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BA WC] [집중분석] 단순하지만 강력했던 중국의 ‘미니 NBA’

김윤호 기자 / 기사승인 : 2017-11-27 00:40: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역시 한국에게 중국은 영원히 쉽지 않은 상대였다. 야오밍, 왕즈즈, 이젠롄처럼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빅맨들은 없었지만 중국은 그들이 없어도 강팀이었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세대교체를 진행해온 중국은 평균 연령이 24세일 정도로 한국보다 더 어리면서도 공격적인 라인업을 내세워 예선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한국에게 익숙한 얼굴이라곤 왕제린 정도밖에 없었지만, 중국의 농구 내실화는 허언이 아니었다.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NBA 냄새 맡아본 딩얀유향의 영향력

혼자 30득점을 올리며 한국의 수비를 초토화시킨 딩얀유향은 지난 시즌 중국리그 MVP다웠다. 중국 프로농구는 NBA처럼 한 경기 48분 체제이고 빠른 농구를 지향한다. 그래서 NBA에서 도태된 선수들이 본인의 신세에 거품을 끼얹기 위해 기록을 부풀리러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올 시즌에도 득점 순위 상위 15명 중 14명이 외국인선수이다. 그 15명 안에 들어간 유일한 중국 선수가 바로 딩얀유향이다. (올 시즌 평균 27.8득점, 야투율 51.3% 기록 중)

딩얀유향은 중국 국내에만 머무른 선수가 아니다. 올 여름에 댈러스 매버릭스 소속으로 NBA 라스 베가스 섬머리그에 참여하기도 했다. 단순히 이름만 출전 명단에 올린 게 아니라, 평균 8.2득점을 기록하며 인상을 남겼다. 심지어 NBA 사무국에서 그의 섬머리그 하이라이트 영상까지 공식 홈페이지와 유투브 (Youtube) 에 올렸을 정도로, 미국에서도 그를 제법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NBA 섬머리그에서 극기훈련을 하며 NBA의 향을 잠시나마 맡고 돌아온 딩얀유향에게 한국 수비는 전혀 제약이 되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무대를 겪어본 선수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주전으로 출전한 양희종부터 최준용, 전준범 등 윙맨들이 번갈아 막았지만 앞길을 방해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득점도 많았지만 야투율이 62.5% (10/16) 였으니, 그에 대한 수비 효과는 없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딩안유향의 공격 범위와 선택지에는 제한이 없다. 3점슛부터 돌파, 베이스라인 컷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턴을 갖고 있다. 공격의 선택지가 다양하다보니 슛을 중점적으로 막으며 돌파를 제한적으로 수비도 어렵고, 돌파를 제어하면서 슛을 유도하는 수비도 할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그는 막을 수 없는 존재였다.

과거에도 한국 대표팀을 가장 괴롭힌 것은 후 웨이동, 리 우 유동과 같이 장신이면서 정확한 슈팅을 자랑하는 포워드들이었다. 원래 농구에서 제일 무서운 무기 중 하나가 장신들이 쏘는 정확한 외곽슛이다. 기본적으로 높은 타점에서 슛을 쏘기 때문에 한국의 스윙맨들이 슛을 방해하기가 어렵다. 상대에게 방해받은 슛을 ‘컨테스티드 샷 (Contested Shot)’이라고 하는데, 빅맨의 헬프 디펜스가 없으면 컨테스티드 샷을 유도할 수 없다. 문제는 이렇게 빅맨들이 헬프 디펜스를 하러 나가면 골밑에서 박스아웃할 여유가 사라지게 되고, 공격 리바운드를 내줄 여지가 크다.

딩얀유향과 같은 스윙맨들은 앞으로도 한국 농구를 계속 괴롭힐 것이다. 왕제린과 같은 장신 센터들에게 공격 리바운드를 내주는 건 그 스윙맨들의 공격으로 인해 생기는 옵션이다. 예선에서 중국과 다시 만나도 딩얀유향에게 끌려 다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한국 대표팀은 그를 제어하는 전술을 구성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궈아이룬에 이어 순밍후웨이

지난해에 중국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두 번의 평가전을 치렀다. 그리고 올림픽 본선에서도 미국을 상대했다. 그 세 번의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을 가장 놀라게 했던 선수가 가드 궈아이룬이었다. 키는 작지만 탄탄한 체구를 자랑하는 궈아이룬의 날카로운 돌파가 중국의 공격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번 예선에서는 궈아이룬이 없었지만, 궈아이룬처럼 상대 수비를 휘젓는 역할을 했던 가드가 순밍후웨이였다.

순밍후웨이는 1쿼터에 5개의 야투를 모두 성공시켰다. 그 중 3개가 탑에서 스크린을 타고 들어가는 돌파였다. 궈아이룬과 마찬가지로 순밍후웨이는 스크린을 탈 때 의식적으로 자세를 한 번 더 낮추면서 스텝을 길게 가져가는 식으로 골밑을 파고든다. 일반적인 돌파보다 한 박자 빠르게 골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왕제린의 스크린에 걸리는 순간 스위치하기에도 이미 늦다. 게다가 순밍후웨이는 비슷한 키의 허훈보다도 탄력이 더 좋기 때문에, 상대 빅맨의 골밑 위치 선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순밍후웨이의 돌파를 이용하는 중국의 전술은 NBA와 많이 닮아 있다. 왕제린과 아부두샤라무의 더블 스크린을 활용하거나, 한 번 코트 한 바퀴를 돌고 나서 스크린을 타고 골밑의 좁은 틈을 뚫고 들어가는 패턴은 NBA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전술이다. 빅맨들이 엔트리 패스를 받기 위해 자리싸움을 하기보다는, 하이 포스트에서 스크린을 서면서 빠지는 장면들이 많다. 중국 역시 이러한 장면들을 연출해 냈는데, 중국 농구가 그동안 얼마나 NBA를 동경하면서 모방해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이 예전의 쑨예, 리우웨이처럼 장신 가드들을 배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키는 작아도 빠르게 골밑을 파고드는 가드들을 통해 전체적인 공격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 중국 대표팀의 색깔이다. 한국은 이러한 중국의 돌파에 거의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뉴질랜드전과 똑같이 가드들을 일정 수준으로만 제어한 나머지, 돌파를 너무 깊숙하게 내줬다. 상대의 칼을 맞아주면서 크로스 카운터를 노렸는데, 그 칼이 급소를 깊게 찌른 격이다.

