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맹봉주 기자] “힘들긴 했지만 전패를 한 게 오히려 약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시즌 전만 해도 KEB하나은행은 김정은, 김이슬, 염윤아의 부상과 신지현의 복귀가 늦어지며 여자프로농구 최약체로 뽑혔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선택한 에어리얼 파워스는 고관절 부상으로 시즌아웃 됐다. 개막 후 5연패.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는 듯 했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은 5연패 후 3연승을 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직전 경기에서 아산 우리은행에 패했지만 전반까지 35-33으로 앞서며 허무하게 물러나진 않았다. 3승 6패로 5위.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2위 용인 삼성생명과는 단 1.5경기차다. 3일 만나는 청주 KB스타즈를 잡을 경우 공동 3위에 오르며 하위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침 KB스타즈의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직전 경기에서 4쿼터 집중력 저하를 보이며 구리 KDB생명에게 역전패했다. 강아정, 플레넷 피어슨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높이 싸움에서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1순위 신인 박지수는 12월 말이 돼야 돌아올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KB스타즈에 대한 좋은 추억도 가지고 있다. 시즌 전 치른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자신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개막전을 하기 3일 전 KB스타즈와 마지막 연습경기를 해 이겼다. 준비했던 거를 하면 되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때는 쏜튼도 없고 어천와만 와 있는 상태였다”며 “그 경기 이후 국내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갔다 그때처럼만 하면 어느 팀과도 해 볼만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KEB하나은행 이환우 감독대행은 최근 선전에 대해 “1라운드의 부진은 예상했다. 힘들긴 했지만 전패를 한 게 오히려 약이 된 게 아닌가 싶다”며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다. 스스로 각성하게 됐다고 할까. 지는 경기를 했지만 서로 단합하고 응집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비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KEB하나은행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선수가 모자라 제대로 된 5대5 연습경기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전지훈련을 가기 전에도 일본 팀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어려운 경기였다. 부상 선수들도 많았다. 특히 박신자컵 때 중심을 잡아준 염윤아가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에 햄스트링 부분 파열이 되면서 합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처음엔 ‘전지훈련을 진행해야 하나’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우리 자체적으로는 어차피 연습이 안 된다. 이왕 하는 거면 강한 팀과 정면승부를 하자는 마음에 가게 됐다”고 했다.
전지훈련의 성과는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던 KEB하나은행은 한 수 위인 일본 프로팀과 큰 격차를 보이며 패했다. 하지만 KEB하나은행 선수들은 점점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전지훈련에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좋아졌다. 약속된 플레이를 하고 부상선수들이 돌아오면 좋아질 거라고 봤다. 외국선수들과의 호흡도 생각했다. 힘든 시기를 잘 넘긴 것 같다. 오히려 그 시기를 지나며 굳은살이 박혔다”고 했다.
개막 후 연패를 당해도 이환우 감독대행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나탈리 어천아와 카일라 쏜튼이 중심을 잡아주고 김지영이 성장하며 오히려 공격 옵션이 더 다양해졌기 때문. 이환우 감독대행은 “비시즌엔 공격루트가 강이슬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공격루트가 훨씬 다양해졌다. 외국선수가 오면서 여유도 생겼다. 1라운드에 전패했지만 이 정도면 잘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선수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어천와는 평균 14득점 7.22리바운드, 쏜튼은 16.22득점 7.89리바운드로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고르게 활약했다. 두 선수는 개인 기록 뿐 아니라 코트 밖에서의 성실함, 한국문화 적응력 등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환우 감독대행도 “외국선수들이 잘해줬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어천와에 대해선 “어천와는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덕분에 어릴 때부터 외국음식에 많이 익숙해져있다. 한국 음식도 잘 먹는다. 국내선수들과도 어울리려하는 이타적인 마인드가 좋다”고 칭찬했다.
이어 쏜튼에 대해서도 “쏜튼한테 WKBL을 ‘너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리그’라고 설명해줬다. 본인이 한국에 오고 싶어 했다. 이스라엘리그에서 여기로 올 때 본인이 일정부분의 바이아웃 금액을 직접 부담했다. 동기부여가 강하니 경기력이 올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상선수들까지 돌아온다면 지금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당장 김정은은 2일 열리는 KB스타즈와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통해 코트에 돌아온다. 1군 경기는 오는 5일 신한은행전부터 뛸 예정이다. 피로골절로 두 달을 쉰 김이슬은 12월 중순 복귀할 전망이다. 십자인대파열로 오랜 재활을 거친 신지현은 내년 1월을 복귀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_점프볼 자료사진(유용우 기자,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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