효과를 봤다. 이정현에게서 파생되는 공격이 주효했다.


한필상_ 남자대표팀이 준비를 잘 했다. 그동안 성인, 청소년 할 것 없이 우리 대표팀은 압박수비에만 포커스를 두었다. 그게 메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압박수비가 ‘옵션’이지, 전부는 아니었다. 여러 전술을 잘 가져갔다. 다만 남자와 여자 모두 몸싸움에서 큰 과제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체격의 차이도 있고, 판정의 차이도 있다. 한국에서는 조금만 부딪쳐도 바로 휘슬이 울린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어지간한 접촉은 불지 않았다. 아마도 선수들이 낯설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몸싸움이 안 되다보니 밀려나는 경향을 보였다. 대회 초반만 해도 악착 같이 했지만 이것이 생각보다 빨리 체력저하를 가져왔다.


Q. 한국에서는 양재민의 활약이 화제였다.


최호_ 한국인의 기준에서 봤을 때, 2미터가 되는 선수가 슛도 던지고 1대1이 가능하다는 점은 엄청난 장점이다. 다만 신체능력을 더 발전시켜 조건이 월등한 선수를 상대할 때도 밀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필상_ 첫 날 경기에서 자신의 장점을 다 보여줬다.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악영향을 주었다. 이미 대회에 임하기 전부터 양재민은 많은 힘을 쏟은 상태였다.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연수 기회를 알아보기 위해 스페인을 다녀왔다. 체력이 100%가 아닌 상태에서 대표팀에 합류해 첫 경기에서 정말 많은 힘을 쏟았다. 자기 장점을 활용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을 것 같다.


Q. 돋보인 선수가 있다면?
최호_ 이정현을 꼽고 싶다. 1대1도 그렇고 외곽슛도 훌륭했다. 게다가 자기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커트인하는 선수들에게 패스를 주는 것도 훌륭했다. 팀 플레이에 있어서도 좋은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한필상_ 서명진도 좋았다. 아시아대회에서는 김동준이 돋보였다. 작지만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세계대회에서는 그 장점이 통하지 않았다. 몸싸움에서 상대에게 밀리지 않으면서 자기 플레이를 해줘야 했는데 김동준이 고전했다. 반대로 서명진은 뭔가를 보여줬다. 다시 보게 된 선수는 서문세찬이다. 다소 무모한 타입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 어린 나이에도 미국, 프랑스, 호주 같은 강팀들을 상대로 자기 플레이를 했다.


Q. 여자대표팀에서는 박지현이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최호_ 그나마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다. 가장 장신이고 운동능력이나 기술도 괜찮았다. 근성도 있는 선수다.


한필상_ 박지현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담이 너무 많이 주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 선수인데 너무 많은 것을 짊어졌다. 그러다보니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는 모습을 봤다. 전반에는 팀 에이스였지만 후반에는 안 보이는 현상이 종종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수비에서는 빅맨을 맡고 공격에서는 앞선에서 공을 갖고 하다보니 안 힘든 게 이상하지 않을까.


Q. 대회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전체적인 트랜드는 어땠나?


최호_ 공격에서는 빅맨과의 픽앤롤, 빅맨간의 하이-로우 게임을 많은 나라들이 사용했다. 미국이야 워낙 잘 하니까 평가하기가 애매하다. 외곽에서의 스크린 플레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이 세계적인 공격옵션으로 자리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필상_ 수비에서는 지역방어와 압박수비를 고르게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까지만 해도 프레스 수비를 주무기로 하는 팀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트랜드에서 벗어났는데, 개인적으로는 대다수 팀들이 선수층이 그리 두껍지 못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매일 경기가 있는 국제대회에서 40분 내내 압박 수비를 하려면 선수층이 두꺼워야 하는데,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큰 나라가 많았다. 우리도 그랬다.


Q. 대회를 돌아봤을 때, 지금 우리의 위치는 어디라고 보나?


최호_ 지금 세대 선수들은 예전보다 신체조건이 좋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의 벽은 높았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개인능력 개발이 더 필요하다. 또한 슈터가 부족한 점도 농구계가 노력해야 할 부분 같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상대 전력 분석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준비 과정이 좋았다. 앞으로도 잘 준비해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농구를 해야 할 것 같다.


한필상_ 최호 코치의 말처럼 남자든 여자든 준비를 잘 한다면 허탈하게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박지현은 체력적인 문제는 있었지만, 공격이 어느 정도 통했다. 180cm의 가드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적인 완성도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었다. 운동능력은 밀릴지 모르겠지만, 테크닉은 우리도 좋았다. 또 선수선발의 폭을 넓혀야 한다. 실력이 좋다면 중3, 고1도 뽑아서 ‘베스트 전력’을 갖춰야 한다.



최호 코치는…
1972년생인 최호 코치는 송도중, 송도고 출신으로 2003년부터 팀을 지도해오고 있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프로농구에서는 원년부터 2002년까지 나래와 SK빅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 사진_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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