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이력서] 경희대 이민영, “KOREA 유니폼, 다시 입고 싶어요”

강현지 / 기사승인 : 2017-09-06 0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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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예비 프로'의 취업 이력서. 열두 번째 주인공은 경희대학교 이민영(22, 181cm)이다. 경복고 재학 당시 허훈(용산고), 이우정(전주고)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교리그 탑 가드로 주목받은 이민영은 이들에 비해 도드라질 만큼 실력이 늘진 않았지만, 경희대 주장으로서 중심을 잘 잡으며 2017년 공식 대회를 모두 마쳤다. 이제는 프로팀의 부름만 기다리고 있는 그를 만나 농구 이야기, 또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 성장과정
어렸을 때부터 이민영은 자연스레 농구를 접하게 됐다. 이동인 전 프로농구 심판이 그의 부친이다. 당시는 비디오 녹화를 하지 않으면 다시 보기가 힘들었던 시절이라 팁오프가 시작되면 녹화 버튼을 누르는 어머니와 나란히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저도 그렇게 농구를 보기 시작했어요(웃음)”라고 말한 이민영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농구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다. 1년의 설득 끝에 지역구청에서 취미 생활로 농구를 하게 됐고, 5학년이 된 이민영은 대방초등학교에서 본격적인 농구부 생활을 하게 됐다. 당시 이민영이 좋아했던 선수는? 현재 서울 삼성 감독인 이상민이라고 한다.


대경중, 경복고를 거치면서 허훈, 이우정과 정상급 가드로 평가받은 이민영은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던 U16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첫 번째 좌절을 맛봤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대표팀에서 떨어지면서 충격을 크게 받았어요. 형들이 위로도 해줬지만, 개인적으로 연습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이후 절치부심한 이민영은 U17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한다.


“경복고 1학년 때 형들이 대회가 일찍 끝나서 주전으로 뛰게 됐어요. 동계훈련 이후에는 이종현, 최준용 형과 뛰다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좋아졌어요. U17 대표팀에 뽑혔을 때는 운도 따랐어요. 당시 가드 선수가 빠졌었는데, 제가 그 자리에 뽑혔었거든요. 가드만 다섯 명(허훈, 김낙현, 고행석, 이민영, 원종훈)이었어요(웃음).”


부푼 마음으로 대표팀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2012 FIBA U17 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11~12위 순위 결정전에서 이집트를 89-83으로 물리치고 대회 첫 승과 동시에 11위를 확정 짓는다.


“센터가 박인태(LG), 김우재(중앙대)밖에 없어서, 높이는 열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갔어요. 그런데 외국 선수들의 힘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가장 차이가 났던 건 윙스팬이었어요. 키가 크다 보니 머리 위로 패스를 주고받았고, 힘은 고등학생이기 보다 대학생인 것 같았죠.” 그렇게 세계무대의 높이와 부딪히고 온 이민영은 2013년, 안영준, 고행석, 김우재와 경복고의 전국대회 4관왕을 이끈다.


경복고 졸업 후 이민영은 경희대로 향한다. 경희대로 진학을 결정한 이유는 이랬다. “고등학교 때 내로라하는 센터 형(이종현, 최준용 등)들과 농구를 해서 좋았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형들에게 패스만 하니까 보조만 한다는 느낌도 있었거든요. 3학년 때는 형들이 졸업하면서 높이가 낮아졌는데, 이를 모든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약점을 지운 것 같아요. 빨리 뛰고, 수비하고, 다 같이 공격하는 게 재밌었거든요.”


※ 이민영의 대학리그 정규리그 성적
2017시즌 11.94득점 3.9리바운드 3.63어시스트
2016시즌 10득점 3.9리바운드 1.4어시스트
2015시즌 4.4득점 1.3리바운드 0.4어시스트
2014시즌 4.1득점 0.9리바운드 0.2어시스트



# 수상경력
- 2017년 제33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영광대회 미기상
- 2010년 47회 춘계연맹전 남중부 어시스트상, 수비상


# 경력사항
2011년 U17 남자농구대표팀 선발


경희대 진학 이후는 어땠을까? “상상 이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그래서 적응을 못 한 것도 있었고, 그때 느꼈죠. ‘형들이랑 함께한 센터 농구가 편하고, 좋은 것이었구나’하고 말이에요. 장단점이 있었죠”


평균 10분 내외로 출전했던 이민영은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출전 시간을 늘리기 시작한다. 맹상훈(동부), 최승욱(KCC) 등 4학년 선수들이 줄 부상에 빠지며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 출전 시간이 늘자 기록도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형들이 다쳐서 팀 성적은 안 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 제겐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면, 형들이 복귀했을 때 더 시너지가 날 것 같았는데…, 근데 형들의 복귀가 너무 늦춰졌죠(웃음). 형들이 돌아왔을 땐 제가 부상을 당해서 제대로 뛰지 못해서 아쉬웠었어요.”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3점슛 시도가 두 배 이상(7/20-2015 대학농구리그)/, 15/42-2016 대학농구리그)늘었다는 점이다. 이민영은 2015년 경희대 코치로 부임했던 김성철 코치(현 원주 동부 코치)이야기를 꺼냈다.


