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양준민 인터넷기자] 35년이란 시간 동안 NBA 코트 안팎에서 많은 팬들에게 알찬 소식을 전해주던 베테랑 리포터, 크레익 세이거(TNT)가 팬들의 곁을 떠났다. 2년 전 백혈병 진단을 받고 길고 긴 투병생활을 이어왔던 세이거는 16일(이하 한국시간), 65세 나이로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1972년 플로리다 지역에서 방송인 생활을 시작해 리포터로써 경력을 쌓기 시작한 세이거는 1981년부터는 TNT 소속으로 전국 방송에 데뷔, 많은 팬들에게 농구장 소식은 물론 경기장 밖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알려주기 시작하며 ‘사이드라인의 슈퍼스타’는 별칭을 얻었다. 세이거는 농구뿐만 아니라 야구, 풋볼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활약하며 많은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세이거가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TNT의 대표 데이비드 레비는 “세이거는 우리 TNT 식구들이 지난 30년이란 시간동안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고 후배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던 분이었다. 아마 이후에 세이거와 같은 리포터는 다신 나올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리포터로써 그의 재능과 일을 향한 열정은 전 세계 그 어떤 리포터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간 그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영광이었다”라는 말은 남기기도 했다.
세이거는 항상 화려한 옷차림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선수들의 짓궂은 농담들도 여유 있는 답변으로 받아내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때로는 화려한 스타일로 인해 많은 감독들과 선수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케빈 가넷의 경우, 세이거를 만날 때마다 “언젠간 그 화려한 양복을 불태우겠다”라는 말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이거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선수들의 장난을 받아줬다. 이런 세이거의 온화한 성격이 있어 지난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세이거는 선수들, 감독들과 그 흔한 마찰 한 번 없었고 오히려 이들로부터 수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 예로 평소 퉁명스런 인터뷰로 유명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2013-2014시즌 댈러스 매버릭스와 플레이오프 1라운드 당시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세이거의 아들, 크레익 세이거 주니어와 인터뷰에서 “세이거, 당신의 아들도 잘하지만 나는 당신이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싶소. 크레익, 우리는 당신이 그립소. 당신은 오랫동안 정말 훌륭하게 일들을 소화해왔고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었소. 당신의 그 입담이 하루 빨리 다시 코트로 돌아오길 바라오. 그때 당신이 돌아온다면 나는 전보다 친절한 인터뷰로 당신을 맞이할 것이오”라는 말로 세이거의 완쾌를 바라기도 했다.
지난 2년간 세이거는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2차례에 걸쳐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완쾌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바람과 달리 세이거의 병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상태는 점점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세이거는 지난 2월 의사들로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아 주위의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세이거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당시 세이거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미 두 차례의 줄기세포를 수술을 받았다. 의사들은 힘들다 했지만 극히 드물게 세 번의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고 완쾌했다는 이들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도전하려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선 힘을 비축해야한다. 내가 백혈병을 이겨내지 못한 사실은 맞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고 내가 완전히 패배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투쟁 중이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라는 말로 백혈병을 이겨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있다.
이에 이미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세이거는 2016년 3월 현장으로 복귀를 강행, 백혈병을 이겨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여전히 재치 있는 답변과 농익은 인터뷰 솜씨로 많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지만 한 눈에도 봐도 살이 많이 빠진 그의 모습은 TV를 지켜보는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세이거의 복귀를 기립박수와 환호로써 진심을 다해 환영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이거는 아픈 몸을 이끌고 올해 4월 NCAA 결승무대에서 마이클 조던과 짧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세이거는 조던이 자신에게 몸 상태를 묻는 질문에 “난 언제든 당신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조던 당신 역시 건강을 잘 챙기기를 바래요”라는 말로 뭉클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혈병을 이기겠다는 세이거의 강력한 의지와 달리 백혈병은 쉽게 그를 놓아주지 않았고 복귀를 한지 한 달이 지난 4월, 병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되면서 세이거는 부득이하게 마이크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세이거가 떠난 후 모두가 그의 리포팅을 그리워했다. 지난 4월, 그를 현장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는 세이거의 모습을 지난 6월 코트 위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파이널 6차전 당시, 세이거가 리포터로써 팬들의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세이거가 속한 TNT는 원래 파이널 중계권이 없었다. 그러나 중계권을 가진ESPN·ABC가 세이거에게 리포팅을 부탁, 세이거는 생애 첫 파이널 무대를 밟을 수 있었고 눈을 감기 전 마지막 선물을 받았다.
르브론 제임스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세이거, 당신이 3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 번도 파이널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세이거 당신이 많이 보고 싶었다. 다시 당신을 볼 수 있어 정말 기쁘다. 당신이 마이크를 잡고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다시 볼 수가 있어 영광이었다”라는 말로 세이거의 복귀를 환영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이거를 경기장에서 볼 수 있었던 마지막 모습이었다. 백혈병을 이겨내겠다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던 그였지만 결국 그는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16일, 우리의 곁을 떠났다. 이에 NBA는 15일 경기시작에 앞서 세이거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고 지금도 매직 존슨, 래리 버드 등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수많은 스타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3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많은 팬들에게 즐거움이란 큰 선물을 안겨주셨던 세이거에게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이 있어 NBA가 더 큰 재미를 주며 팬들에게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라는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사진=점프볼 자료사진(손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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