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민준구 기자]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필리핀을 꺾고 아시아컵 4강에 진출했다. 다음 상대는 이란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해온 이란은 한국에게 큰 산과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란전 승리와 함께 결승까지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한국과 이란의 경기는 단순한 4강전이 아니다. 한국은 승리 시 두 개의 목표를 달성한다. 2016 아시아챌린지에서 굴욕을 선사한 이란에 대한 복수전, 그리고 결승 무대 진출이다.
하다디 버틴 이란, 요주의 인물은?
최근 이란과의 아시아컵 및 아시아선수권대회 맞대결 전적은 4전 전패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챌린지까지 합하면 1승 6패로 절대적 열세. 현 대회에서도 이란은 강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메흐디 캄라니, 사마드 니카 바라미의 공백을 메꿨다. 그 중심엔 여전히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하메드 하다디가 존재한다.

하다디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시아 무대를 점령했다.이란은 하다디와 함께 아시아선수권대회를 3차례 제패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의 부진으로 하락세를 걷나 싶었지만, 여전한 실력을 자랑하며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하다디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18득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 1.8블록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노련해졌다. 경기당 7개의 어시스트를 뿌리며 웬만한 가드보다 날카로운 패스 능력을 보였다. 218cm의 장신이면서 상대 협력수비를 노련하게 공략할 줄 알아 막아낼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란의 세대교체가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시아챌린지까지만 해도 이란은 과거 전력보다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다디와 함께 BIG3를 구축한 캄라니와 니카 바라미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 그러나 베남 야크첼리와 모하메드 잠시디가 급성장한 이란은 새로운 BIG3를 완성했다.
야크첼리와 잠시디는 내·외곽의 조화가 좋은 선수들이다. 이란은 경기당 8.5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는데 7.5개를 야크첼리와 잠시디가 기록했다. 평균 득점도 야크첼리가 16.3점, 잠시디가 18.5점으로 팀 득점의 절반에 가까운 기록을 내고 있다. 특히 잠시디는 니카 바라미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며 자국 내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198cm의 장신이면서 빠른 발과 좋은 돌파력까지 갖춘 잠시디는 하다디와 함께 한국이 경계해야 할 중요 선수다.
이란의 ‘돌격대장’ 사자드 마사예키도 주의해야 한다. 마사예키의 경기 운영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그러나 대인 수비력이 탁월하다. 마사예키는 평균 2.8스틸을 기록하며 대회 2위에 올라 있다. 세트 오펜스보다 얼리 오펜스에 더 강점을 두고 있어 스틸로부터 이어지는 속공 전개능력이 일품이다. 이외에도 오신 사하키안, 아슬란 카제미, 루즈베 아그하반 등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서 호주와 함께 무패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경기당 38분 05초를 앞서고 있을 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약점도 분명하다. 베스트5 이외에 큰 위협이 될 선수는 없다. 저조한 자유투 성공률(58.8%)도 이란의 취약부분이다. 한국이 승리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분명히 존재한다.
자신감 넘치는 한국
아시아컵은 아시아선수권의 명맥을 잇는 대회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의 마지막 아시아컵 결승전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은 2003년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아시아농구연맹선수권대회(ABC)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해 2004 아테네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 대회 이후 아시아대회 결승 문턱조차 밟지 못했다. 4차례 준결승 무대에 섰지만, 모두 패했다.
이번엔 다르다. 한국은 첫 경기였던 레바논전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3연승을 거두며 당당히 4강에 진출했다. 특히 강팀으로 꼽힌 뉴질랜드와 필리핀을 잡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종현의 부상으로 높이의 구멍이 생겼지만, 오세근과 김종규가 건재해 큰 문제가 없다. 대회 내내 폭발한 3점슛도 한국의 전매특허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수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본 실력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 강팀들의 텃세, 일방적인 응원 열기에 밀려 주눅이든 모습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은 열광적인 필리핀 응원단 앞에서 120%의 모습을 보였다. 패턴 플레이에 의존한 모습도 없었다. 개인기를 이용해 공간을 창출하고 화려한 움직임까지 보였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열정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한국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아시아챌린지에서 준우승을 거뒀지만, 이란을 제외한 대부분의 팀들이 2군 전력을 내보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 그러나 1군 전력이 출전한 아시아컵에서 한국은 아시아 4강 반열에 올랐다. 대회 전 한국을 중위권으로 평가했던 국제농구연맹(FIBA)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셈이다.
그동안 한국은 아시아의 강호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아쉬운 성적표만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기대해볼만 하다. 과연 한국이 농구팬들에게 잊지 못할 밤을 선사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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