순밍후웨이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느라 체력을 소진한 한국 가드들의 슛이 정확할 리 없었다. 심지어 지역방어의 작은 틈까지 비집고 들어가는 바람에, 가드들이 더 뛰어다녀야 했다. 뉴질랜드 원정 경기와 달리,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외곽슛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전반전부터 여러 차례 흔들린 외곽 수비가 3쿼터에 균열을 더 심하게 내면서 한국은 힘을 잃어버렸다. 순밍후웨이의 나비 효과였다.


비밀 무기, 야부두샤라무의 심리전

딩안유향과 순밍후웨이가 한국을 육체적으로 괴롭혔다면, 심리적으로 괴롭히는 역할을 주도한 선수는 야부두샤라무였다. 접촉이 있다 싶으면 일부러 액션을 크게 해서 심판의 눈을 속이고, 한국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수비로 짜증을 유발하는 야부두샤라무의 심리전이 한국의 선수들을 수렁에 빠뜨렸다.

2쿼터에 이승현의 오펜스 파울을 유도한 장면을 보면, 접촉은 있었으되 멀리 떨어져 나갈 정도의 충돌은 아니었다. 하지만 야부두샤라무는 파동권에 맞은 것처럼 넘어졌다. 이런 장면이 쌓이면 상대 입장에서 동요하게 된다. 젊은 팀일수록 이러한 흐름에 더 쉽게 흔들린다. 더구나 한국에는 심리전을 담당하는 선수가 없어서, 심리전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았다.

강팀에는 이렇게 상대의 심리를 건드리며 진흙탕 싸움을 유도하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골든 스테이트의 드레이먼드 그린, 보스턴 셀틱스의 마커스 스마트 등이 대표적이다. 욕과 야유는 일시적이나 승리는 영원하기 때문에, 안 좋은 얘기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저분하게 상대를 자극한다. 파울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다보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심판에게 항의하기도 어렵다. 한국은 추격의 흐름을 잡다가도 야부두샤라무의 심리전에 맥이 풀려야 했다.

중국 원정 경기에서는 진흙탕 싸움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보다 중국의 홈 구장 열기가 더 뜨거워서, 심판들도 그 분위기에 휘말린다면 중국이 원하는 대로 심리전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하거나, 역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것도 때에 따라서 필요해 보인다. 지난 FIBA 아시아컵에서 보여준 최준용의 박수가 이럴 때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국제 경기가 반드시 깨끗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FIBA는 거친 몸싸움을 장려해 왔으며, FIBA의 경기는 대부분 지저분하고 거칠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계속 정신적 피로를 유발하는 싸움을 펼칠 것이다. 과거의 데니스 로드맨, 빌 레임비어처럼 상대의 정신적 근본을 흔드는 자극은 앞으로도 중국의 상대팀들을 함정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단순하지만 강력하게…
중국은 NBA의 축소판이다

한국은 12명 중 9명이 득점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전체 92득점 중 주전 4명이 82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그 4명의 득점만으로도 이기기에 충분했다. 굳이 득점을 여러 명에게 분산시키는 전술이 없어도, 개개인의 강력한 무기를 활용한 전술로 한국을 힘으로 제압했다.

중국이 보여준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강한 중심축이 이끄는 공격이 경기 전체를 장악한다. 이는 NBA와도 일맥상통한다. 가드들의 강력한 돌파로 균열을 내고, 돌파에서 파생되어 쉴 새 없이 터지는 3점슛으로 수비를 무력화시키는 NBA의 현재 추세와 흡사하다. 중국이 성공시킨 3점슛은 한국과 같은 9개지만, 성공률은 47.4%로 더 효과적이었다. 확실한 일격이 가능한 공격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성공률이다.

딩안유향의 전방위 득점과 순밍후웨이의 날카로운 돌파는 중국이 숨겨왔던 무기가 아니다. 그들이 대놓고 내세우는 필살기와도 같다. 이미 여러 차례 노출된 기술이지만, 알고도 못 막는 기술이기 때문에 계속 쓴다. 패턴은 단순할 지언정, 중국에게 이보다 확실하게 보장된 득점은 없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알고도 당하는 공격이다. 여기에 왕제린의 높이가 더해지면서 중국이 경기를 주도하는 선택의 여지가 많다.

코트 위의 5명이 모두 패스를 받고 드리블하면서 흐름을 이어가는 것은 현명하다. 하지만 득점이 굳이 여러 선수에게 분산될 필요는 없다. 공격의 효과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소수에게 득점이 편중되는 게 나을 수 있다. 득점의 분산을 다르게 말하면, 확실한 옵션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은 확률 높은 득점을 보장하는 선수 위주로 공격을 전개한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창, 한국이 중국을 넘기가 여전히 어려운 이유이다.

#사진=한필상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