“원래는 슛이 단점이었어요. 그런데 김성철 코치님 경희대(2015년 6월)에 오셔서 슛 연습을 엄청 했어요. 2학년 때는 무빙슛을 던질 줄도 몰랐는데, 연습하다 보니 경기에서 들어갔고, 저도 공격 루트를 좀 더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어서 좋았죠. 김현국 감독님이 수비에 대해서 알려주셨다면 김성철 코치님은 슛 던질 때의 움직임, 스텝, 거기다가 강약 조절까지 슛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주셨어요.”


이민영이 장점이라고 적은 슛에 대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김성현 코치(전 경복고 A코치)와 라존 론도(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이야기가 나왔다. “고등학교 때도 슛에 대해 고민이 많았었거든요. 김성현 코치님이 ‘내가 상대 팀 코치라면 널 버린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그만큼 슛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슛 없이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봤었어요(웃음). 라존 론도가 한창 전성기 때는 패스 하나만으로 주목을 받았었어요. 그 영상을 보고 따라 해야지 했었는데, 김성현 코치님이 슛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대학교 1,2학년 때는 출전시간에 기복이 있다 보니 이 슛 감이 이어지지 않았는데, 김성철 코치님이 다시 한번 짚어주시면서 던지는 느낌을 알게 됐죠.”


하지만 상승세도 잠시, 4학년이 된 이민영은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시즌을 앞두고 떠난 동계 훈련에서 경희대는 최상의 컨디션을 뽐내며 준비를 마쳤지만, 땅! 하기도 전에 부상으로 하나, 둘 빠진다. 정지우가 개막전부터 뛰지 못한 가운데, 그 경기에서 이건희마저 추가로 부상을 입었다. 이후 윤영빈이 무릎 연골판 손상을 입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거듭된 악재로 힘든 시간을 보낸 경희대는 전체 9위(6승 10패), 첫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며 자존심을 구겼다.


“제가 주전이 되면서 흑역사만 쓴 거 같아요”라고 말하며 씁쓸히 웃은 이민영은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해했다. “지난 시즌(전체 7위)에도 성적이 좋지 않아서 ‘4학년 땐 잘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대학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저희가 잘해서 12명 선수 모두 경기에 뛰게 해주는 게 목표였고, 해주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못해줘서)그게 가장 미안해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뛰면 동생들도 뛸 맛이 안 나잖아요. 그런 걸 해주고 싶었는데, 못 해주고 졸업해서 미안하죠.”



# 입사 후 포부
정규리그에서 고개 숙인 이민영은 이후 MBC배에서는 미소 지으며 대학생 신분으로 참가하는 마지막 대회를 마쳤다. 건강해진 정지우, 권혁준이 제 기량을 발휘했고, 덕분에 공수에서도 경희대 팀 컬러를 되찾았다. 이민영은 “지난겨울 동계 훈련 분위기가 그랬었다니까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경희대는 MBC배에서 고려대와 만나 연장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석패, 이어 성균관대, 중앙대를 꺾으며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 연세대를 만난 경희대는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펼쳤지만, 끝내 78-84로 패하며 결승행 막차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MBC배를 지켜본 다수의 관계자, 팬들은 경희대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며 박수를 보냈다. 우승 트로피는 고려대에게 안겨졌지만 말이다.


이민영은 연장전을 치른 고려대전을 회상했다. “‘지고 있어도 이기겠다’,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고려대가 크게 뒤지고 있었는데, (김)낙현이(고려대)가 ‘괜찮아, 수비부터 하면 돼. 집중하자’고 선수들을 다독이는 거예요. 그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구나’라는 것이 느껴졌죠. 워낙 큰 경기를 많이 해본 팀이니까요. 저희가 고려대의 지역방어를 공략하지 못해 역전을 허용했고, 이후에는 (박)찬호가 5반칙 퇴장을 당하면서 미스매치가 됐는데, 키에서 밀리다 보니 아쉽게 졌죠. 한 번이라도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MBC배 대회를 끝으로 경희대는 2017년 공식 대회 참가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후에는 프로팀들과 연습 경기를 가지며 4학년들은 자신들을 어필했고, 9월 초에는 학기가 개강, 수업을 들으면서 스킬 트레이닝을 비롯, 개인 훈련을 병행한다.


이민영도 10월 30일에 있을 2017년 신인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를 위해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그 사이 구체적인 목표도 설정됐다. 프로 데뷔만을 바라봤던 그에게 지난 8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아시아컵은 그에게 태극마크를 다시 한번 꿈꾸게 한 대회가 됐다.



“U17 이후로는 한 번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어요. 제 실력이 아직 그 정도까지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프로 진출에만 성공하자’라고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었는데, 이번에 아시아컵 대회를 봤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그 경기를 보고 다시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태극마크를 달면 명예도 있고, KOREA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뛴 지 오래되기도 했고요. 유니폼도 입어보고 싶고, 잘하는 선수들이랑 또 뛰어 보고 싶어요.”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한필상,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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